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10만개. 편의점이나 치킨집보다 많은 수다. 오랜 시간 점포 수 1위를 사수해온 토종 브랜드 이디야커피가 국내 커피 업계 최초로 4000호점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열된 카페 시장과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의 약진으로 인해 폐업 매장이 늘어나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는 최근 오픈한 ‘천안대로DT점’까지 4000호점을 돌파했다고 전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폐점까지 반영된 ‘실제 가맹점 수’와는 다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이디야의 신규개점 수는 2021년 218개에서 2023년 143개로 떨어졌다. 반면 계약해지·명의변경된 매장 수는 2021년 286개에서 2023년 587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이디야의 지난해 매출은 실적 공개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줄었다. 영업이익은 82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했으며, 100억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디야의 애매한 포지셔닝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이디야의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러나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2000원대 이내에 제공하는 메가MGC커피나 컴포즈 등 초저가 브랜드가 치고 올라오면서 애매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와 가성비로 무장한 저가 커피 브랜드 사이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디야는 지난 여름 CI(기업 이미지) 변경을 위해 특허청에 ‘ODO’ 상표권을 출원하고, 창사 이후 최초로 배우 변우석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을 시작하며 본격 리브랜딩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모델 기용 관련 마케팅 비용을 가맹본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하면서 ‘착한 행보’로 주목받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간 출혈 경쟁에 과열 양상을 띠는 카페 시장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2022년 말 기준 10만개를 넘어선 국내 카페 브랜드 수는 886개로,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200개 이상 많다. 호실별로 임대인이 다른 분양형 상가 등에는 서로 다른 커피 전문점들이 줄지어 입점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개인카페 점주는 “편의점도 이렇게 많이 생기진 않는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엔 일렬로 프랜차이즈가 쫙 늘어서 있다”며 “이제는 스벅보다 ‘메컴빽’(메가MGC커피·컴포즈·빽다방)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율 규약 도입 말고는 정부가 강제로 출점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범 거래 기준’을 설정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대해 500m 출점 제한을 도입했다가 2년 만에 폐지한 전례도 있다. 가맹점 출점을 제한하니 직영 운영인 스타벅스가 덕을 봤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포화 상태임에도 카페업계는 아직 확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 저가커피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카페 숫자가 순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디야 등 경제성이 모호한 카페의 폐점이 늘며 저가커피 중심으로 카페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브랜드마다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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