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SUV 인기에 ‘신차급’ 중고차도 수요 늘어
지난 9일 공시된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올 1분기(1~3월) 실적을 둘러싸고, 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케이카는 매출 규모에서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이다. 전체 중고차 거래(195만대)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케이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4% 증가한 17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로 최고 실적이다. 매출(6044억원)과 중고차 판매(4만93대)는 분기 최대다.
업계에선 2000만~3000만원대 중고차 판매 비율이 크게 늘면서 레몬마켓(싸구려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으로 불렸던 중고차 시장의 체질이 개선되고, ‘싼 맛에 중고차를 산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싼 맛에 중고차 산다’는 옛말
과거 중고차 시장에선 1000만원 미만 실속형 차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엔 신차 가격과 맞먹는 2000만~3000만원대 차량 선호가 높아졌다. 경차나 내연기관차 대신 비교적 가격이 비싼 SUV와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가 늘어난 영향이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신차를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늘면서, 주행거리가 짧고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신차급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1000만원 미만 차량 판매 비율이 줄고 2000만~3000만원대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은 최근 들어 가속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변화가 컸다. 케이카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격대별로 중고차 판매 비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2000만원대다. 작년 1분기(17.3%)보다 5.4%포인트 늘었다. 3000만원대 중고차가 1.9%포인트 늘며 뒤를 이었다. 반면 올 1분기 1000만원 미만 중고차 판매(24.5%)는 8.9%포인트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19년(46.4%)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그쳤다.
SUV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2000만~3000만원대 차량의 판매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내수 침체로 1년 넘게 걸리던 신차 대기 기간이 수개월 수준으로 줄었지만, 일부 인기 하이브리드 모델은 여전히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출시된 더 뉴그랜저 하이브리드 중고 모델은 올 1분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늘었다.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105%), 소형 SUV 셀토스(202%)도 판매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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