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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새마을운동·반공 정책 일방적 두둔한 역사교과서, 채택률 높이기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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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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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2 교과서는 박정희 정부의 베트남 파병, 새마을 운동에 대해 ‘경제 발전’의 측면만 강조해 서술했다. “베트남 파병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현대화와 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과 차관을 받았다”, “베트남에서의 건설 사업 등에서도 한국 기업의 참여를 보장받게 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경제 개발 정책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쓰여 있다. 참전 군인의 고엽제 후유증, 베트남 민간인 희생, 베트남에 파견된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라이따이한 문제에 대해선 한 줄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반면 지학사는 ‘베트남 파병의 비극, 라이따이한과 고엽제 피해자’라는 별도 탐구자료를 제시했다. 리베르스쿨도 ‘베트남 전쟁의 명암’으로 베트남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표시한 그래픽과 고엽제를 살포하는 미군 비행기 및 고엽제 후유증 기사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해냄에듀는 2021년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한 참전 군인 류진성씨 사연을 담은 기사를 단락 하단에 첨부했다.

역사 교사 A씨는 통화에서 “역사 교육의 지향점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라며 “한국학력평가원은 경제 발전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식민사관과 비슷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다른 출판사들은 과거사 청산과 평화,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박정희 정부가 한·일 협정 체결로 흔들리던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베트남 파병을 실행했다는 측면도 서술하지 않았다. 한국학력평가원은 “6·25 전쟁을 도와준 나라에 보답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파병했다고 서술했다. 반면 동아출판은 “미국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안정시켰다”고 썼다. 1966년 브라운 주한 미국대사가 베트남 파병 대가로 한국 정부에 보상을 약속한 ‘브라운 각서’ 내용도 사료로 첨부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박정희 정부가 1970년부터 추진한 새마을 운동도 긍정적인 측면만 기술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벌어진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메우기 위해 실시한 운동이지만 결국 농가 소득이 크게 향상되지 못했다는 점, 새마을 운동이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됐다는 점을 배제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새마을 운동 관련 기록을 페이지 하단에 사료로 제시하면서 “새마을 운동 관련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를 생각해보자” “새마을운동에 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정리해보자”고 학생들에게 과제로 남겼을 뿐이다. 한국학력평가원을 제외한 나머지 검정 교과서 8종은 모두 새마을 운동의 한계를 함께 서술했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는 이승만 정권 시기 반공 정책을 옹호하며 정치 탄압을 우회적으로 정당화하는 서술도 담겼다. 교과서 필진들은 1958년 2월16일 부산발 서울행 항공기 ‘창랑호’ 납북 사건을 사료로 제시하며 “1950년대에는 북한의 공작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반공주의는 중요한 국가 안보 논리로 작용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1950년대 북한의 도발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조사하여 발표해보자”고 제시했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또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 후보였던 조봉암이 예상보다 선전하자 위기를 느낀 이승만 정부가 반공을 내세워 진보당을 해체하고 조봉암을 사형시킨 ‘진보당 사건’과 창랑호 납북 사건을 앞뒤로 배치해 정치적 탄압 측면을 희석시켰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꾸린 교과서 검증단 소속의 한 역사 교사는 “본문과 상관 없이 창랑호 납북 사건을 싣고 있다. 반공 정책 옹호 의도가 담긴 관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정 교과서들은 ‘반공을 내세워 독재를 강화하다’(동아출판), ‘반공주의로 민주주의를 억압하다’(해냄에듀), ‘남한에서 이승만이 장기 독재 체제를 강화하다’(지학사), ‘반공주의 강화와 이승만 정권의 독재’(리베르스쿨) 같은 소제목을 달아 진보당 사건을 다뤘다. 동아출판은 진보당 사건에 대해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민주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비인도적, 반인권적 인권 유린이자 정치 탄압 사건”이라고 발표한 문서와 2011년 대법원이 조봉암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도 사료로 첨부했다.

역사학계와 역사 교사들은 한국학력평가원 필진들이 ‘교육부 검정 통과’와 ‘학교 채택률 높이기’를 목표로 삼고 교묘하게 교과서를 기술했다고 본다. 뉴라이트 성향에 가까운 필진들이 모였음에도 검정을 통과하기 위해 건국절 등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관점은 빼고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명암을 납작하게 서술하는 정도로 그쳤다는 것이다.

실제 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교수와 이병철 문명고 교사가 2022년에 참여한 (사)역사연구원 학술세미나에선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을 우리의 뜻에 맞게 바꾸어 낸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집필기준에 맞춰 통과될 수 있는 검정교과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양질의 교과서로, 여러 종으로 말이다”(이한글 서울 영훈고 교사)라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사)역사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통화에서 “필진들이 자신의 철학적 입장과 달리 검정 기준에 맞춰서 썼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목표가 있다는 이야기”라며 “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하는 비율을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교사 B씨도 “검정을 통과해야 그 다음을 볼 수 있다. 일본 후쇼샤 교과서(우익 교과서)도 검정을 통과한 다음부터 극우적인 내용들을 교과서에 적극적으로 실었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18317?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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