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108배에 방석이 땀으로 흥건… 속세를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5,242 2
2024.05.12 17:38
5,242 2




108배에 방석이 땀으로 흥건… 속세를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아무튼, 주말]
조계사에서 ‘단기 출가’
청년 11명과 스님 체험기

장근욱 기자

입력 2024.05.11. 03:00업데이트 2024.05.11. 09:37

지난 7일 새벽 4시 조계사는 적막했다. 서울 종로 도심 한복판에 있는 절이지만 멀리서 가끔 자동차 소음이 들려올 뿐이었다. 절을 둘러싼 고층 건물도 캄캄하게 잠든 이 시각, 회색 법복을 입은 스님 1명이 앞서 걸었다. 스님과 달리 갈색 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청년 12명(남자 8명)이 조용히 뒤를 따랐다. 스님 수련생이랄 수 있는 ‘행자’의 차림. 고무신이 모래를 밟는 소리가 ‘바스락바스락’ 크게 들렸다. 스님과 청년들이 목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대웅전 주변을 걸었다. 대웅전은 절에서 가장 큰 불상을 모시는 본관. 이들은 목탁 소리로 새로운 아침을 알리며 사찰을 깨우는 중이었다.

‘아무튼, 주말’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이 단기 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출가(出家)란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되는 것을 말한다. 조계사는 올해 처음으로 청년들이 스님이 되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단기 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난 5일부터 5박 6일 동안 청년들은 절에서 먹고 자면서 행자 생활을 체험했다. 머리를 스님처럼 완전히 밀지는 않지만 짧은 머리 또는 묶은 머리를 한 채 입방한다. 오전 3시에 일어나 오후 9시에 잠에 든다. 식사는 채식. 기자(32)를 제외한 청년들은 1994~2004년생으로 평균 26.1세였다.




◇청년 행자들은 사연도 제각각

6일 오전 3시 40분. 눈이 떠졌다. 10분 뒤면 새벽 예불을 위해 출발해야 한다. 단체 생활인 만큼 늘 긴장해야 했다. 행자 중에는 이달 말 입대를 앞둔 대학생 임율(20)씨도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 삶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형님 행자들은 “군 생활을 일찍 체험한다”며 놀렸지만 지도 스님 말씀에는 울림이 있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시간이 나를 좇을 수 있도록 주인공이 되세요.”

이날 오전은 입재식 연습에 매진했다. 첫걸음을 떼는 행자들을 스님과 신도들이 축하해 주는 행사. 주지 스님 앞에 서기 때문에 예법과 박자가 어긋나지 않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입재식이 시작되자 행자들은 주지 스님을 따라 줄지어 대웅전으로 올라갔다. 걸음걸음마다 양옆으로 선 신도들이 꽃잎을 위로 던지며 환영해줬다. “큰스님이 되라”는 덕담도 들었다.



오후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차담’ 시간. 저마다 출가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캐나다인 길선진(27·본명 제이컵)씨는 “걸그룹 소녀시대에 빠져 한국어를 배웠다가 한국의 정신문화인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 관심을 받았다. 이원빈(29)씨는 “어렸을 땐 불교에 열성적인 엄마의 모습이 싫었다”면서 “여행을 다니다 우연히 들른 절에서 마음이 편해졌고, 불교를 더 자세히 배우기 위해 왔다”고 했다.



2박3일이 쏜살 같았다. 다시 속세로 돌아가야 할 시간. 주위에서 기자를 향해 “표정이 환해졌다”고 했다. 일주문을 나오자 기사 쓸 일이 또 걱정이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05/11/SFEGY5KXTBBZLFYTELHLNPXAXM/

목록 스크랩 (0)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원더랜드> 예매권 증정 이벤트 618 05.20 66,90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950,74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688,61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084,443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270,38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6 21.08.23 3,704,63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563,77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68 20.05.17 3,261,94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9 20.04.30 3,844,48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226,61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20015 이슈 SG 워너비 _ 아리랑 (2007) 06:32 15
2420014 유머 @@: ..폰카리나 고유명사해야될듯 06:22 299
2420013 유머 기사 제목이나, 거기에 달린 댓글이나 수준이 같음. 2 06:22 442
2420012 이슈 개그맨 리마리오 웃찾사 리즈시절 월 수익 3 06:06 1,025
2420011 유머 영화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를 보고 온 사람은 공감한다는 한줄평.jpg 4 06:04 1,160
2420010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도 운영하는 고등어 식당 입니다~ 1 05:59 158
2420009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만 운영하는 치즈냥 식당입니다~ 1 05:54 171
2420008 이슈 20년 전 오늘 발매♬ 아이우치 리나 'START' 1 05:45 144
2420007 유머 이지 리스닝을 개빡세게 부르는 도자캣 04:59 1,023
2420006 유머 새벽에 보면 엄청 시원해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25편 04:44 680
2420005 유머 식세기 불신하는 양세형 19 04:39 3,521
2420004 유머 제발 음악 계속 해줬으면 하는 여돌 출신 연기자 4 04:23 2,535
2420003 유머 태국 마사지 받다가 잠든 아이돌 멤버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04:00 2,865
2420002 유머 대중교통 옆자리에서는 절대 만나고 싶지않은 야구선수 12 03:52 4,255
2420001 이슈 도서관에서 책 반납하고 나오는데 어떤 어린이가 자기 곧 당근거래하는데 멀리서 지켜보다가 자기가 위험해진 거 같으면 가족인척 도와달라구 함.twt 20 03:48 5,293
2420000 이슈 술집 새우칩 과자 신기한 점 19 03:40 5,331
2419999 이슈 정은지가 짧게 불러준 뮤지컬 시카고 + 레베카 넘버..twt 9 03:39 1,502
2419998 이슈 지금은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휴대폰 기능.jpg 20 03:31 7,057
2419997 유머 @: 한 아이가 운전하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2 03:30 1,968
2419996 이슈 한강놀러갈때 흰옷입지말아야하는 이유.ytb (부제 - 동양하루살이 근황)🫠🫠🫠🫠) 7 03:30 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