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난 여자 좋다” 부용이 왜 사라졌나…드라마 ‘정년이’ 원작 웹툰 비교 [선넘는 콘텐츠]
6,000 18
2024.10.28 17:12
6,000 18
IyrqMY

“울지 마쇼. 이쁜 얼굴 마 미워져부렀나.”

1950년대 서울의 한 거리. 사내아이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소녀 윤정년은 가냘픈 외모를 지닌 또래 소녀 권부용을 이렇게 위로한다. 부용이 거리에서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모습을 본 정년이 끼어들어 대신 싸워주고 구해준 것이다. 부용을 위로하기 위해 손수건까지 챙겨주는 정년은 실제론 여자지만 마치 숙녀를 보호하는 ‘멋쟁이 신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후 부용은 자신을 구해 준 소리꾼 정년에게 푹 빠진다. 부용은 국극 공연이 끝난 뒤엔 정년을 찾아가 “앞으로 영원히 널 응원할래”라며 백합(여성 동성애를 의미)을 건넨다. 정년이 국극단에서 쫓겨나 텔레비전 방송국으로 전향하러 간 뒤에도 정년이 대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빨리, 빨리 (공연을) 내게 보여줘. 내가 아직 여학생이어서, 너를 진심으로 축하해줘도 이상하지 않을 때”, “난 그때 지독한 마법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에로스의 화살이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온 사랑의 묘약 같은”라는 부용의 대사에 비춰보면 둘 이야기를 사랑이라 봐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여자가 좋다”, “여자애들은 여자 ‘친구’를 사귄다. 자라면 여자가 된다” 같은 부용의 혼잣말에서 느껴지듯 2019~2022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웹툰 ‘정년이’엔 동성애 코드가 농후하다.


● “나의 사랑”…레즈비언 캐릭터, 퀴어 코드 지워

하지만 12일부터 tvN에서 방영되며 12.7%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엔 부용이란 캐릭터가 아예 없다. 원하는 작품만 골라볼 수 있어 동성애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웹툰 플랫폼과 달리 채널을 돌리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드라마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구성 인물에 변화를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지난해 3월 국립창극단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창극 ‘정년이’과는 다른 각색이다. 당시 창극에선 정년과 부용의 동성애 코드도 가감 없이 담겼다. 부용이 부모의 바람에 따라 남자 약혼자와 결혼하자 정년은 상심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다. “나의 사랑”이라는 대사를 통해 둘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TcVgmH

● 마치 ‘대장금’처럼…여성 동료 간 경쟁 구도 부각

대신 드라마는 정년(김태리)이 성공하기 위해 라이벌 허영서(신예은)와 경쟁하는 구도를 부각했다. 웹툰이 정년, 영서, 부용의 3인 구도라면 드라마는 정년, 영서 2인 구도로 압축한 것이다. 특히 집안에서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영서는 정년을 꼭 이기려는 마음에 가득 차 있다. 타고난 소리꾼인 정년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영서가 소리 대결을 펼치며 성장하는 서사인 것. 여성 동료들 간의 경쟁이라는 익숙한 서사로 시청자의 시선을 끈 것이다.

드라마를 연출한 정지인 PD는 올 8월 언론 인터뷰에서 “각색 과정에서 부용이 사라졌지만 부용이 갖고 있던 정서는 다른 캐릭터에 녹이는 식으로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며 “드라마 대장금’(2003)의 장금(이영애)과 금영(홍리나)처럼 드라마 ‘정년이’는 정년과 영서의 관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최종적인 각색 방향은 작품 제목처럼 정년이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과 매란국극단 내부의 서사를 끌고 가야 한다는 거였다. 회차가 더 있었다면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 3년 동안 판소리 연습한 김태리

웹툰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배우들이 모든 배역을 맡는 여성국극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지만, 소리 없이 말풍선으로만 공연 장면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주제의식과 서사는 호평받았지만 각종 공연에서 등장하는 대사와 몸집이 부분 컷으로만 전달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드라마에선 배우들이 직접 부른 판소리가 시청자의 시선을 끈다. 예를 들어 ‘춘향전’에서 정년은 “방~자 분부 듣고 춘향 부르러 건너간다” 같은 대사로 너스레를 떠는 방자 역할을 제대로 소화한다. 김태리는 정년이를 연기하기 위해 3년간 판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전라도 출신 인물의 억양을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 주 2, 3회씩 목포에서 사투리 수업을 받기도 했다.

김태리를 가르친 소리꾼 권송희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김태리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지만 파워풀 해 소리꾼으로서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며 “변신하고 싶어하는 욕심과 열정이 느껴져서 함께 정년이를 찾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며 지도했다”고 했다. 국극 무대를 만든 박민희 공연연출가는 “국극은 한국 최초로 미러볼을 사용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하면서도 세련된 공연을 선보였다”며 “국극 무대가 만들어내는 환상적 에너지가 화면을 통해서도 전달될 수 있게 노력했다”고 했다.


● 사제-모녀 서사 확장

인기 국극 배우인 문옥경(정은채)의 역할을 키워 사제 서사로 확장한 것도 각색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웹툰에서 정년은 목포에서 서울로 상경한 뒤 옥경을 만나지만, 드라마에선 옥경이 목포의 시장판에서 우연히 재능 넘치는 정년을 발굴하고 국극을 연습시킨다. 

정년이 어머니인 채공선(문소리)의 비밀에도 차이가 있다. 원작은 처음부터 정년이가 채공선의 딸인 것을 알고 있다는 설정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정년이가 극단에 들어온 이후 나중에 가서 채공선의 딸임을 알게 되는 것으로 변했다. 원작은 정년이가 어머니의 판소리를 어려서부터 자주 들어왔다는 설정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정년이가 어머니의 비밀을 모르고도 타고난 소리꾼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녀 갈등의 극적 긴장감을 높인 셈이다.


https://naver.me/xiqgwXLM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힌스X 더쿠🌙] 그동안 없었던 신개념 블러링 치크🌸 힌스 하프 문 치크 사전 체험단 모집 465 03.13 25,27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77,02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52,11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65,20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290,19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5,46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17,57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1,57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2,59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2,25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09,38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1068 기사/뉴스 [단독] "발달장애 동생, 연애할 수 있을까?"…고혜린 PD가 늦기 전에 시작한 이야기 ('몽글상담소' 인터뷰①) 03:58 47
3021067 유머 "유니섹스라니, 변태세요?"....MZ세대 문해력 대참사 3 03:56 110
3021066 유머 당황스러운 치과 몰래카메라.gif 03:52 207
3021065 유머 옛날에 밤에 유리창에 많이 보였던거 3 03:45 526
3021064 정보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임종언 남자1500m 금메달 5 03:43 307
3021063 이슈 미쓰에이 페이 근황 jpg 6 03:36 1,332
3021062 이슈 일단 레전드 그 자체였던 KBS판 김익태 성우님 이종구 성우님 그대로 캐스팅한 것부터가 진짜 미친 감다살 이 순간만큼은 애니메이션 실사화가 아니라 진짜 정극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7 03:29 636
3021061 이슈 초등학교 5학년때 김광석 노래로 오디션 합격한 아이돌 1 03:21 697
3021060 유머 장항준 감독이 설경구 배우를 매장하려고 했던 진짜 이유 3 02:59 2,221
3021059 유머 안경에 자국을 남긴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아 3 02:49 1,558
3021058 이슈 그냥 어린이 영화일뿐인데...너 왜 울어? 8 02:40 1,626
3021057 이슈 맷라이프가 틱톡을 극혐하는 이유 17 02:31 1,922
3021056 이슈 군대가서 선임한테 여친 사진 보여줬는데 여친이랑 아는 사이였음.jpg 10 02:25 4,231
3021055 유머 [보검매직컬] 윤남노: 저는 젊은 사람들한텐 인기가 없어요. / 할머니: 왜? / 윤남노: 포동포동 돼지 같다고 / 할머니: 지금은 돼지 같은 놈이 한두놈이냐? 잘들 먹고 사니께 돼지지.. 우리 큰손자도 돼지다 20 02:19 3,194
3021054 유머 2026년 게임과 2018년 게임 그래픽 수준 차이ㄷㄷㄷ 19 02:11 2,878
3021053 유머 코 뺏어가서 개빡침 8 02:06 2,314
3021052 이슈 악수회 왔는데 너무 긴장해서 씨큐분이랑 악수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7 02:01 4,459
3021051 유머 휴게공간에서 큰테이블 합석했다가 언니들에게 덕담들음 5 01:58 2,234
3021050 유머 빨간 티셔츠를 입으면 곤란해지는 장소 10 01:56 2,091
3021049 유머 물흐르듯이 도움의 손길을 주는 중년여성 7 01:55 2,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