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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 생활은 어땠나.
“부끄럽지만 북한 내 일부에서는 외무성 사람들을 ‘넥타이를 맨 꽃제비(거지)’라고 부른다. 무역 일꾼이나 특수 기관 일꾼들에 비해 주머니에 돈은 없는데, 대외 활동을 하려면 고급 옷에 넥타이는 필수로 챙겨야 하니 그런 말이 돈다. 외무성 중남미, 아프리카·중동 부국장을 할 때 당세포비서도 겸하고 있어 월급으로 부국장 최고 노임인 북한돈 3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1달러가 북한돈 8000원 정도였으니 내 월급은 0.3달러 정도밖에 안 됐다.”
-해외 파견 근무 때는 어떠한가.
“해외에서는 월급을 달러로 받으니 조금 낫다. 쿠바 참사로 있을 때 월급이 500달러(약 69만원)였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사는 600~1000달러, 공사나 참사는 500~600달러, 서기관은 350~500달러 범위의 월급을 받는다.”
-그 돈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나.
“그러다 보니 북한의 해외 파견자들이 불법 장사를 한다고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 나지 않았나. 불법 장사를 하는 가장 기본 이유는 외교관 수입이 너무 낮은 것과 관련된다. 해외에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북한에 갈 때 들고 간다.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외교 특권을 이용해 1인당 외교 행낭에 150~200갑 정도 시가를 넣어 중국에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순이득은 1회당 1만5000~2만달러다. 쿠바는 시가 장사가 잘되다 보니 이를 통한 이윤만 가지고도 살 수 있다. 코로나 시기 불법 시가 장사는 잠시 멈췄지만 최근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대대적으로 시가 장사를 다시 하고 있다.”
-장사를 못 하면 어쩌나.
“2019년 2월 외무성 국제기구국 군축 담당 과장이 간첩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 스위스를 전문으로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스위스 같은 경우 불법 장사를 못 하는 데니까 돈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돈을 물 쓰듯 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고 조사했다. 2019년 리용호 외무상의 숙청으로 이어진 주중 대사관 서기관의 횡령 사건 같은 경우, 비행기표 구매를 맡은 서기관이 북한에서 주는 돈을 받아서 대사관 앞 중국 여행사에서 예컨대 500달러짜리 표를 사면서 영수증은 1000달러로 끊고 자기 주머니에 500달러를 넣었다. 보위부 요원들 같은 경우 부수입이 필요하니까 뇌물로 충당하는 요원이 적지 않다.”
-급여만으로는 못 사나.
“북한 사회의 가장 취약한 측면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수가 없는 것이다. 대외경제성 등 무역 단위 파견자들은 연 2만~5만달러 정도 충성 자금 납부 과제도 있다. 김정은이 해외 파견자들의 불법행위 기사에 부담을 느껴 ‘당의 대외적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 있다. 그러나 납부 과제는 무조건 수행하라니 파견 기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되 걸리지 않게 주의하라’는 식의 지시를 내려보내고 있다.”
-핵·미사일 시험은 어떻게 봤나.
“초기에는 핵·미사일 시험 성공 발표가 나면 긍지나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핵·미사일에 엄청난 자금이 투하된다고 사람들이 아는 순간부터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허황된 명분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수억만금을 탕진했다. 나라 경제를 황폐화하고 2500만 국민을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켰다. 노인분들은 ‘일제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힘들고 못사는 제도를 우리가 지켜서 뭐 하나. 정권도 민심이 이미 자기들을 떠나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공포정치의 도수를 높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