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할인’에 과세기준 정하는 세법 개정 추진
6개 대기업 재직자에게 4000억원 이상 거둘 듯
천하람 의원 “꼼수 증세”···정부 “서민 증세 아냐”
기업들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복리후생의 하나인 ‘직원 할인’ 제도를 정부가 내년부터 근로소득으로 규정해 본격 과세할 예정이다. 이러한 내용의 정부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전자 직원의 경우 1인당 평균 250만원 가량을 연간 근로소득세로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깨알 증세’를 추진한다는 지적과 함께 법인세·상속세 등은 놔두고 근로소득세만 겨냥한 것은 조세 형평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은 27일 삼성전자 등 국내 6개 대기업의 직원 할인 과세효과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으로 6대 기업 직원들로부터 약 4040억원의 근로소득세를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직원 할인이란 기업이 자사나 계열사 직원들에게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임직원 연차에 따라 최대 30% 신차 할인을, 삼성전자는 자사 가전제품 할인을, 항공사는 직원용 항공권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직원 할인 혜택이 시가의 20% 또는 연 24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금액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세법상으로도 직원 할인은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이지만, 그동안 명확한 과세기준이 없어 세금을 걷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각 기업은 연말정산에서 직원 할인 혜택에 대한 추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
천 의원실 추계 결과 삼성전자 직원들은 1인당 연간 253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4800명이 더 내야 할 근로소득세 총액은 3154억원이다. A사 직원들은 1인당 평균 241만원씩 총 633억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B사는 82만원, C사는 69만원, D사는 52만원, E사는 35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B~E사 직원들이 내야 하는 근로소득세 총액은 16억~148억원이다.
다만 납세자가 실제 내는 근로소득세는 천 의원실 추산과 다를 수 있다. 천 의원실은 6개 기업이 운영 중인 임직원 전용 쇼핑몰의 직원 할인율과 할인 총액 등을 토대로 임직원 연봉 평균값에 직원 할인금액 전체를 급여액으로 포함해 추산했다. 이 추산에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제공하는 직원 할인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세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도 직원 할인금액 과세에 대해 ‘추정 곤란’을 이유로 세수 추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과세 방침이 증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비과세를 명확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민 증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천 의원은 그동안 사실상 과세하지 않던 세원에 과세하는 것은 증세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십수년간 법인세는 깎아주면서 근로소득세를 늘려온 것이 조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6%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법인세는 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국세 수입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세목은 소득세(33.7%)로 법인세(23.4%)보다 10%포인트 이상 비중이 높다.
천 의원은 “정부가 세수 결손에 대한 근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면서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에게만 꼼수 증세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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