메뉴 건너뛰기

이슈 정치 참여는 공허함에 특효약이다
4,344 6
2024.12.13 02:26
4,344 6

 

하미나 <아무튼, 잠수> 저자

사회 격변 시기에 그 변화에 동참할 기회를 갖는 일은 행운이다. 대학 내에서 존경하던 스승에게 연달아 성폭력을 당하기 전까지 나는 그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반복되는 성폭력은 모범생으로 지내온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거리에서 소리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되게 했다. 이후로 낯선 사람들로부터 공격과 비아냥을 받으며 지냈다.

당초 이 일들은 내 인생에 일어난 비극처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들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분명해졌다. 스승을 상대로 한 몇년간의 재판은 압도적 권위를 가진 존재를 대상으로 싸워 이길 수도 있음을 알려줬다. 내가 그를 두려워했던 것처럼 그도 날 두려워할 수 있었다. 난 내 안의 힘을 발견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호감인 정체성, 페미니스트라는 라벨링을 수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타인의 칭찬과 승인을 기준으로 더 이상 삶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를 향한 오독에 점차 의연해진다는 의미다.

돈도, 경력도, 권력도, 심지어는 승리도 묘연한 활동가로 지낸 일은 세상에는 돈도, 경력도, 권력도, 심지어는 승리도 바라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삶을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줬다. 희망을 갖기 위해 희망이 되기로 한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광장은 평범한 개인을 정치적 주체로 탈바꿈시킨다. 시민으로서의 감각은 당연하게 누리던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불평을 하는 것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 사이의 거리감을 아득히 체감할 때, 보게 되는 것은 1㎜의 변화를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노고다. 그것은 뒤에 올 사람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다. 보이지 않던 사랑을 보게 만드니, 어떻게 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상상해본다. 은둔한 청년이, 우울증 약을 먹던 여자가, 한을 품고 살던 엄마가, 알코올 중독이던 아빠가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빠져나와 광장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면. 아무리 돈을 벌고 성취를 이어가도 실은 외롭고 공허했노라고 고백한다면. 상처와 결핍을 변화를 이끌 힘으로 탈바꿈시킨다면. 그러면 도대체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까? 나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증언해주기를,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해주기를 기다린다.

추운 겨울 이어진 집회 현장을 보며 나는 건방지게도 한국이 세계의 희망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어두운 시기에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억압에도 노예화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저작권 이슈로 이하 생략
전문 출처에서 읽어줘

 

 

https://naver.me/xX7kZRqM

목록 스크랩 (2)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블랑네이처X더쿠💚]마법같은 피지조절로 하루종일 완벽한 피부 #피지제로쿠션 체험 이벤트(300인) 403 00:09 6,47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096,64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619,26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054,68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7,843,82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4 21.08.23 6,282,28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232,39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1 20.05.17 5,893,68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2 20.04.30 6,277,43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189,4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80966 이슈 한국팬들 한테 싸인 해주는 크리스 햄스워스 10:51 20
1480965 이슈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독기 가득했던 한녀 패션 37 10:46 2,414
1480964 이슈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007 제임스 본드’ 헌정 공연을 펼치는 블랙핑크 리사.twt 23 10:43 1,232
1480963 이슈 박수영 단식 페이스북 18 10:43 497
1480962 이슈 아카데미 마가렛퀄리+리사+도자캣+레이 축하공연 10 10:42 1,008
1480961 이슈 집에서 혼자 삼겹살 가능? (f.박보검) 19 10:40 931
1480960 이슈 [잘생긴 트롯] 홍콩영화의 한 장면처럼 노래 부르는 장혁 TJ 트롯제이 “이별의 종착역“ 2 10:38 341
1480959 이슈 비트에서 멋이 묻어나오는 에스파 쇠맛 instrumental 모음 5 10:36 338
1480958 이슈 옴브리뉴 원조라 불리는 어떤 브라질 축구선수의 춤사위 10:35 430
1480957 이슈 이것을 본다면 물에서 나오세요. 18 10:29 4,411
1480956 이슈 제법 같이 놀만한 친구 1 10:27 644
1480955 이슈 기사에 언급된 르세라핌 트랙샘플러 영상별 장르 설명 8 10:19 699
1480954 이슈 NCT 정우 인스타 업데이트 3 10:17 683
1480953 이슈 올해 오스카 시상식 제일 예측 갈리는 부문들 11 10:16 2,402
1480952 이슈 최근 반응 안좋은 쿠팡 알바 일급.jpg 45 10:10 6,207
1480951 이슈 방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탄 키에란 컬킨 과거사진.jpg 14 10:07 3,814
1480950 이슈 단식농성 중인 박수영 하루동안 책 한페이지도 못 읽은듯 38 10:02 6,106
1480949 이슈 오스카 시상식 참석한 리사.jpg 20 09:59 5,248
1480948 이슈 “3일에 1명입니다. 오늘 미루면 모레 또 한 명이 죽는다는 겁니다. 3일에 한 명이 죽고 있으면 국가적 비상사태로 볼 만도 한데...” 거제 교제살인 사건 가해자 엄벌 촉구 청원 3/4까지🔥 21 09:57 1,001
1480947 이슈 손님한테 돈 물어줘야 되나요? 25 09:51 5,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