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목표로 정한 올해 해외건설 수주 400억 달러(한화 53조8000억원) 달성이 물 건너갈 위기다. 3분기까지 실적이 목표치에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서다. 3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은 어렵다면서도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해외건설협회의 '2024년 3분기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해외건설 실적은 전년 대비 10.3% 감소한 211억1000만 달러(28조5302억원)에 그쳤다. 이는 정부 목표치인 400억 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액수다. 이대로 가면 지난 2021년 306억 달러, 2022년 310억 달러, 2023년 333억 달러로 매년 3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던 실적도 꺾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안태준 의원은 산술적으로 올해 말까지 269억4000만 달러(36조2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투자 협력 성과를 강조하는 등 해외건설 수주에 열을 올렸지만, 그 결과는 매우 처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목표 달성에 먹구름이 드리운 이유는 북미·태평양 지역과 아시아 지역의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중동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저조한 성적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은 119억4100만 달러(16조2026억원)로 전년 대비 49.5% 늘었다. 중동 수주 비중은 전체의 56.6%를 차지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삼성E&A가 수주한 60억8000만 달러(8조2171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가 중동 실적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카타르 알 샤힌 유전 프로젝트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힘을 보탰다.
◆ 북미·태평양 지역 등 부진…전체 실적 영향
그러나 북미·태평양 지역과 아시아 지역은 실적이 부진했다. 북미·태평양은 26억7300만 달러에 그쳤다. 전년(74억2200만 달러) 대비 약 64% 줄어든 액수다. 이는 지난 2022년 8월 발효된 감축법(IRA)과 칩스법(CHIP) 등의 영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신규 발주가 줄어든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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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400억 달러로 정했다. 오는 2027년까지 500억 달러 수주를 달성시키겠다는 로드맵도 꾸렸다. 그러나 현재 목표치에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한 현실에서 남은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목표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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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토연구원은 '해외건설의 성과와 지원정책 평가: 해외건설 1조 달러 시대를 위한 시사점' 자료를 통해 "현재 정부는 시장·공종 다변화를 위해 투자개발사업, 디지털 전환 등을 강조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동반 진출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견해 차이를 감안한 투트랙 전략을 수립·이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종별 기술개발·적용의 국내 현황을 파악하고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별해 해외에서 실증해 확산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중삼(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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