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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계간 '문학동네'에 실린 '침묵'이라는 자전소설에서 화자인 작가는 결혼한 지 2년이 되어가던 겨울, 남편과 아이를 낳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가는 "잔혹한 현실을 볼 때면 아이를 낳는 게 부모의 이기적인 선택은 아닌가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남편은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라고 되물으며 "그렇다면 한번 살아보게 한다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잖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작가는 "하지만 아이가 그런 생각에 이를 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왜 그렇게만 생각하냐"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단데,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냐"면서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냐"는 겁니다.
작가는 "느닷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며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수박을 베어 물 때 내가 아무런 불순물 없이 그 순간을 맛보았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는 작가, 그러면서 "그 수박의 맛이 그날 이후 나의 화두가 되었고, 내 단단한 마음에 금을 그어 간 균열의 처음이 되었다"며 "인생의 중요한 일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결정되기 시작한다는 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썼습니다.
이 대목에서 누리꾼들은 "너무 낭만적"이라거나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삶을 고통으로 인식하던 작가가 남편의 말에 삶에서의 진실한 즐거움을 상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가 과거 듣다가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알려진 '악뮤'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작가는 2021년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문학동네 유튜브에 나와 "초고를 다 쓰고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며 "아는 노래였는데도 마지막 부분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라는 가사였는데, 바다가 다 마르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떠올라 갑자기 택시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회상했습니다.
곽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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