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연 정윤지 기자] “빨리 좀 지나가세요.”
지난 7일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80대 A씨는 자전거 무리로부터 재촉하는 말을 듣고 불쾌감을 느꼈다. A씨는 “평소처럼 산책을 나왔는데 보행자가 우선이어야 할 횡단보도에서 재촉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근처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김모(30)씨도 “부딪힐뻔한 적도 많다. 사람이 지나가고 있으면 횡단보도에선 좀 멈춰줘야 하지 않느냐”며 걱정을 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정한 우리나라 자전거 이용 인구는 1340만명에 달한다. ‘1000만 러닝 시대’라고 불릴 만큼 러닝 인구도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전거·러닝 등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기는 동호회(크루·Crew)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다른 시민들을 배려하지 않는 동호회들의 활동으로 도심 곳곳에서 갈등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남들을 배려하는 운동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반포 한강공원, 망원 한강공원 등에선 동호회 인파로 인한 위험한 상황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잠수교 인근에서 빠른 속도로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인도로 넘어온 남성은 사람이 많은 곳을 향해 직진하다가 아슬아슬하게 피해 갔고 망원 한강공원 인근에서는 한강 공원에 가려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 채 인도를 질주하자 급하게 한 남성이 자전거에 부딪힐뻔한 어린 딸을 안아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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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도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경복궁, 종로나 강남·용산 등 도심 대로변 코스를 찾는 동호회가 많아지면서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박영준(30)씨는 “경복궁 인근에서 도심런(도심과 Run(달리기)의 합성어)을 즐기는 동호회를 봤는데 수십 명의 회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등이 빨간 불로 변해도 차를 막고 남은 사람을 다 건너게 하더라”며 “60~70명이 모이는 크루가 줄도 안 맞추고 좀비처럼 뛰는 경우도 봤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회원 100명을 이끄는 러닝동호회 운영진 B(33)씨도 “끝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횡단보도에서 신호에 걸릴 때 위험하긴 하지만 페이스가 중요해 속도를 줄이기보다는 유지하려다 보니 사고 위험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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