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를 이용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흉기 사용 강력범죄는 알려진 것만 7건에 달한다. 시민들은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 난동’ 이후 벌어진 연쇄 흉기 난동 사건들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 범행이 벌어진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 바닥에는 혈흔을 지우려고 뿌린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지하보도와 연결된 지하상가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칼 맞을까 봐 무서워 아침 일찍 출근도 못 하겠다”는 등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살해당한 피해자는 청소용역 업체 소속 임시 직원인 60대 여성이었다. 아침 일찍 가게를 여는 상인들은 피해자와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고 한다. 한 상인은 “구청 용역으로 이 구역을 청소해 주던 아주머니”라며 “성격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은 전혀 아니었고, 아주 열심히 지하보도를 묵묵히 청소해 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시민들도 일상을 파괴하는 흉기 사용 범죄에 공포감을 호소했다. 한모(28) 씨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계속 나서 불안하다”며 “더 이상 안전지대라는 건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 씨는 “얼마 전에는 아파트 안에서도 칼을 맞아서 죽지 않았나”라며 “요즘 계속 칼부림 사건이 터지니 밤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칼부림 사건을 접한 뒤 호신용 총을 구입했다는 신모(28) 씨는 “한동안은 조용해서 총을 놓고 다녔는데, 칼부림이 매년 이맘때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것 같다”며 “다시 들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하순부터 흉기 사용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성동구의 한 할인마트 정육점에서 부하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검거됐다. 29일 은평구에서는 일면식이 거의 없는 아파트 이웃을 일본도로 수차례 베거나 찔러 살해한 백모(37)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31일엔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결혼을 앞둔 지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발생한 이상동기(묻지마) 범죄는 53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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