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모아 내걸린 배너로 ‘응원 성지’됐던 하이브 앞
서울서부지검은 음주 운전 혐의를 받는 아이돌 그룹 BTS멤버 슈가(본명 민윤기·31)를 지난 10일 약식기소했다. 민씨는 지난달 6일 서울 용산구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몰다 경찰에 적발됐고 지난달 30일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슈가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형사 처분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BTS 팬덤인 ‘아미(ARMY)’도 내홍을 겪었다. 면허 취소 수준으로 음주 운전을 한 그에게 ‘범죄자는 그룹을 나가라’고 하는 이들이 있었던 반면 ‘다친 사람도 없는 범죄 혐의에 대해 책임을 지나치게 물어서는 안된다’는 이들도 있었다.
BTS 해외 팬들은 경찰이 사건 조사를 마무리할 무렵부터 “이제는 격려하고 응원할 시간”이라며 주로 슈가 지지와 응원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는 해외 팬들이 페이팔(paypal) 등 창구로 모은 후원금으로 마련된 각종 응원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사옥 앞 가로등에는 응원 문구가 적힌 배너 광고가 설치됐고 사옥 앞 도로에는 민씨를 응원하는 문구가 재생되는 전광판을 실은 트럭도 주차 돼있었다.
‘성지 순례’차 현장을 방문한 국내 팬들은 ‘슈가 탈퇴는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유모(49)씨는 “국내 팬들이 슈가 탈퇴를 주장한다고 하는데, 속한 팬 모임에서 슈가 탈퇴를 주장하는 사람은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며 “어디서 나온 여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모(31)씨는 “영향력 있고 유명한 사람에게 도의적 책임 묻는 것은 알겠지만 정치인들은 술 먹고 음주운전 허다한데도 자리를 지키지 않느냐”면서 “잘못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잘못한 만큼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BTS 덕분에 한국이 좋아져 관광 중이라는 해외 팬들도 관광 명소처럼 현장에 들렀다. 마사 몰리나르(40·멕시코)씨는 “BTS가 좋아 한국에 와서 10일째 관광 중”이라며 “한국을 정말 좋아하지만 이런 심한 여론몰이는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비난하고 잘못 따지기보단 용서하고 응원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A씨(33·일본)는 “엄격한 것(strict)과 가혹한 것(harsh)은 다르다”면서 “한국은 연예인에게 어느 수준까지 윤리적인 책임을 따질 것인지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가로등에 내걸린 배너는 용산구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10분쯤 철거했다. 구 관계자는 “가로등에 배너를 매달려면 구에 신고를 한 후 내거는 것이 적법한 절차인데 외국인 팬들이 한국 법을 잘 모르다 보니 무단으로 설치했던 것 같다”고 했다. 철거 장면을 지켜보던 스에무라 메구미(50·일본)씨는 현장에 나온 구 관계자에게 부탁해 철거한 배너를 한 장 얻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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