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죄다 검은 옷… 누가 죽었나요?” 한국의 ‘흑백 결혼식’
85,812 518
2024.11.23 00:44
85,812 518

“아니 여기가 결혼식장이야, 장례식장이야?”

60대 주부 박모씨는 요즘 지인들 자녀 결혼식에 갈 때마다 놀란다. 신랑·신부의 친구들이 죄다 검은 옷을 입고 오기 때문. 검정 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부케를 받기도 한다.


그는 “예전엔 ‘장례엔 돈이 부조, 결혼엔 옷이 부조’라는 말처럼 잔칫집엔 화사하게 꾸미고 가는 게 예의였다. 그런데 예의의 기준이 바뀐 것 같더라”고 했다.

결혼식 드레스 코드가 확 달라졌다. 닥치고 블랙이다. 밝은 옷 입었다간 평생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짧은 드레스나 레이스·스팽글 장식 등 화려한 디자인도 위험하다. 딱 ‘블랙 캐주얼’이 정답이란다.

이유는 신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결혼식이라는 일생일대 이벤트에서 신부가 가장 예뻐야 하고 공주처럼 시선을 빨아들여야 한다는 것. 흰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어둡게 깔아주는 ‘바둑알 콘셉트’로 단체 사진이 나와야 한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결혼식에 톱스타들이 참석한 모습. 송혜교, 제니, 변우석과 김고은 등이 모두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블랙 캐주얼로 '드레스 다운'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최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결혼식에 톱스타들이 참석한 모습. 송혜교, 제니, 변우석과 김고은 등이 모두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블랙 캐주얼로 '드레스 다운'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이달 초 서울의 한 결혼식에 블랙핑크 제니와 배우 송혜교·변우석·김고은 등 톱스타들이 참석했다. 하나같이 평범한 검은 옷이었다. 해외 팬들은 “누가 죽은 거냐” “한국 결혼식은 미쳤다. 다들 직장에 출근하는 것 같다”며 놀랐다.

외국에선 하객도 멋지게 입는다. 간혹 신부와 같은 흰 드레스를 입은 시어머니나 친구가 도마에 오르지만, 그렇다고 검은 옷으로 ‘드레스 다운’ 하자고 결의하지는 않는다.

미국인 영어 강사 제니퍼씨는 “한국 동료 결혼식에 짧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었더니 ‘네가 뭔데 차려입었느냐’는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반면 한 한국 여성은 도쿄에서 열린 일본인 친구 결혼식에 검은 옷을 입고 갔다가 화려한 하객들을 보고 ‘아차’ 싶었다고.

미국의 한 결혼식 단체 사진. 신랑신부의 친구들도 화려한 드레스 등으로 차려입은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미국의 한 결혼식 단체 사진. 신랑신부의 친구들도 화려한 드레스 등으로 차려입은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불과 4~5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남의 결혼식에 정성껏 차려입었다. 단체 촬영 때도 화려한 차림 하객은 앞줄에 세워 분위기 돋우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결혼 비용이 치솟고 연애부터 프러포즈, 결혼과 출산에 이르는 과정이 희귀한 경험이 됐다. 그 정점의 이벤트인 결혼식 분위기도 달라졌다. 당사자가 주인공이 되는 극강의 효용을 경험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졌다. 너도나도 호텔 결혼식을 하면서 어두운 실내에서 드라마틱한 조명을 신랑·신부에게 쏘는 사진이 유행했다.

사진사들은 밝은 옷 입은 하객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밝은 옷=민폐’ 공식을 많은 이의 뇌리에 심었다. 한 웨딩 스냅 업체는 “신부들이 ‘밝은 옷 하객은 촬영에서 빼달라’ ‘재킷 속 흰 셔츠도 신경 쓰이니 포토샵으로 어둡게 처리해 달라’고 미리 요청한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 한 연예인 결혼식. 미혼인 신부의 언니가 분홍색 투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이 "동생 결혼식을 망치려고 작정한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낸 일이 있다. 신부가 "내가 입어달라며 사다준 옷"이란 해명까지

지난해 연말 한 연예인 결혼식. 미혼인 신부의 언니가 분홍색 투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이 "동생 결혼식을 망치려고 작정한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낸 일이 있다. 신부가 "내가 입어달라며 사다준 옷"이란 해명까지 해야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요즘 ‘민폐 하객’ 1순위는 축의금 적게 내는 이나 예식 안 보고 밥만 먹고 가는 이가 아니라 신부보다 예쁜 하객이다. 예쁘다는 건 주관적이지만, 옷 색깔만으로 그 불순한 의도를 가려낼 수 있다니 마녀 재판이 손쉬워졌다.

블랙 하객 룩을 둘러싼 ‘프로 불편러(매사 예민한 사람)’들의 상호 검열과 갈등은 상상 이상이다. 결혼 준비 카페와 소셜미디어에선 밝은 색이나 리본 달린 옷을 입고 신부 옆에 선 하객을 콕 집어 “미친 거 아닌가요?” “자기 결혼식인 줄 아나 봐요”라며 비난한다.

수년 전 보라색이나 노란색 옷을 입고 결혼식에 간 유명인이 ‘레전드 민폐 하객’으로 다시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이 원피스 민폐일까요?” “베이지 재킷 입고 간 게 마음에 걸리는데 늦게라도 신부에게 사과할까요?” 같은 고해성사도 쏟아진다.

일본의 한 결혼식. 신부 지인들이 밝고 화사한 기모노를 차려입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본의 한 결혼식. 신부 지인들이 밝고 화사한 기모노를 차려입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 친척의 국룰 하객 룩이었던 한복도 화려하다는 이유로 거의 퇴출되고 양가 어머니만 입는 추세다. 손윗동서 될 사람이 흰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었다고 신부가 “내 결혼식 망치려 했다”며 격분, 집안싸움으로 번진 경우도 있다.

30대 여성 이모씨는 “친구들에게 ‘내 결혼식에는 제발 예쁘게 입고 와달라’고 사정했지만 결국 검정 일색이더라”며 “남들에게 찍힐까 봐 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옳든 그르든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인격 살인 당하는 사회, 이렇게나 칙칙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72114?sid=102

댓글 5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X더쿠💚] 트러블 잡는 장벽 ‘한율 쑥판텐 크림’ 체험 이벤트 383 09.18 17,537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 (인증메일 안오면 스팸함확인) 07.13 1,125,02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26.08.30 아이디 판매 유도관련 추가) 24.04.09 14,162,44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4,535,47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60812 기사뉴스 저작권법 침해 강력 제재] 20.04.29 37,768,65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328,87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3 21.08.23 8,748,2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654,56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59 20.05.17 8,875,87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5 20.04.30 8,752,80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타회원 글/댓글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811,57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62079 기사/뉴스 ‘1년에 휴일 10일’ 지창욱, 일하느라 인간관계 단절 “아무도 전화 안 해”(비서진) 08:22 27
3162078 기사/뉴스 [그 영화 어때] 남자가 세상의 빌런이라는 영화 ‘인턴’ 08:21 71
3162077 유머 카르마 진짜 있음 1 08:20 197
3162076 이슈 아직 부산에 머물고 있다는 상어 1 08:20 191
3162075 팁/유용/추천 갤럭시 카메라 빠른게 켜는 방법 3가지 2 08:20 158
3162074 이슈 서현진 X 유연석이 재회한 드라마 <라이어> 티저 08:18 115
3162073 유머 야구선수가 일반인 여자친구 말투를 마스터하게 된 이유 08:18 299
3162072 이슈 오늘 결혼한다는 아이돌학교 유지나.insta 1 08:14 588
3162071 기사/뉴스 '인턴', 박스오피스 1위…최민식·한소희 연기 호흡 1 08:13 200
3162070 정보 카카오뱅크 AI 퀴즈 4 08:11 137
3162069 이슈 "김용범, 먼저 레버리지 도입 언급"…업계 사전 요청 없었다 5 08:10 276
3162068 이슈 김민하, 시한부役 위해 17kg 감량…“끝나면 체중계 갖다 버릴 거예요” 2 08:10 1,204
3162067 이슈 10년차 아이돌 예능 드립 수위 2 08:08 478
3162066 이슈 iOS27부터 영상 캡처할 필요없이 화질 그대로 이미지 저장 가능 3 08:06 557
3162065 이슈 요즘 치어리더 문화 너무 이상함 대만에서 돈 많이 주니까 오퍼 받고 대만 가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닌데, 노출이 심한 대만 치어문화를 겨냥해서 큰 계약 따내려고 한국에서부터 헐벗고 가슴이랑 엉덩이 흔들어대는 여자들 보면 너무 불쾌함 12 08:04 2,364
3162064 유머 여성들에게 서로 갈리는 것 17 08:03 1,273
3162063 정보 네이버페이12원 13 08:01 705
3162062 이슈 추석을 앞두고 어떤 결심을 한 듯한 이웃 주민 3 08:00 893
3162061 유머 나 모솔이라 모르는데 7 07:58 1,225
3162060 이슈 원더기가 듣고싶어서 올리는 신혜성&이지훈 - 인형 6 07:54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