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말 아이돌 뉴진스가 '디토(Ditto)' 뮤직비디오에 디지털캠코더가 등장한 게 빈티지 카메라 유행 확산에 불을 지폈다. 이 뮤직비디오 뒷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에서 빈티지 디카로 셀카를 찍는 모습도 공개됐다. MZ세대 사이에서 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생산된 지 20~30년 된 빈티지 디카 가격이 10만 원 안팎으로 뛰었다. 그리고 오른 가격에도 여전히 찾는 사람이 있었다.
친구와 함께 매장을 방문한 권혜민 씨(23·여)도 이미 집에 디카가 하나 있지만 기계마다 색감이 달라서 더 구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SNS에서 계속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보다 보니까 직접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오면 인터넷보다는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왔다"고 했다. 또 권 씨는 "뉴진스 뮤비에 나오는 캠코더랑 영상 분위기나 그런 감성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매입한 '고물'…이제는 우리만 살아남았죠"
10여 년 전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촬영 수단이 되면서 아무도 디지털카메라를 찾지 않게 되자 김 씨는 공매 처분된 전국의 중고 카메라 2000여 대를 매입했다. 당시에 사 놓은 디카와 필름 카메라는 대부분 헐값에 팔렸지만 그때부터 이어진 인연들로 여전히 그의 가게에서 중고 카메라 거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생산 중단된 제품을 오랫동안 판매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될 줄은 모르고 그냥 사 놨어요. 다 버릴 것들을 왜 샀냐고 욕도 많이 먹었지. 당시에 재고는 많은데 사람들이 안 사니까 그냥 바닥에 놓고 하나에 1000원씩 팔기도 했어요. 근데 이제는 우리만 살아남은 거지."
본격적으로 김 씨네 디카가 팔리기 시작한 건 약 5년 전부터라고 설명했다. 레트로(복고) 열풍이 불면서 필름 카메라 수요가 높아지자 비싸진 필름 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다시 디카로 눈을 돌린 시기였다. 약 2년 전만 해도 한국을 찾은 중국 유학생들이 인당 10대씩은 사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중국 사이트에 되파는 용도였다. 당시 디카 가격은 현재 평균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 3만~4만 원꼴이었다.
그러다 뉴진스의 노래 '디토'가 세상에 나오면서 많은 MZ세대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디카를 장만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부모님이랑 여기 와서 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같이 와서 사기도 한다"며 "토요일은 지방에서 고등학생이 오기도 해요. 지방은 아무래도 처음부터 재고가 거의 없다 보니 따로 다양한 종류를 잘 파는 곳이 없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디카지만 현재 평균 가격은 8만~15만 원대까지 제품 성능에 따라 다양하다.
김 씨에게 이 유행이 얼마나 유지될 것 같냐고 묻자 미소만 띤 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관심이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지만 생산이 없다면 중고 제품들은 언젠가 수명을 다할 테니 끝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 출처로)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753434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