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 줄 평 :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자, 유죄.
당신은 ‘보통의 가족’입니까. 두 시간 내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단연코 자신 있게 ‘나는 보통’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가족’으로 엮인 이들이 ‘폭행 치사 사건’에 얽히면서 겪는 내적 변화를 촘촘하게 엮어낸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이, 다크초콜릿보다 더 딥(deep)한 화두를 던진다.
‘보통의 가족’은 저마다 신념을 갖고 살던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지수(수현) 부부, 의사 재규(장동건)와 연경(김희애) 부부가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서스펜스물이다.
잘 짜인 올가미 같다. 사회적 가치가 서로 다른 4명의 인물이 자녀들의 폭행 치사 사건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과정을 아주 촘촘하고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올가미로 휘감아버린다. 유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에서 특유의 섬세한 터치를 보여줬던 허진호 감독 역시 소품 하나, 대사 하나 허투루 배치하지 않고 정확하게 ‘수미쌍관’ 형식으로 전개, 안정된 구조를 완성한다. 덕분에 자극적인 소재와 강렬한 엔딩에 도파민만 터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전달하려는 깊은 메시지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란 질문을 계속 곱씹으며 고민할 수도 있다. 그만큼 여운이 길다.
간간이 첨가된 블랙코미디 요소는 무거운 무게를 조금이나마 환기한다. 가족 간 서열이나 경제력 차이에서 오는 묘한 신경전은 공감을 잡는 한편, 웃음보를 자극하는 데에 주효하다. 일상에서 잡아낸 아주 소소한 디테일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한편의 문학을 깊게 들여다본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이는 관객 취향을 고려한다면 양날의 검이다. 팬데믹 이후 바뀌어버린 극장 소비 패턴 때문이다. 큰 스크린에서 극장용 문학을 소비하는 것을 즐기는 이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겠지만, 가볍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진득하게 앉아 어둠 속에서 여러 생각할 거리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선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작품의 축을 이루는 네 명의 배우들 밸런스는 안정적이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은 저마다 목적과 신념이 다른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다음 달 9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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