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 항일거리에서 '역사부정 세력 규탄' 등을 내건 부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의 얼굴 그림에 참석자들이 물풍선을 던지고 있다. |
ⓒ 김보성 |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선 8월 14일, 부산시 동구 정발장군 동상 앞으로 100여 명의 시민이 노란나비가 달린 '평화우산'을 나란히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윤석열 규탄', '소녀상을 지키자'라는 손팻말까지 든 이들에게 "(현 정부의) 역사 부정이 도를 넘었다"라는 비판이 연신 터져 나왔다.
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벌어진 독립기념관장 임명 파장 탓인지 참석자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등은 이날 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 수요집회를 함께 열었다. 매달 둘째 주와 마지막 주 수요일 각각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엔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쳤다.
일제강점기 전쟁범죄를 증언한 피해자들을 떠올린 이들의 시선은 너나없이 한 곳을 향했다. 최근의 쏟아지는 '역사관' 논란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듯 참석자들은 "지금의 현실을 보면, 참담함을 넘어 분노스럽다"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사 사죄배상을 거부하는 일본뿐만 아니라 이를 바로 잡지 않고 여러 논쟁거리를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가 성토의 대상이 됐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번 행사의 마무리는 물풍선 세례였다. 준비된 발언이 끝나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얼굴 등이 그려진 그림판이 무대 앞에 등장했다. 사회자가 "이렇게 더운데, 우리를 더 덥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라며 행동을 제안하자 참석자들은 그제야 얼굴을 폈다. 이 퍼포먼스는 재료가 동이 날 때까지 이어졌다. 한 시민은 "윤석열은 혼나야 한다"라며 물풍선을 여러 번 던졌다.
8월 14일 기림의 날은 31년 전인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최초로 알린 날짜를 말한다. 이는 일제강점기 성폭력 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본의 사죄배상 거부 속에 피해자들의 숫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22년 이옥선(93) 할머니에 이어 지난해 1명이 더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생존 피해자는 한 자릿수인 9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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