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이태원 언덕길 꼭대기 주택들 인기
평당 8000만원 선 호가
외국인 렌트로 살고 서울 집값 높아져 호가↑
“한남동 고급주택 영향력 확장·희소가치↑”
5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로55길에 위치한 단독주택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서영상 기자] “한남동 단독주택은 330㎡이상이 기본이고 평당 1억원에서 1억8000만원까지 해요. 매물도 한 두개 밖에 안 나와요. 이태원역쪽이나 경리단길쪽으로 올라가면 빌라가 많은데 그쪽도 최근 가격이 올라 3.3㎡당 8000만원 정도 하네요.” (한남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5일 오후 방문한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는 넓은 대지면적의 고급 주택들이 즐비했다. 높은 담벼락과 곳곳에 설치된 CCTV로 보안이 철저하고 차고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두세대 주차돼 있는 모습이었다.
‘이태원 언덕길(이태원로 55길)’의 단독주택들은 삼성 이재용 회장·SK 최태원 회장·신세계 이명희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명희 회장의 자택은 지난해 공개된 개별주택공시가격에서 309억1000만 원으로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에 오르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도 개별주택공시지가 200억원대에 달하는 지하 4층~최대 지상2층, 대지면적 969㎡의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언덕길에 위치한다고 해서 가격과 규모가 모두 이렇지는 않다. 언덕길을 따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외국 대사관과 대사들이 사는 단독·공동주택들을 볼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주한 아제르바이잔·벨라루스·벨기에 대사관 소속 대사들과 가족이 이곳에 위치한 대지면적 396㎡ 안팎의 주택을 렌트해서 몇년간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태원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외교관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1년 단위로 주택 규모에 따라 월 600만~1200만원 선납 계약해서 산다”며 “보통 4년 정도 대사 활동하고 후임자 받은 뒤에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로55길의 풍경. 골목길을 따라가보면 대사관들이 위치해 있다. [정주원 기자]
기업 총수들이 거주하는 ‘리움미술관’ 주변 한남동 고급 단독 주택 단지에서 멀지 않은 인근 집들이 고급화 확장 호재를 누리고 있다. 한남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회장들이 사는 곳은 연면적 2236㎡이상으로 몇 군데 밖에 없고 매물도 없다. 그 외의 고급 주택은 유엔빌리지나 순천향대학교 쪽에 있다”며 “이태원 언덕길 꼭대기 쪽은 경사가 가파르고 차가 진입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었는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여기도 많이 찾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무소에서도 “현재 경리단길 쪽 언덕길에 전용 252㎡ 5층 통임대 매물이 호가 35억에 나와있다”며 “전에는 29억원에 거래 됐었는데 찾는 사람 많아지다 보니 집주인이 가격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최근 강남·반포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상승하며 아파트 대체재로 이태원 언덕길에 위치한 단독주택·공동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전언이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래량이나 매매 수요가 올초에 비해 30프로 정도 증가한 상황”이라며 “기업총수·연예인들이 거주하는 곳에 나도 산다는 희열을 느끼고 싶은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더해 이태원·한남동은 고정된 외국인 거주자 수요가 있고 주택을 두세채씩 보유한 자산가가 주인인 경우가 많아, 집값 시세에 따라 호가를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특수성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다. 한남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6월부터 묵혀있던 매물이 빠져나가면서 현재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이태원·한남동 주택가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이자 다른 동네에 없는 문화 때문에 집주인이 집을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어 가격 오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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