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준위 30년 만기 전역 "나도 부끄럽지 않겠다"
(샤토루(프랑스)=뉴스1) 이상철 기자 = 올림픽 은메달을 따며 병역 특례를 받게 된 '말년 병장'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가 예정된 전역 날짜인 9월 18일을 다 채우고 떳떳하게 제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격 최초로 속사권총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경기 후 조영재는 "은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 빨리 귀국해 가족, 친척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영재는 앞서 사격 대표팀 동료들이 성공적 세대교체 속 좋은 성적을 내는 걸 지켜본 뒤 가장 마지막 날 출격했다.
그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나 하나 못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내가 해야 할 일만 집중하며 준비했다. 우선 결선 진출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렇게 메달까지 따게 됐다"고 말했다.
조영재는 "4위를 탈락시킬 때가 가장 가슴을 졸였다. 한 발로 메달과 노메달이 갈리는 순간이 닥치니 너무 힘들었다. 무조건 명중시켜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쐈는데 겨우 맞혀서 입상할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조영재는 현재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계급은 병장이다. 9월 19일이 전역일인데 이번 은메달로 그는 예정보다 일찍 군복을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조영재는 병역 특례 자격이 됐음에도 군 복무 기간을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한 끼라도 '짬밥'을 먹기 싫어 조기 전역을 바라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랐다.
조영재는 "만기 전역하겠다"고 힘줘 말한 뒤 "전역일까지 이제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귀국 후 부대로 돌아가 동기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할 생각이다. 동기들은 물론 감독님, 관계자들 모두 감사하고 좋은 분들이라 부대 생활하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웃었다.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다. 조영재는 "아버지께서 작년에 준위로 30년 만기 전역하셨다. 저도 아버지께 부끄럽지 않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전했다.
조영재는 "제가 처음으로 속사권총 메달을 따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속사권총이 상대적으로 다른 사격 세부 종목보다 잘 알려지지 않고 인기도 별로 없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이 종목의 진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다. 조영재 역시 쓰라린 경험이 이번 올림픽 메달의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5월 참가한) 바쿠 월드컵에서 타깃이 아닌 땅을 향해 총을 쏴 0점 처리된 적이 있다"며 "오늘 결선 땐 0점만 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다행히 땅에 안 쏘고 잘 사격해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앞서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 그런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는 실수 없이 끝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영재는 파리 올림픽에서 사격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지만, '멘토' 김서준(경기도청)의 조언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 대회를 못 나올 뻔했다.
그는 "지난해 초 집에서 자고 있는데 김서준 선배가 '자비를 들여서라도 카이로 월드컵에 참가 신청을 해라. 그래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때 그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면 (출전 자격을 채우지 못해) 이번 올림픽에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김서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서준에게 한 턱 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조영재는 "그래도 내가 후배니까 얻어먹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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