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상에 이 세 장면만 컷 해서 돌아다니는데
이 장면만 보고서 작가님이 편협하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전부터 좀더 자세한 설명을 공유하고 싶었음
캡쳐에도 그림 2개가 나오지만 궁금해서 박수근 화백 그림들을 더 찾아봤음
박수근 화백은 1931년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근현대 한국의 모습을 주로 그렸다고 함
어머니가 일 하느라 돌보지 못 하는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는 소녀
옆에 두장은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시장에 나와 장사하는 여인들 그와중에 저 뒤에 있는 분은 갓난아이까지 안고 나와서 일하시는 중
등에는 아기 업고 머리에는 바구니 얹고 다니는 아낙네들
바깥에서 돈만 벌어오는 게 아니라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로 쉴새 없는 여인들
그럼 박수근 화백이 그린 남자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우두커니 멍하니 앉아있는 남자들
장기두는 남자들
노상에서 뒷짐지고 편하게 다니는 남자들
곰방대 피우는 것도 눈에 들어옴
박수근 화백 작품들 중에 남자들이 제일 역동적인 그림....
농악을 울리며 노는데는 가장 열심히임
이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핫게에서 본 한 유럽인이 구한말 조선을 보고 쓴 글이 생각나서 찾아봄
-이들은 자기들끼리도 그렇지만 낯선 이방인에게도 매우 정직하다. 절도와 강도는 비교적 드물며, 살인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5년간 전체 구역에서 살인은 두 건밖에 없었다.
-25만 명 가량이 거주하는 대도시 중에서 5만 여 채의 집이 초가지붕의 흙집이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남녀 할 것 없이 모든 주민들이 흰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보다 더 더럽고 똥 천지인 도시가 어디에 또 있을까?
-중국이 아닌 다른 민족을 이웃으로 두었더라면 오늘날 조선인들은 기본 교양과 교육에서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조선의 '학자'들은 현재 수많은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중국어, 즉 현대의 공용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전혀 발음할 수도 없고 말해온 적도 없는 왜곡되고 장식이 많으며 부자연스러운 문어를 쓴다.
-이른 아침이나 오후 또는 저녁에 비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나는 남자들이 일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집 안이나 집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중국식 파이프를 입에 물고 빈둥거리거나, 골목길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놀거나 잠을 잤다.
-반면에 작고 추하며 고생 때문에 여윈 여자들은 살림을 도맡으며 요리하고 빨래를 했다. 모든 노동은 여자들의 몫이다. 바로 여기서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민족일수록 문화수준이 낮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조선의 여성들은 짐 싣는 동물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다. 남자들은 이른바 노예를 갖기 위해 여자와 결혼한다.
-조선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관심조차도 기울이지 않는 게 분명하다. 조선의 여자들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남자들의 노리개였다가, 나중에는 노예 상태가 된다.
-조선인들은 12세기에 벌써 서적 인쇄술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책 한 면을 나무판에 새겨 압착기를 사용해 인쇄했다. 일본인들은 이들로부터 이 기술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지 못했다.
-자신들의 언어와 문학에 대한 연구나 지리와 자연에 대한 지식은 완전히 경시되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이 글자를 쓸 줄 아는데, 이는 예를 들어 이탈리아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조선인들의 내면에는 아주 훌륭한 본성이 들어 있다. 진정성이 있고 현명한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랄 만한 것을 이루어낼 것이다. 물론 이들의 이웃인 잽싸고 기민한 일본인들처럼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더라도, 한때 이들의 군주국이었던 중국보다는 훨씬 빠를 것이다.
출처)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박수근 작가가 그린 그림들보다 반세기는 앞서 유럽인이 쓴 여행후기인데
그냥 박수근 작가가 그린 그림을 삽화로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기시감
박완서 작가님의 말씀대로 하이퍼 리얼리즘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