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비평지 미디어스 칼럼 '사람들은 민희진의 ‘무엇’에 열광하고 있을까'
3,115 33
2024.05.22 11:31
3,115 33

매체 비평지 미디어스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821

 

분쟁의 쟁점은 배임과 경영권의 향배, 주주 간 계약이지만 상법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고 딱딱한 주제다. 초반 여론은 자신을 밀어준 회사의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민희진을 욕하며 사태를 단순화해 소비했다. 

 

민희진이 한 일을 요약하자면, 분쟁의 서사 구도를 각색하고 선역과 악역을 재배치해 생생하게 스토리텔링한 것이다. 선과 악, 도덕주의로 구성된 단순하고 고전적인 권선징악의 서사를 제시하며 선역과 도덕성의 자리를 차지했다. 민희진이 기자회견에서부터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한 모든 토픽은 하이브를 공공의 빌런으로 재현하기 위한 것이고 하이브의 죄악을 심판해 달라고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멀티 레이블의 다양성, 랜덤 포카 같은 상술에 대한 비판, 17일 제기된 앨범 밀어내기 이슈까지, 쌍방 분쟁에 직접 관계는 없지만 어찌됐건 도덕적으로 추궁할 수 있는 공적 주제들이 모두 그를 위해 소환된 것이다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화제와 아이돌 팬덤이 전문가처럼 떠들 수 있는 떡밥을 던져 리젠의 뇌관에 불을 댕겼다. 민 씨는 여자/엄마/직장인/예술가를 자처하며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약자/피해자의 포지션을 점유했고, 하이브는 정확히 그 정체성들의 대립 항에 있는 강자/가해자라고 고발당했다.

 

이 과정은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모노드라마로 연행되었다. 울고 웃고 화내고 욕하고 부르짖는, 통상적 기자회견에서 상상조차 못 할 압도적인 감정의 홍수에 휩쓸려 저 화제들은 다중의 눈과 귀에 들이닥쳤다. 이건 사실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포맷의 퍼포먼스였다. 전형적인 인터넷 방송 감성이다.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이 저런 식으로 진행된다. 카메라 앞에서 울고 화내고 욕하고 소리 지르고 남을 디스한다. 그런 화끈한 정동의 엑기스가 텐션 도파민으로 소비된다. 인터넷 포맷의 방송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광경을 격식 있는 자리에서 목도하는 것이 굉장히 새로우면서도 익숙하고 그래서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반면 그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그저 파격 혹은 일탈로 보였을 것이다. 민희진은 동시대 사람들의 지배적 코드, 특히 젊은 인터넷 다중의 코드에 맞춤형으로 호소했다.

 

정말로 위험한 건 이 과정이 책임 없는 주체들에 대한 징벌로 수행된다는 것이다. 민희진의 입에서 뉴진스와 아일릿, 르세라핌이 불려 나왔고, 그들은 민 씨와 방 씨의 "내 새끼"들로서 선역과 악역에 포함됐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뉴진스의 데뷔가 르세라핌보다 밀린 일화는 이 케이팝 콩쥐팥쥐 동화의 중심 사건이며, 민희진이 그 서사를 성립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폭로한 비화다

 

내 억울함은 날 합리화하는 절대적 명분이 되고, ‘내 새끼와 남의 새끼는 나의 생존주의에 도덕적 정당성을 주는 구도가 된다. 욕먹을 이유가 있는 사람한텐 어떤 행동을 퍼부어도 상관이 없다는 믿음 또한 실행된다. 생존주의와 응보론, 대결을 위해 수단화된 이념, 군중의 폭력성 이런 것들이 기자회견에 대한 열광 뒤편에서 사람들의 사회적 자아와 강렬하게 공명하며 재생산된다. 지금껏 민희진 현상을 분석하는 많은 논평이 나왔지만, 이 점을 캐묻고 돌아보는 의견은 못 봤다. 언론과 식자들이 이 사건을 결국엔 연예가 가십의 일환으로 보며 폐해를 가볍게 여긴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우리 사회의 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목록 스크랩 (1)
댓글 3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셀인샷 X 더쿠💜] 에스테틱급 피부 관리를 홈케어로 느껴보세요! 셀인샷 #직진세럼 체험 이벤트! 196 06.13 26,50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318,38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083,57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538,46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763,47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853,10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3 20.09.29 2,738,90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0 20.05.17 3,416,81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3 20.04.30 3,994,57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408,59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33428 이슈 선배 아이돌(?) 제로베이스원, 트리플에스와 함께하는 조혜련의 빠나나날라 챌린지 20:41 0
2433427 이슈 뮤지컬 무대 촬영 금지인데 어떻게 찍으셨어요? 20:40 284
2433426 이슈 한국에서 의외로 합법인거 ㅋ 20:39 223
2433425 이슈 엘레베이터 고장 숨기고 배달 시켰다면? 손님이 1층 와야한다 vs 배달 끝까지 해줘야한다 3 20:39 164
2433424 이슈 간통죄 폐지 9년... 불륜 여론 재판은 왜 더 가혹해졌나 3 20:38 309
2433423 이슈 "너 요즘 소문 안좋아" 대처법 6 20:38 743
2433422 기사/뉴스 "징역 3년 예상" 김호중, 35일 만에 피해자와 합의..형량 얼마나 줄어들까[SC이슈] 20:37 84
2433421 기사/뉴스 다니엘 린데만, SNS발 가짜뉴스에 황당 "난 아이도 없고, 어이도 없네" 2 20:36 867
2433420 이슈 콜라를 드린다는 게...jpg 9 20:36 784
2433419 이슈 [KBO] [포토] 역전 허용하자 낙담하는 '롯데 팬' 배우 조진웅 16 20:36 1,068
2433418 이슈 담배 30분 피는 사람 vs 편의점 5분 다녀온 사람 14 20:34 760
2433417 이슈 외국인이 만든 김밥 27 20:33 1,880
2433416 유머 사돈 양육비 주셔야죠 4 20:32 1,379
2433415 정보 [KBO] 6월19일 수원 kt위즈파크 에픽하이 시구 6 20:32 648
2433414 기사/뉴스 [TV톡] 광선검 휘두르는 이정재…인종차별 따위에도 '애콜라이트' 조회수 터졌다 20:32 255
2433413 기사/뉴스 BTS 진 성추행 추정 女 “목에 입술이‥” 뻔뻔 후기? 팬들은 경찰 고발 20:32 617
2433412 이슈 [네이트판] 동정심 많은 여자가 인생 망하는거같음 42 20:31 2,357
2433411 이슈 고경표 먹방 스팟 공개 2 20:30 366
2433410 이슈 [불후의명곡] 솔지 – 오르막길 | KBS 240615 방송 20:30 47
2433409 기사/뉴스 신하균, 이정하·조아람과 팀 이룬다…새 드라마 '감사합니다' 2 20:27 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