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빠진 예능 속 ‘논알콜’ 유재석 평판 1위 지킨 비결 [스타와치]
지상파 예능, OTT, 유튜브 할 것 없이 '술방'(술 먹는 방송) 파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TV 방송 음주장면 모니터링'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청률 상위 드라마와 예능 556개 중 488개(88%)에 음주 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술을 마시는 장면이 전파를 탄 횟수만 1만 2018번에 이른다.
OTT로 넘어가면 2021년 인기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는 한 회 전체 분량(164분)의 35%에 달하는 58분간 음주 장면을 송출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티빙에 업로드된 콘텐츠 100편 중 82편에 음주 장면이 나왔다. 유튜브는 아예 '술방'을 전면에 내걸고 방송한다. 래퍼 이영지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신동엽 '짠한 형', 조현아 '목요일 밤', 성시경 '먹을텐데', 기안84 '술터뷰' 등이 모두 술 마시는 토크쇼다.
지난해 말 정부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6년 만에 보완하며 음주 행위가 과도하게 등장하는 콘텐츠의 어린이나 청소년 시청을 제한하고 화면에 경고 문구를 띄우라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구속력이 없는 게 문제다. 해외 사업자인 유튜브는 아예 이렇다 할 조치 없이 자율적 제재에만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고삐 풀린 채 '술 취한' 망아지와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술독에 빠진 예능 속 '논알콜' 간판을 걸고 브런치를 나눠 먹는 토크쇼가 있으니 바로 유재석이 원톱으로 이끄는 '핑계고'다. 다채로운 명분을 핑계 삼아 대화나 하자는 콘셉트로 출연자도 개그맨, 예능인, 배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유재석의 표현을 빌려 소위 '떠들어 재끼는' 게 핵심이다. 술 한 잔을 기울이는 대신 협찬받은 아침을 나눠 먹고 주종과 주량을 묻는 대신 기상 시간과 휴가 계획을 묻는다. 술이 빠지니 취기를 핑계로 선을 넘나드는 자극적인 대화도 없다. 어색하면 어색해하고 웃기면 방바닥을 구르며 웃는, 그야말로 토크를 위한 토크쇼다.
출연하는 게스트들도 "이런 방송은 처음이라 신선하다"고 호평하는 '핑계고'의 가치는 이미 조회수로도 증명됐다. 지난해 배우 이동욱이 출연한 에피소드는 조회수 1,315만회를 기록했고, 당해 연말 시상식은 누적 조회수 2억 3천만회를 넘어섰다. 화려한 세트장, 시끌벅적 게임, 요란한 음악 없이 유재석의 입담과 게스트의 참여만으로 웹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지상파 예능을 넘어 글로벌 OTT 플랫폼, 유튜브 등으로의 거침 없는 영역 확장과 1~2분 내외 쇼츠 강세 속에서도 30분이 넘는 미드폼 '핑계고'를 술 한 방울 없이 성공시킨 성과가 그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609/0000919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