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니메이션에서 세상을 배웠다.
어린 시절 나와 늘 함께 있었던 만화 속 세상
내 유일한 도피처가 되어주었던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고,
웃어야..울지 않을 수 있으니깐.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싶었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뛰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지도, 아파도 참지 않아도 되는
언제나 신나고 두근거리는 일만 일어나는 그런 세상에.
그런 세상에 속할 방법이 있을까?
그런데 나에게 꿈을 만들어 준 아이가 나타났다.
첫만남부터 짜증났던 애.
버스에서 내릴 때 챙겨주고, 교문까지 부축도 해주고,
지각했을 때 독박도 써줬는데 비웃고 간 재수없는 자식.
다신 얽히고 싶지 않았는데 내 친구 혜지가 걜 좋아한단다.
혜지는 걔가 어디가 좋은걸까?
얼굴 쪼끄맣고 눈은 쓸데없이 길고 코는 불필요하게 높을 뿐
잘생긴 것도 아닌데.
거기다 편지를 10통이나 받아 놓고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누군갈 좋아해 본적 없는 거 같은 머리만 즇고 인간미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애.
나라면 그딴 애 절대 좋아하지 않을텐데.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면 이홍주가 아니지.
뭐든 한다. 내사랑을 위해!
드디어 오늘 디데이다.
편지셔틀로 어렵게 부대주소도 얻었으니 이젠 직진이다.
어렵게 학교를 빠져 나왔는데 얜 또 어디서 나타난거지?
왜 날 따라온거야?
뭐 나랑은 상관없지, 난 고백만 하면 되니깐.
그래도 고백도 실패하고 집에도 못가고 절망스러운 순간
혼자였음 많이 무서웠을텐데, 함께 있으니 든든하다.
피치못할 사고로 구덩이에 빠졌지만 둘이라서 무섭진 않다.
졸지 않기 위해 시작한 진실게임
그 애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였어‘
전교 1등인 그 애와 전교 꼴등했던 내 사이에
접점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 애와 말이 통한 순간
즐거웠다. 그리고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이제 드디어 진로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애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된 그 순간.
나의 진로계획서 한 켠에 자리 잡은 강후영.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건 꿈이 생겨서일까, 내 어깨에 기대 잠든 이 애 때문일까?
강후영, 네 꿈 나 줘라.
너의 꿈 내가 이뤄줄게.
내가 너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게.
드라마 우연일까 갤러리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