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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이미 두부로 경연장에서 쓴맛을 본적 있는 최강록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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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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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학원에 학생이 아닌 직원으로 다닐 무렵, 서른네 살의 삶은 너무 무료했습니다. 일본에서 요리를 배워왔는데 나는 어느 정도의 셰프가 될 수 있는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가 아니라, 그보다 2년 전 일본의 어느 요리대회에 출전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어느 요리사단체에서 주최하는 것이라 일본인들만 지원을 하는 대회였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요리를 완성해서 그 자리에서 심사를 받는 일종의 ‘요리 백일장’인데요. 저는 후쿠오카 지역예선에 참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후쿠오카 항공권이 제일 쌌기 때문이지요. 그해의 주제는 시금치, 무, 도미를 이용해 요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선은 그 요리를 각자 집에서 만들어 사진을 찍은 다음 서류와 함께 보내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1차 심사는 통과. 참가 통보를 받고 나서는 잠깐 고민을 하긴 했습니다. 교통비, 숙식비만 백만 원이 들 텐데, 지역예선을 거쳐 교토에서 개최되는 결선에서 1등을 해야 상금이 천만 원인데... 그래도 결국 후쿠오카로 갔습니다.


대회 날이었습니다. 한국인은 제가 최초라고 다들 신기해하면서 후쿠오카 지역방송에서 인터뷰도 했습니다. 재료는 미리 준비되어 있었고, 조건은 하나, 세 시간 동안 3코스 4인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요리는 도미맑은국, 오리고기와 시금치무침, 두부와 채소조림, 제가 할 수 있는 요리 중 최고의 난이도로 골랐습니다. 도미맑은국, 오리고기와 시금치무침은 무리 없이 진행됐지만, 문제는 두부와 채소조림이었습니다.


레시피는 이랬습니다. 우엉을 삶아서 맛을 들인 다음, 바늘로 파내서 빨대처럼 만듭니다. (그냥 예쁘게 보이려고요.) 그리고 두부의 물기를 빼고 나서 마를 넣고 절구에 갈아 (그냥 부드럽게 하려고요.) 페이스트 상태로 만든 뒤 간을 합니다. 거기에 속을 파낸 우엉과 새우살을 넣고 김발에 말아 찜통에 찌면 우엉의 모양이 살아 있는 둥그런 두부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만 50분이 넘었습니다. 특히 두부를 절구에 가는 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습니다.


결과는 타임오버. 담다가 끝났습니다. 제출은 했지만 실격이 됐습니다. 백만 원을 쓰고 실격이 되어서 온 겁니다. 한국에서 연습할 때는 됐는데, 두부는 대회 주제도 아니었는데, 그놈의 두부를... 그놈의 절구에만 안 갈았어도... 그날 밤, 창피하고 속상해서 술을 엄청 먹었습니다. 주변에도 그냥 떨어졌다고만 얘기했지, 실격당했다는 사실은 차마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주최측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다시 도전해보라고요. 그 연락을 받은 게 하필 <마스터셰프 코리아> 결승 당일이었습니다. “저기, 제가 지금 거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두부는 저에게 아픔을 주었지만 교훈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대회가 계기가 돼서 두부를 좀더 공부해보게 됐습니다. 두부는 맛도 담백하고 다루기도 쉬워서 다른 재료들과도 두루두루 어울려 응용하기도 편합니다. 그러고 보면 성격이 좋은 재료 같습니다만, 사실 금방 쉬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예민한 재료이기도 합니다. 식당에서 일할 때 여름에 더운 주방에 두부를 꺼내놓고 잠시 다른 요리를 했는데, 그동안에도 쉬더군요.


두부의 색다른 식감을 원하시면, 한번 얼려보세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 다음 물기만 빼고 그대로 얼리는 겁니다. 얼어 있는 상태로 쓰는 게 아니라 완전히 언 것을 그대로 녹이면 표면도 거칠거칠한 스펀지 형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스펀지두부라고 부르는데요. 이 두부를 잘라서 튀기거나 조림을 해도 새로운 맛이 되지만, 입자가 거칠어져서 국물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저는 국물요리에 넣는 걸 좋아합니다.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서 국물이 쫙 퍼지거든요. 작게 썰면 모든 국에 넣어도 되는데, 특히 육개장이나 우동 국물에 넣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제가 즐겨 만드는 두부 요리를 두 개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것들도 두부의 색다른 식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https://m.ch.yes24.com/article/view/2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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