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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전화기 앞에서 머뭇...MZ세대 30%가 겪는 전화 공포[치유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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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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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유 시즌3 : 치유 레시피] <5>콜 포비아
 

지난달 11일 전화 공포증(콜 포비아) 극복을 다루는 수업이 열린 서울 마포구의 스피치 학원을 찾았다. 수강생의 대다수가 2030세대 직장인이었다. 손성원 기자

 


'안녕하세요. OOO 컨설턴트 OOO입니다. IT기획부 OOO 차장님 맞으시죠?'

 

지난해까지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던 직장인 조희진(33)씨는 고객사에 전화하기 전 늘 메모장을 열었다. 단순 인사말에서부터 상대의 예상 질문과 조씨의 답변, 반박과 재반박까지. 키워드가 아닌 완결된 문장으로 만들어진 조씨의 사전 시나리오는 메모장을 빼곡히 채웠다. 그럼에도 수화기 너머 고객사 중년 간부의 쌀쌀맞은 목소리와 '업무적으로 무시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은 조씨를 점점 전화기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조씨는 일상에서도 전화를 걸 때 늘 타이밍을 고민했다. 본인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마음이 두근거렸다. 모르는 번호는 일절 받지도 않았다. 전화 공포가 가장 심했던 직장 생활 3년 차에는 배달 전화도 걸지 못했다. 요즘엔 많이 나아졌지만 고객센터에 문의할 때는 여전히 전화 대신 1 대 1 문의 게시판을 이용한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지난해부터 스피치 학원에 다니고 있다.

 

조씨를 만난 곳도 서울 마포구의 스피치 학원인 '라이프스피치스쿨'이었다. 지난달 11일 이곳에서 '전화 공포증(콜 포비아) 극복' 수업이 열렸다. 10여 명의 2030세대 수강생이 모였다. 제약회사 직원·프로그래밍 강사·게임회사 직원 등 대부분이 업무상 전화가 불가피한 직장인이었다.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는 건 상대와 나 모두 '단독 무대'에 오른 느낌"

 

콜 포비아를 다루는 스피치 수업에서는 단전에서 힘을 주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통화 시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손성원 기자

 


강민정 원장이 전화로 환불을 요청하는 가상의 상황을 수강생들에게 던졌다. 미션은 불친절한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새 휴대폰 고장 문의를 하는 것. 조씨가 "제가 일주일 전에 새 휴대폰을 샀는데 벌써 금이 갔어요. 이런 경우도 있나요?"라고 하자 강 원장이 '땡'을 외쳤다. "주저함이 느껴져서 안 된다"며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했습니다'라며 단호히 자기표현을 하되 친절한 어투로 얘기하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또 다른 과제는 '제품 설명을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반복하는 고객센터 상담원 응대하기'. 한 수강생이 초조한 목소리로 "죄송한데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하자 또다시 '땡'이 돌아왔다. "상대의 압박감에 밀린 느낌이 든다"며 강 원장은 "'제가 그 방법은 시도해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안 될 수 있으니 다른 방법도 설명해주시겠어요'라고 해보라"고 했다.

 

강 원장은 "성량에도 태도가 담긴다"며 "의연한 음성과 호흡이 함께해야, 겸손하면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욕구를 전달하는 힘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같은 "죄송한데요"라도 목소리가 낮아지고 마음에 기운이 없으면 진짜로 죄송한 사람이 돼버린다는 것. 수업 내내 단전에 힘을 주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통화 중 표정도 중요하다.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우아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주는 불편함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수강생인 프로그래밍 강사 김현복(36)씨도 전화가 영 불편한 사람이다. 학생들과 대면으로 만나 수업을 하는 건 전혀 어려움이 없지만, 낯선 사람과의 통화 앞에선 언제나 마음이 두근거린다. 김씨는 "심지어 명절 인사차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때도 선뜻 통화 버튼을 못 누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수업을 통해 자신의 전화 불안에 대한 원인을 찾았다. 그는 "애매한 관계나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는 건 왠지 상대와 나 모두 단독 무대에 서는 느낌"이라며 "음성만으로 서로를 마주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는데, 이게 '대중에 섞여 있어야 편하다'는 한국적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씨가 느낀 부담은 심리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앨버트 메라비언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만든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효과적인 소통에서 말의 내용은 7%만 영향을 줄 뿐 시각(55%)과 청각(38%)이 더 크게 작용한다. 전화상에서는 표정이나 제스처가 안 보인 채 목소리와 말의 내용만으로 소통을 해야 하기에 예측 불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직과 학교에서도 '콜 포비아' 교육 등장


2년 전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차서원(왼쪽)과 그룹 샤이니 멤버 키가 전화 통화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MBC 방송 캡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전화 통화에 대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화가 주된 소통법이었던 기성세대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MZ세대 2,7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9%가 '콜 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는 응답자의 61.4%가 문자나 SNS와 같은 텍스트를 꼽았다. 반면 전화 소통(18.1%)은 대면 소통(18.5%)보다도 낮은 3위에 머물렀다.

 

이에 학교에서도 전화 관련 교육이 등장했다. 강지연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코칭심리학 박사)는 '긍정심리학' 과목 수업에서 종종 '콜 포비아'를 다룬다. 강 교수는 "정서 관련 교육 중 '불안'을 다룰 때면 학생들 사이에서 '콜 포비아'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며 "특히나 '코로나 학번'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비대면에 익숙해진 탓에 전화나 대면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전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며 "실제로 학생들이 수업 불참 등을 알릴 때도 문자로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콜 포비아는 기업 등 조직 내에서도 심각하게 보고 있는 문제다. 이전에는 업무상 주된 소통법이었던 전화가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로 금방 풀릴 일도 콜 포비아 성향으로 어렵게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강 교수도 기업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전화 관련 질문을 받았다. "전날 상사의 전화를 못 받았는데 퇴근 시간이 넘어 회신을 못 했다, 상사에게 어떻게 전화를 걸어야 하냐"는 한 신입사원의 절박한 고민이었다. 결국 전달해야 할 말을 강 교수가 직접 텍스트로 적어줬다.

 

대기업에서 교육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고모씨는 "요새 신입사원들은 전화를 기피하는데, 연차가 있는 분들은 여전히 전화를 선호한다"며 "업무상 소통 방법이 다양해져서 신입 교육에서는 전화 예절을 다루되, 부서장급들에게는 노션이나 슬랙, 메타버스 등 다른 온라인 소통 툴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생략

 

"'잘할 수 있을까'보다는 통화 목적에 집중해야"
 


콜 포비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누구나 전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포비아(phobia)'란 어감이 강해서 그렇지, 전화가 익숙지 않으면 누구나 어색해할 수 있다"며 "전화 에티켓을 학습하거나 점진적 노출을 통해 훈련할 수 있다는 걸 알면 금방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화를 할 때 수행 능력보다는 목적에 초점을 두라"고 조언했다. '내가 얼마나 전화 통화를 잘하냐'보다는 정보 전달 등 통화를 하는 이유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강 교수는 "'전화 특성상 즉각적으로 대처를 해야 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몫까지가 우리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며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해본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또 "편한 이들과의 통화에서부터 공식적 통화까지 천천히 전화 연습을 해나가라"고 덧붙였다.

 

-생략

 

ㅊㅊ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0681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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