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등에 밑반찬 양 줄이는 식당들
"손님들 채소 막 퍼다 먹어"
셀프서비스 폐지로 비용 절감도
서울 종로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45)는 최근 밑반찬으로 내주는 쌈채소를 없앴다. 최근 상추, 깻잎 등 채소 가격이 너무 올라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보쌈집에 쌈채소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손님들 항의가 빗발쳤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이 씨는 최근 상추 4㎏을 12만원대에 구입했다. 평년 2만~3만원에 비해 최대 6배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채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푸념한 그는 “가뜩이나 배추 값도 폭등이라 보쌈 김치 담그는 것도 부담인데 깻잎, 상추, 오이까지 줄줄이 올라 재룟값이 가게 운영 비용의 50%를 넘어섰다”며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공포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폭염과 가뭄 여파로 먹거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식당 인심이 팍팍해지고 있다. 밑반찬 가짓수는 물론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재료를 저렴한 대체품으로 바꾸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야 겨우 가게 유지라도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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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은 앞다퉈 반찬과 메뉴를 교체하고 있다. 김치 등 밑반찬으로 배추를 사용하는 일부 한정식 음식점은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나 열무김치로 메뉴를 바꾸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유모 씨(63)는 이달부터 직접 담근 배추김치 대신 열무김치, 깍두기로 대체했다. 유 씨는 “한 망에 8000원 하던 배추가 최근 한 달새 2만원을 넘어섰다”며 “손님들이 중국산 김치를 내놓으면 싫어해서 (메뉴를) 바꿨다“고 했다.
식당서 김치를 양껏 먹기도 어려워졌다. 회사원 김모 씨(45)는 미팅 차 식당에 들렀다가 김치 리필을 거절 당했다. 김치가 모자라 추가로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는데 난색을 표한 것이다. 그는 "김치를 더 달라고 하니 식당에서 한 소리 했다"면서 "배추 가격이 너무 비싸 두 번 이상 추가는 안 된다고 하더라. 동석한 지인도 최근에 유사한 사례를 겪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셀프 서비스였던 김치나 채소 밑반찬을 배식제로 바꾸는 것도 식당이 비용 절감을 위해 쓰는 주된 방법이다. 인천에서 대패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모 씨는 ‘채소 반찬 셀프바’를 없앴다. 쌈채소를 양껏 먹지 못하게 됐다고 핀잔을 주는 손님들도 있지만, 가게 사정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반찬 무한 리필’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상 다 먹지도 못할 만큼 퍼 가서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가 요청을 할 때마다 번거롭지만 조금씩 더 가져다주는 방식이 낫다는 얘기다. 박 씨는 “채소 가격이 올랐다고 하니 평소에 잘 못먹는 쌈채소나 나물 반찬들을 예전보다 더 많이 가져다 먹으려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평소에 상추나 깻잎 등을 한 박스 사놓으면 닷새는 너끈히 갔는데 하루를 채 못가 소진되는 것을 보고 당분간 셀프바를 치우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폐업을 고려하는 사장님들도 있다. 쌈밥집이나 고깃집 등 주로 채소 반찬이 많이 나가는 식당들이다. 인천에서 쌈밥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61)는 “올해 내내 채소 가격이 오르지 않은 때가 없는 것 같다”며 “물가가 뛴다고 해도 이정도로 오른 적은 처음”이라며 “인건비에다 월세, 전기세 등도 다 비싸졌는데 재료 물가도 쉽게 잡힐까 싶어 가게를 접을까 하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채소 값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쌈밥집 사장은 일부 쌈채소를 쌈무나 다시마 등으로 대체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한 고깃집 사장은 "상추 무한리필이냐는 전화를 받았다"며 황당해 했다. 채소 가격이 많이 오르자 식당에서 최대한 많이 먹고 가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이야기다. “상추, 깻잎 등이 너무 비싸 주말에 시골에 가 직접 따러 간다”는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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