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말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리고 일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다리가 많이 저려 MRI를 찍었는데, 디스크가 별로 안 튀어 나왔다네요. MRI(자기공명영상 촬영)를 잘못 찍은 건가요?”
최근 들어 부쩍 척추 관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고, 관련 병원도 많이 늘면서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은 허리 디스크’라는 공식이 널리 알려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다리가 저리다고 모두 디스크는 아니다. 다리가 저려 디스크 소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원인은 엉덩이 부위 신경이 눌려서 나타난 통증이다. 그래서 다리 저림과 다리 통증의 원인을 엉덩이에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디스크부터 살펴보면, 디스크는 척추 사이에 있는 물렁한 구조로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해준다. 없다면 움직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꼭 필요한 존재다. 문제는 디스크에 반복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서 디스크도 병이 든다는 사실이다.
건강한 디스크는 안쪽에 수핵이라고 하는 물이 풍부한 부분을 쫀쫀한 실타래 같은 섬유륜이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충격으로 섬유륜이 비틀리거나 찢기면 안쪽의 수핵이 밖으로 밀려 나오게 된다.
다리가 저린데 디스크가 아닌 경우는 엉덩이 부근의 근육에 의해 신경이 눌리는 것이다. 이때 누르는 근육이 ‘이상근’이다. 좌골신경이라 불리는 큰 신경은 엉덩이 깊숙한 곳을 지나가는데, 이 위나 사이에 ‘이상근’이라는 두툼한 근육이 있다.
이 근육은 엉치뼈와 허벅지 뼈의 윗부분에 이어져 있어 엉덩이 관절을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상근’은 우리가 서 있거나 걸어갈 때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절룩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다.
만약 MRI로 봤을 때 디스크가 많이 튀어나오지 않았는데 다리가 심하게 저린 다거나, 다리가 저려 디스크를 치료했는데도 통증이 잘 안 줄어드는 경우 그리고 허리를 움직이는데 다리가 크게 아프지 않은 경우는 ‘이상근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상근 증후군’에 특히 취약한 분류가 있다. 일명 ‘짝궁둥이’라고 불리는 골반이 틀어진 사람이다. 또 엉덩이 근육이 빈약해 ‘납작 엉덩이’라고 불리는 사람, 팔자걸음을 걷거나 바지 뒤 호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는 사람, 오랜 시간 앉아서 사무를 보거나 운전을 하는 사람, 자주 다리를 꼬는 사람, 걸을 때 발목이 안쪽으로 무너지는 평발 등으로 모두 엉덩이 근육이 늘어져 약해졌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가령 납작하고 빈약한 엉덩이에 붙어 있는 근육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상근’을 혹사 시키게 된다. 겉근육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안쪽의 근육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해 힘이 든다
또 팔자로 걸으면 이상근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다리를 꼬면 이상근은 늘어지면서 긴장을 한다.
누워있을 때, 다리를 살펴보자. 이상근이 짧아지면, 한쪽 다리가 바깥쪽으로 돌아가 발이 눕혀진다.
그렇다면 치료 및 예방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테니스 공을 이용한 자가마사지법이다. 누운 상태에서 눌러 아픈 엉덩이 부분에 노란색 테니스 공을 깔고 누워 보자. 그리고 체중으로 지그시 눌렀다가 떼는 것을 반복하면 통증 완화에 꽤 큰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도 한 방법이다.
일단 누워서 무릎을 굽혀 세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굽혀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린다. 이 상태에서 다리를 가슴 쪽으로 당겨 엉덩이 근육이 펴질 수 있도록 10~30초간 유지한다. 스트레칭 할 쪽의 손으로 무릎을 잡고 반대쪽 손으로 발목을 잡는다. 엉덩이 관절을 90도 정도 구부린다. 무릎은 바깥쪽으로 발목은 안쪽으로 당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상근 증후군’은 허리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등 다른 질환과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 만큼 아플 때 서둘러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tip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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