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방암 진단 환자의 중간 나이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40대 이하 젊은 층의 발생률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고령 중심의 서구와는 확연히 다른 발병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유방암 발병률은 한동안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학계는 전망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오는 12일 제주도 그랜드조선제주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인 유방암의 현주소'를 공식 발표한다고 11일 밝혔다.
학회가 국가 암 등록사업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방암은 한국인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종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4.6%씩 발생률이 증가해 2021년 기준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연간 10만명당 68.6명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3만665명(여성 3만536명, 남성 129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여성 암 발생의 21.8%를 차지하는 수치다.
올해 유방암으로 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국내 여성 암 사망의 9.2%(4위)에 해당하는 10만명당 5.8명으로 예상된다. 미국(10만명당 12.2명), 영국(10만명당 14명), 일본(10만명당 9.7명)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사망률이 낮은데 국가 건강 검진 활성화로 인한 조기 진단의 증가, 유방암의 특성에 맞는 표준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령대별 유방암 발생률을 보면 2021년 기준 40대 유방암 환자 수는 8589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50대 8447명, 60대 5978명, 70대 2611명, 30대 2096명 순이다. 유방암 진단 중간 나이는 2000년 46.9세에서 2010년 이후 50세를 넘어선 뒤 지속해서 높아져 2021년 53.4세를 기록했다. 인구 고령화 추세 속 폐경 후 유방암 환자 수가 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다만, 미국과 같이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는 '서구화 패턴'으로의 변화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박세호 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50대 초반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그 이후로는 점차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다"며 "서구와는 다른 양상으로 향후 발생 양상을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유방암 진단 나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젊은 유방암'이 줄지 않는 이유로 서구화된 식생활과 음주·흡연 등 생활 습관의 변화, 운동 부족, 비만, 유전력 등을 꼽았다. 여기에 늦은 결혼이나 비혼 여성의 증가, 출산율의 저하와 수유 감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에 따른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의 증가에 따른 치밀 유방 여성 증가 등이 더해지면서 폐경 이후 유방암 진단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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