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가 '절도 범죄의 온상'으로 거듭나며 당국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되는 절도범죄에 경찰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게 보안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에 이어 일부 '합의금 장사'를 하는 무인점포 업주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은평경찰서에는 최근 무인점포 절도 범죄로 인한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80대 노인이 무인 과일점포에서 2000원 상당의 과일을 훔쳐 입건되고, 지체장애인이 무인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과자를 훔쳐 입건되는 등 소액 절도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무인 매장을 중심으로 경미범죄가 늘면서 일선 경찰서에서는 경찰력 소모가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범인을 잡기 위해 CCTV와 용의자 동선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주거단지 주변 지구대·파출소에서는 무인점포 절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매장 주변으로 순찰을 주기적으로 돌고 있다. 무인점포에서는 지역 관할 경찰서 로고가 붙은 포스터를 내부에 비치하며 '집중순찰 구역'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보안 비용의 외주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수도권 30개 무인점포을 점검한 결과 출입문 보안이 돼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업주들은 범죄방지에 적극적이지 않다. '합의금 장사'가 점포의 수입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금 대신 물건값을 변상하라고 해도 기존 상품 가격의 10배 많게는 50배까지 받아 낼 수 있다.
범죄자가 학생인 경우 절도 범죄 사실이 추후 대학 진학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모에게서 수백 만원의 합의금을 받아 내기도 한다. 학생 범죄자의 경우 합의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소년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조기현 법무법인대한중앙 대표변호사는 "1만원 정도 절도사건에 100만원 정도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법조계에 따르면 '학교에 알리겠다'는 식으로 겁을 주며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할 경우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무인 할인점에는 학생의 연령대별로 구체적 합의 사례를 적시한 안내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초등학생 100만원, 중학생 200만원, 고등학생 300만원인 식이다. 아이스크림 매장의 평균 월 매출이 150~300만원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합의금으로만 월 매출을 전부 벌어들인 거다.
무인점포 업계 관계자는 "절도범이 학생이나 어린아이일 경우 경찰의 도움으로 부모님에게 연락해 합의금을 받아 낼 수 있다"며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보다 몇십만원 대 합의금을 손에 쥐는 게 업주 입장에서 이득이라 정부 규제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 보안시스템에 투자할 요인이 적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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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경미범죄 심사 건수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소액 범죄가 늘었다는 의미”라며 “무인점포에서 절도 사건이 비일비재하지만 처벌 전에 합의에 이르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은 “무인점포 때문에 치안 공백이 생길 정도”라고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절도범이 미성년자이면 경찰의 도움으로 부모에게 연락해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선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매일 경찰서에 사건을 가져오고 합의해 공갈·협박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업주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