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래(64) 셰프는 ‘흑백요리사’에서 탈락하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모두가 웃지 못하는 순간, 그는 홀로 웃었다. 덕분에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모두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대가의 품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4세 때 철가방을 들기 시작했다는 여 셰프는 올해도 웍을 잡은 지 50년이 됐다. 한국중국요리협회 회장을 10년째 맡고 있는 ‘중식요리의 대가’다. 유수의 요리경연대회의 심사위원도 도맡았다. 그런 그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경연자로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우승해야 본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걱정’을 이야기할 때 여 셰프는 ‘배움’을 거론했다. 그는 3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손사래를 치며 "부담은 없었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았다. 능력있는 셰프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하니, ‘보고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 셰프는 1:1 대결에서 ‘철가방 요리사’와 맞붙어 0:2로 져 탈락했다. 눈을 가린 채 심사를 했던 백종원은 결과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해야 한다"고 웃으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여 셰프에게 함께 경연을 치른 철가방 요리사는 큰절을 올렸다. 여 셰프는 "나도 철가방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철가방 요리사와의 대결을 선택했다. 큰 절을 올린 그 친구는 대단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뿌듯하다"면서 "백종원 심사위원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고 ‘진짜 당황하셨구나’ 느꼈다. 참 재미있는 요소였다"고 크게 웃었다.
"출연을 후회한 적 없다"는 여 셰프는 ‘흑백요리사’를 통해 다시금 요리와 요리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인식이 개선되는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쉴틈도 없이 이제는 SBS 예능 ‘물려줄 결심’에서 요리 후계자를 찾기 위한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흑백요리사’에서도 자신의 승리보다는 함께 출연한 수제자 ‘중식여신’(박은영)의 요리 과정을 더 유심히 지켜보며 응원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100명의 셰프가 운영하는 업장의 예약이 꽉 찼다고 하더군요. 우리 식당도 ‘한번 먹고 싶다’고 하는데, 예약이 안 잡힌다고 해요. 보통 이렇게 유명세를 타면 3개월 정도 갑니다. 요즘 외식업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데, 짧고 굵게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늘고 길게 가길 원합니다. 모든 요리사들이 힘을 합쳐 이 절호의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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