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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1500명 먹이는 학교에 정수기 없는 급식실…그들이 찬물 먹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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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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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숫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조리실무사 1만4천여 명(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자료)이 퇴직했다. 특히 자발적 퇴사자 비율이 2020년 40.2%에서 2021년 45.7%, 2022년 55.8%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겨레21>은 여사들이 왜 학교급식 현장을 떠나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과밀 초등학교와 서초구의 한 과밀 고등학교에서 조리실무사 일일 대체근로자로 일하며 현장을 체험 관찰했다. 취재 허락을 받은 뒤 현장에서 근무하면 업무상 배려받거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기자임을 밝히지 않고 근무했다.–편집자 주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하루 만에 관두기도



여사들의 출근 시간은 아침 7시30분이다. 휴게실에 도착한 여사들은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파는 팩 아메리카노를 종이컵에 조금씩 나눠 마셨다. 50대 여사가 대부분, 간혹 40대 여사가 눈에 띄는 공간에 30대 대체근로자인 기자가 들어서자 한꺼번에 시선이 쏠렸다. 학교 조리실무사 대체근로가 처음이라고 말하자 다들 “큰일 났다”며 웅성댔다.

“반팔티 벗어요. 작업복(위생복) 안에 뭐 입지 마. 10분만 지나도 속옷까지 땀에 다 젖으니까.”

“저번에 온 여자 하나는 뜨거운 거 다 튀니까 놀라서 ‘뭐 이런 일이 다 있냐’며 하루 만에 앞치마 던지고 도망갔잖아. 어떻게 이렇게 일하는데 정수기 하나 없냐고 교육청 가서 난리 쳤다네.”

“아주 작정한 여자네.”

장화를 신고 장갑·토시·위생모·앞치마를 착용한 채 조리실로 나갔다. 이날 기자의 업무는 ‘소스 보조’다. 1500명 이상 먹을 분량의 수제 소스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솥에 이불만 한 고기를 넣고 손빨래하듯 몸을 밀어가며 앞뒤로 치대는 일이다. 다른 여사들이 수차례 씻고 다진 다섯 가지 채소를 고기와 함께 차례로 볶아야 했다. 5분만 지나도 어깨와 팔 근육이 저리고 뜨거운 증기 때문에 얼굴에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 작업의 노동 강도는 시속 8㎞로 달리는 고강도 운동보다 세다. 급식실 ‘삽질’의 대사당량(MET, 운동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8.8METs로 시속 8.1㎞의 달리기보다 높고, 장비 착용 상태에서 호스를 운반하거나 벽을 허무는 소방관의 대사당량(9)에는 약간 못 미친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장안석 연구원이 쓴 ‘학교급식실 노동자 작업 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 보고서)


고강도 노동보다 힘든 학부모 민원 전화



베테랑 여사의 지적대로 소스가 눌어붙지 않게 삽으로 계속 밑을 퍼올려 젓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소고기와 버섯, 와인 등 온갖 고급 재료가 들어간 수제 소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피가 줄어들었다.

“생각보다 이게 많이 줄었어. 어떻게 하지. 추가배식 모자라겠는데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아직 (영양교사한테) 말하지 마.”

“괜찮아, 괜찮아. 냉장고에 재료 남은 거 있지? 더 넣으면 돼.”

소스 담당 여사가 땀이 흥건한 상태로 계속 불안해하자 다른 여사가 그를 안심시킨다.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는 소스 담당 여사를 같이 안심시키고 싶어 “그럼 추가배식 안 하고 정량만 먹으면 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소스 담당 여사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 표정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게 된 건 얼마 뒤 다른 학교 영양교사들을 인터뷰하고 나서였다.



“학부모님 2명으로부터 왜 고기 메뉴 추가로 더 안 줬냐고 항의 전화가 왔어요. 저는 그래도 경력이 있으니까 젊은 선생님들처럼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진 않아요.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하는 건 일을 더 키우는 거예요. 우리에겐 규칙이 있어요. 먹고 싶은 반찬만 먹는 건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영양 밸런스를 위해 다른 반찬도 다 먹고 오면 이것도 추가 배식해주겠다’고 아이한테도 알려줬다고 했죠. 좋아하는 것만 편식하고 다른 건 아예 안 먹는 건 학교급식이 아니거든요. 내가 먹고 싶은 반찬만 먹는다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고 학교급식 교육 지도에 맞지 않아요. 그런데 학부모님은 ‘아이고, 죄송해요’라는 답을 원한 거예요. 왜 로봇처럼 말하냐고 트집을 잡기 시작하더라고요. 올해 목동에 ○○중학교 영양교사가 자살한 사건이 터졌을 때, 영양교사들이 집회까진 못하고 우리끼리 추모 식사라도 했어요. 후배들이 죽겠다고 죽겠다고 하더라고요. (영양사와 영양교사 5명이 자살했다고 알려졌는데) 선배로서 해결을 못해주니까 보기 너무 미안하고….” —경력 20년 이상 된 서울 A초등학교 영양교사

 

“(학부모가 전화로) ‘선생님, 이런 식으로 하면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겠다’고 화를 내요. 학원 가면 면은 빨리 배고파지는데 왜 면 줬냐고. 흰밥도 같이 제공했다고 했더니 ‘면 주면 누가 밥 먹어요?’ 이렇게 또 화내요. 식재료 반출한 거 아니냐. 돈 어디다 쓰는 거 아니냐. 방사능 불안한데 수산물 왜 썼냐고 교장실 찾아가겠다고 하고. 대량급식은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1500명 입맛이 다 다르니까 저희는 죄인이에요. 급식 만족도 조사 날은 폭언 때문에 펑펑 울어요. ‘머리 좀 쓰면서 일하세요.’ ‘식중독으로 신고하려다 참았다.’ ‘애가 맛없단다.’ 동기들 얘기 들어보면 서울 강남이나 목동 같은 학군지는 더 무서워요. 저는 정신과 다니면서 우울증약 먹고 병가도 냈거든요. 펑펑 울고 나서 갑자기 식단 갈아엎으면 (인력 규모, 식자재 수급, 장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으로 바뀌는 거라) 결국 조리사님들을 힘들게 하는 거예요. 죄인이 되면 ‘조리원님 이렇게 좀더 신경 써주세요’ 잔소리하게 되고.” —경력 10년인 서울 과밀 초등학교 영양교사



zqsPay


조리실무사들의 기본급은 198만6천원(교육공무직 2유형 첫 월급 기준) 상당이다. 1년 근무할 때마다 근속수당 3만9천원이 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 고강도 노동인데, 학부모 민원까지 쏟아지면서 급식실 노동 강도는 더욱 혹독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빗발치는 민원에서 조리실무사에 대한 인간적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학교급식실을 떠나는 여사가 급증하고 있고, 이 비율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특히 높다.

     

“이 일 진짜 힘든 일이야. 아직 젊잖아. 경력 단절된 여자들이 근무시간 이르니까 애들 저녁밥 차려주고 돌봐줄 수 있어서 보통 이 일 많이 시작하는데, 어느 학교로 가나 힘들어요. 만약 이전에 해봤던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걸 살려요. 이 일 할 생각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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