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말해 본 사람/모든 걸 버려본 사람/위로받지 못한 사람/당신은 그런 사람/그러나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2007년 한강이 직접 가사와 곡을 쓰고 노래까지 부른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중 일부다. 차분히 읊조리듯 부르는 한강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그가 그해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사진)의 부록으로 실린 CD 음반에 담겼다. 한강은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멜로디를 녹음했다가 전문가의 도움으로 악보로 옮기는 과정을 거쳐 10곡을 만들어 냈다. 장르는 첼로, 피아노 등의 반주가 곁들여진 팝 발라드. 그는 2019년 인촌상 수상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에 만들고 불렀던 노래들을 담담하게 다시 녹음해 보고 싶다. 그사이 새로 만든 노래들도 넣고, 음반 제목은 오래전 봤던 연극 대사 ‘안아주기에도 우리 삶은 너무 짧잖아요’로 하고 싶다”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에 곡조가 붙으면 노래가 되듯, 예부터 음악과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16년 미국 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탄 이유다. 한강이 노래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에 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렸을 적 종이건반을 누르며 피아노를 배웠다는 한강은 요즘에도 자택에서 종종 피아노 연주를 즐긴다고 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잠시 머물 당시 숙소가 있는 2층에 어렵사리 피아노를 들여놓았을 정도.
한강은 특히 집필할 때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는 2021년 문학동네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음악이 가진 정서가 있는데 그 정서가 ‘그래, 나 이것 쓰고 싶었어’라고 문득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별하지 않는다’ 집필 당시 들은 노래들을 소개했다. 그중 한 곡이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한강은 “초고를 다 쓰고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며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지 하고 듣는데 마지막 부분의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가사는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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