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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2도 낮춰주는 게 어딘데···그늘막마저 지자체별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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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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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강원 강릉시 강릉역 앞 횡단보도에서 관광객들이 좁은 스마트그늘막의 그늘 안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지난 10일 강원 강릉시 강릉역 앞 횡단보도에서 관광객들이 좁은 스마트그늘막의 그늘 안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다른 폭염대책들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다수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그늘막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름철 거리 풍경이다. 그늘막은 폭염 시에 2도 넘게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쉽고 간단하면서 효과도 큰 대책이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크고 지역으로 갈수록 더 찾아보기 어렵다. 냉방기를 갖추지 못했거나 노후 주택에 살고 있는 고령 취약계층에게 필수적인 무더위쉼터 역시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폭염대책의 지역 격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 강릉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2.4도까지 올라갔던 지난 10일, 강릉역에서 도심 방향으로 건너기 위해 서있던 횡단보도 주변에선 나무 그늘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멀찍이 다른 횡단보도 주변에 설치된 작은 스마트그늘막에서는 관광객 6~7명이 좁은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관광객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려 하는데 그늘이 없는 횡단보도에 서있다보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면서 “그늘막이나 가로수 그늘만 있어도 조금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전남 나주의 한 그늘막 모습. 이홍근기자

지난 9일 전남 나주의 한 그늘막 모습. 이홍근기자

 


지난 9일 찾은 전남 나주도 비슷했다. 나주역과 나주시청이 있는 도심 지역엔 곳곳에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도심을 벗어나자 그늘막을 찾기 힘들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나주로 이사 온 A씨(30)는 “나주는 시골이다보니 건물이 다 낮아서 도로에 그늘이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원래 양산을 안 쓰는데 여기선 꼭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은 군데군데 카페도 많고 지하시설도 있어서 해를 피할 수 있는데 나주는 차가 없으면 다니기가 힘들다”고 했다.

 

■잠시 서 있을 그늘막도 지역별로 천차만별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강릉은 2012~2020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서 온열질환자의 길가 발생이 가장 많았던 도시다. 강릉은 1위로 34명이었고, 의정부 33명, 대구가 30명으로 뒤를 이었다. 강릉 인구가 약 20만8000명, 의정부 약 46만명, 대구 인구가 약 236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강릉은 인구 대비 온열질환자의 거리 발생 비율이 높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여름에도 지난 5월20일부터 8월10일 사이 강릉에서는 온열질환자가 23명 발생했는데, 이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수다. 전남 나주는 충북대와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불안 지표를 반영한 폭염 취약성 평가’ 논문을 보면 전국에서 6번째로 취약한 도시로 선정된 곳이다. 인구는 약 11만7000명이다.

 

지난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버스터미널 건너편 그늘막 아래서 잰 온도. 그늘 밖보다 온도가 2도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범기자

지난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버스터미널 건너편 그늘막 아래서 잰 온도. 그늘 밖보다 온도가 2도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범기자

 


강릉에서 그늘막 아래 그늘과 그늘이 아닌 곳의 온도를 비교해보니 각각 33.1도와 35.3도로 2.2도가량이 차이 났다. 나주에서도 각각 29도와 31.5~31.7도로 2도 넘는 차이를 보였다. 폭염 시기의 2도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차이다. 기온이 1도 오르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2% 높아지며 뇌졸중 사망자가 2.3~5.4% 증가하고,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3%씩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격차가 컸다. 나주 혁신도시와 강릉 도심지역 등에서는 비교적 그늘막이 많이 설치돼 있었고, 버스터미널 등에는 쿨링포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주역에서 시청까지 걸어가는 10분 동안 그늘막이 6개 보인 반면, 시청부터 나주 향교까지는 약 40분을 걷는 동안 단 한 개만 설치돼 있었다. 나주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그늘막 설치에 대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략

 


지자체들은 행안부 지침에 따라 이용자가 많고, 인도의 폭이 3m 이상이고, 보행에 지장이 없으며, 차량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지장이 없는 곳 등을 선정해 그늘막을 설치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폭염 대응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또 재정 여건에 따라 설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온열질환자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폭염에 얼마나 취약한지가 그늘막 설치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강릉시에 설치된 그늘막의 수는 스마트그늘막을 합해 132개로, 인구가 절반가량인 나주시의 222개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인구가 28만명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276개에 비해서는 절반 미만이다.

 

서울의 경우도 전체 그늘막 3444개 가운데 강남 3구에는 각각 200개 이상이 설치돼 있다. 반면 마포, 서대문, 강북구 등은 70개 남짓에 불과하다.

 

폭염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우는 지자체로는 서초구나 대구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그늘막을 선보인 서초구의 경우 그늘막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쿨링벤치까지 설치하고 있고, 워낙 더워 별명이 대프리카인 대구시도 그늘막, 쿨링포그 등의 수를 늘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 중랑구, 은평구 등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지하철역 부근이나 공원 등에서 생수를 배포하기도 한다.

 

무더위쉼터는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을 위한 대표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더위쉼터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에 지정만 해놨을 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노인회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무더위쉼터까지 가기가 너무 먼 경우도 있고, 공원 정자 등으로 지정된 야외 무더위쉼터는 폭염 시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염대책, 취약한 지역부터 강화해야

 

정부·지자체의 폭염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폭염 증가로 인한 악영향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충청, 전라, 경상도 등 상대적으로 폭염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대도시는 폭염 영향이 크더라도 이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반면 중소도시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생략-

 

전문가들은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인 폭염대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간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재정적 수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화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의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그늘막 설치 등과 같은 가장 대표적인 폭염 대비책도 지역에 따라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일이 발생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지역의 제도적 형평성에 대한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열질환자 수 공간 분포도.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32/0003314546?ntype=RANKING&sid=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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