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하이재킹’, 실화 업고 못 튀어 [한현정의 직구리뷰]
2,938 3
2024.06.14 10:53
2,938 3

관객 좀 놔줘라..


xcGywP

왜 영화화를 했는지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데, 왜 이런 노선을 택했는지는 이해불가다. 감동 실화를 다뤘지만, 그만큼의 감흥은 주지 못하는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이다.

1971년 겨울 속초공항. (공군 파일럿 출신) 여객기 조종사 태인(하정우)과 규식(성동일)은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에 따라 탑승 중인 승객들의 분주함도 잠시,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제폭탄이 터지며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목적지가 다른 단 한 명의 승객, 용대(여진구)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는 순식간에 조종실을 장악하고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고 협박한다. ‘빨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한 평생 고통에 시달려 왔지만, 여객기 납북에만 성공하면 ‘인민 영웅’으로 살 수 있다고 믿었기에. 한편, 기장 규식은 폭발의 충격으로 한 쪽 시력을 잃고, 부기장 태인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지만,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실제 1971년 발생했던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했고, ‘1987’ ‘백두산’ ‘아수라’ 등의 작품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김성한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긴박한 하이재킹 상황과 360도 공중회전(임멜만턴)부터 전투기 추격 장면 등 고공액션을 효율적으로 구현했다.


강력한 실화의 힘을 업고 뛰는 영화는 내내 전속력으로 달리지만, 안타깝게도 체감 속도는 더디다. 정해진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그저 단조롭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부족한 마당에 (폭력성으로) 불편하거나 답답한 구간은 또 적지 않다.

단지 신파나 사실 전달에 무게를 둔 탓만은 아니다. 그 방식이 올드하고도 촌스럽고 얕기 때문이다. 장르적 쾌감을 통크게 포기한 만큼의 ‘재해석’의 성의가, 과거의 일을 통해 현재로 관통하는 ‘깊이감’이, 기술이 아닌 진정성이 안기는 울림이 부족하다. 안정적이지만 뻔한 스토리텔링, 여기에 숨을 불어넣는 ‘킥’이, 진짜 감동을 이끌어내는 ‘흡입력’이 결여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인듯 가짜같고, 묵직한듯 가벼우며, 리얼한듯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고군분투와 별개로 캐릭터들이 안기는 감흥도 상당히 아쉽다. 저마다 그 미션이 명확한데 기계적으로 수행할 뿐, 입체적감이나 생명력은 기대만 못하다. 대사의 맛, CG의 완성도, 신파를 빚는 디테일도 그저 평범하다. 소재의 묵짐함 외 영화 자체로서의 뚜렷한 강점을 찾기 어렵다.

특히 ‘시민영웅’으로 분한 하정우는 특유의 스마트한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이 캐릭터의 정서·아우라와 썩 잘 어울리진 않는다. 진한 멋짐의 연속에서도 어쩐지 묽다. 아는 캐릭터에 늘 보던 연기까지 어우러지니 식상하다. 성동일 채수빈 문유강도 맡은 바 충실히 소화해내지만 캐릭터의 한계 때문인지 좀처럼 빛나질 못한다. 그나마 여진구는 등장부터 시선을 강탈해 중반부까지 노련하게 ‘용대’로 빙의하지만, 뒤로 갈수록 구구절절 늘어지는 사족과 허술함으로 힘이 빠진다. 카리스마를 잃고 긴장감도 잃다 이내 맥빠진 퇴장을 맞는다.

관객의 눈높이에, 비싼 티켓값에, 무엇보다 가슴 뭉클한 실화의 힘에 미치치 못하는 완성도다. 충분히 더 묵직하게 깊이 박힐 만한 소재였던만큼 여러모로 아쉽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이다. 추신, ‘꼬꼬무’에서 다시 다뤄주세요.

오는 6월 21일 극장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https://naver.me/5ne0MM9N

목록 스크랩 (0)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템포] “밤새지 마세요, 아가씨” 댓글 이벤트 336 09.23 70,38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804,55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469,35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390,466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732,47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758,23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781,14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332,56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839,23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490,9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11931 이슈 20년 전 오늘 발매♬ 하마사키 아유미 'CAROLS' 00:00 6
2511930 이슈 9년전 오늘 발매된, 갓세븐 "니가 하면" 3 00:00 34
2511929 유머 마치 친자매 같은 에스파 카리나, 윈터.jpgif 3 09.28 308
2511928 유머 @ : 티니핑 어디서 만든거에요 한국거? 국산거야? 4 09.28 554
2511927 이슈 틈새라면의 역사 5 09.28 380
2511926 이슈 암살 노이로제 걸린 김정은 근황 6 09.28 1,335
2511925 이슈 오늘자 포레스텔라 리베란테 김재환 쓰리샷.x 2 09.28 452
2511924 이슈 오늘 연기 미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변요한-병무애비 면회장면.ytb 4 09.28 532
2511923 이슈 요즘 유행 중이라는 자다 일어난 듯한 빈티지 헤어 ✂️✂️ 39 09.28 2,736
2511922 이슈 [MLB] 두경기남은 애리조나 와카 진출 킹우의 수...jpg 1 09.28 97
2511921 이슈 한번 빠지면 은근 돈 줄줄 새는 취미.jpg 1 09.28 1,823
2511920 이슈 한때 인기 서바이벌방송 K팝스타를 거쳐갔던 유명 가수들.txt 09.28 633
2511919 유머 오타쿠가 될 확률이 높은 사주 특징 😨 21 09.28 2,927
2511918 이슈 비행기 앞좌석 꼬마가 옆자리 남자 다리털 쓰다듬음 6 09.28 2,629
2511917 유머 전세계 개발자 특 14 09.28 1,155
2511916 유머 푹자고 컨디션 최상의 무적상태였던 후이바오🩷🐼 5 09.28 1,199
2511915 이슈 통영가서 꿀빵말고 유자빵 사먹었으면 좋겠어서 쓰는 글 21 09.28 2,483
2511914 정보 아는 사람은 아는... 명반인 남돌 데뷔 앨범.jpg 4 09.28 993
2511913 이슈 백종원에게 분노해 불참자 속출했다는 축제.jpg 17 09.28 3,890
2511912 이슈 쟁반짜장 X 엽떡.gif 11 09.28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