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노잼 도시’ 대전? 빵이 살렸다
8,643 19
2024.05.11 08:35
8,643 19

[아무튼, 주말]
빵 먹으러 지방 가서 유원지도 들른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흑돼지 삼겹살도 아니고, 송어회도 아니고, 하모 샤부샤부도 아니다. 단팥빵, 소보로빵, 크림치즈빵일 뿐이다. 하지만 요즘엔 그 빵을 사 먹기 위해 시간을 내서 일부러 그곳에 간다. 몇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다. 전날 밤 기차를 타고 가서 줄을 서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원하는 빵을 손에 쥐면 이왕 돈과 시간을 들인 김에 그 지역 관광지나 맛집도 찾아 들어간다. 지금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이런 ‘빵의 경제학’이 쓰이고 있다.

 

그 중심에 대전의 동네 빵집 ‘성심당’이 있다. 빵 맛을 본 MZ세대는 “대전이 왜 노잼 도시냐”고 되묻는다. 대전역에서 일단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를 잔뜩 산 뒤 조금씩 떼 먹으면서 걸으면 어딜 가도 꿀잼이라는 농담까지 한다. 어느덧 대전은 노잼 도시를 탈출했다. 대전 사람들조차 “성심당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입을 모은다. 빵이 이 도시를 살렸다.

 

빵 때문에 KTX 탑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이 화제였다. 대전역 물품 보관함에 성심당 빵 봉투가 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역내 성심당 분점에 들러 빵을 잔뜩 사서 보관한 것. ‘돌아갈 때 사도 될 텐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뭘 모르는 참견이다. 현명한 관광객들은 ‘품절돼서 못 먹느니 보관료 1000원 내고 맡기는 쪽’을 택했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1956년에 문을 연 성심당의 대표 메뉴는 1700원짜리 튀김소보로, 2000원짜리 판타롱부추빵이다. 과일이 수두룩하게 들어있는 딸기시루, 망고시루 케이크는 줄을 서야만 살 수 있다.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이 케이크는 주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과일을 가득 넣었다. 그러니 몇 시간이 걸려도 이걸 먹겠다고 대전에 간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이 케이크를 산 사람이 가격을 2~3배까지 올려 되팔이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성심당 가려고 대전 갔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대전에 갔다가 한밭수목원, 엑스포 과학공원 등도 들렀는데 볼거리가 꽤 있다는 얘기도 많다. 한 유튜버는 “대전 엑스포가 열린 게 한옛날인데 꿈돌이 굿즈숍에 가니 너무 반갑더라”며 “정신이 팔려 몇 만원을 썼다”고 했다. 성심당 효과가 지역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 성심당의 작년 매출은 1243억원. 전년(817억원) 대비 50% 넘게 늘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빼고 빵집이 1000억원을 넘긴 첫 사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04.5% 늘어난 315억원. 매장 수천 개를 가진 파리바게뜨(3419개), 뚜레쥬르(1316개)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전북 군산의 이성당도 비슷하다. 작은 항구도시쯤으로 각인돼 있는 이 지역에서도 생선회가 아니라 빵이 대표 음식이 됐다. 군산에 들르면 밥은 안 먹어도 이성당 빵은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단팥빵은 2000원, 야채빵은 2500원. 1945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원하는 빵을 살 수 없을 때가 많다. 20여 년 전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당당하게 군산에 상륙했다가 이성당에 밀려 문을 닫는 굴욕을 겪었을 정도. 이성당 빵 맛에 익숙해진 주민들이 프랜차이즈를 외면했다. 이성당도 작년 매출 266억원을 찍었다. 지역에선 “군산이 ‘먹방’ 여행지가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게 이성당”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 밖에 경북 안동 맘모스제과의 크림치즈빵, 전북 전주 풍년제과의 초코파이, 광주(光州) 궁전제과의 공룡알빵·나비파이도 그 도시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메뉴로 꼽힌다. ‘빵지순례’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특정 브랜드라기보다 지역을 대표하는 빵도 있다. 충남 천안 호두과자, 경북 경주 십원빵, 경남 통영 꿀빵, 경북 울진 대게빵 등이다. 이 빵을 먹기 위해 이 지역을 찾진 않지만 이 지역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이 빵을 사 먹지 않고는 못 배긴다. 역시나 줄을 서야 할 때도 더러 있다.

 

성심당 빵으로 꽉 찬 대전역 물품보관함 /인터넷 커뮤니티

성심당 빵으로 꽉 찬 대전역 물품보관함 /인터넷 커뮤니티

왜 하필 빵일까

 


빵은 흔하다. 호불호가 없는 음식 중 하나다. 요즘엔 편의점에만 가도 수십 종류의 빵이 진열돼 있다. 눈만 돌리면 프랜차이즈 빵집이 즐비하다. 그런데 구태여 ‘그 빵’을 먹겠다고 지방까지 달려가는 이유가 뭘까.

 

희소해서다. 대전에 가야만 성심당 빵을 먹을 수 있고 군산에 가야 이성당 빵을 즐길 수 있다. 이성당은 서울 등 몇 군데 지역에 분점을 냈지만 성심당은 오로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 일부 빵집도 마찬가지다. 한 여행 블로거는 “빵이 맛있는 거야 말하면 입 아프지만 그렇다고 미쉐린 스리스타를 줄 만큼의 특출난 맛은 아니지 않냐”면서 “그 빵집에 가면 그 빵집의 역사와 스토리를 맛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이라고 했다.

 

성심당이 이달 서울에서 열리는 팝업 행사에 참여하면서 “빵은 안 판다”고 선언한 것도 영리한 마케팅이란 말이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장사가 좀 되면 2, 3호를 내는 식의 문어발식 확장을 하거나 돈 가지고 가족끼리 싸움이 나기 일쑤”라며 “희소성이 사라지면 소비자도 등을 돌린다”고 했다.

 

싼 가격도 한몫했다. 먹거리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빵 값은 아직 누구나 부담 없이 사 먹을 만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관광지에선 바가지요금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몇 천 원이면 빵도 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도 건질 수 있다. 실제 인터넷에는 “서울 여자 3명이 20만원으로 대전 가서 1박2일 여행하기” “군산에서 3만원으로 빵만 먹고 데이트하기”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MZ들은 돈을 아끼려고 1시간 정도 걸리는 KTX 대신 새마을호를 탄다고 한다. 한 직장인 20대 남성은 “밥을 먹고 나면 2차로 카페에 가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빵과 커피를 함께 먹으면 꼭 2차를 가지 않아도 된다”며 “돈을 아끼는 길”이라고 했다. 특히 MZ에게 가격은 큰 메리트다.

 

빵의 신분 상승은 식습관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33617

목록 스크랩 (0)
댓글 1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잇츠스킨X더쿠] 붉은기 급속 진화!🔥#감초줄렌 젤리패드 체험 이벤트💙 475 05.21 33,03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903,70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644,53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024,51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202,81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6 21.08.23 3,681,27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537,81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65 20.05.17 3,239,69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8 20.04.30 3,824,43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201,34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6258 기사/뉴스 30일만의 탈꼴찌! '이학주→유강남→나승엽 릴레이포' 롯데, 선두 KIA 스윕. 3연승 질주 [부산리뷰] 2 22:13 143
296257 기사/뉴스 "꾀·끼·깡·꼴·끈" 부산 터널 입구 괴문자 논란…결국 철거한다 14 22:13 861
296256 기사/뉴스 황치열, 박선주 극찬받은 ‘사랑 그놈’ 커버 비결 “연기라고 생각”(컬투쇼) 22:11 63
296255 기사/뉴스 경북대 의대증원 학칙 개정안 교수회 재심의서도 '부결' 3 22:07 211
296254 기사/뉴스 태풍이 하나도 안 보인다, 올여름 대형 물폭탄 터지나? 27 22:03 2,342
296253 기사/뉴스 “평생 한글 폰트 대중화 앞장” 석금호 산돌 의장, 별세 20 22:02 1,395
296252 기사/뉴스 ‘R&D 예산 짜맞추기’ 기재부 해명도 논란…입맛대로 기준 바꾸나 1 21:59 170
296251 기사/뉴스 축의금 3만원 낸 친구에 이유 물으니…"10년 전 너도 3만원 했잖아" 12 21:59 1,782
296250 기사/뉴스 "마녀사냥" "아들 같아서"... 공연장 찾은 '김호중 찐팬'들의 속내 14 21:56 986
296249 기사/뉴스 민원 해결 안 한다며 테이블 던진 이장 8 21:54 1,738
296248 기사/뉴스 비, "♥김태희, 신이 준 마지막 기회…나라는 존재 버릴 수 있다"('조목밤') 13 21:51 1,844
296247 기사/뉴스 빈지노♥미초바, 임신 발표→부모된다…태명은 살구? 16 21:39 3,112
296246 기사/뉴스 이수근 “SM ‘찐친’은 이수만→보아·NCT” 10 21:38 2,114
296245 기사/뉴스 아이오페, 임영웅 콘서트 지원…"영웅시대 위한 화장품 준비" 14 21:31 1,391
296244 기사/뉴스 박준형 "69년생 아이돌…소속사가 나이 속였다" (재친구) 5 21:30 984
296243 기사/뉴스 김희선, 원조 미녀 자부심 "전지현=내 대를 잇는 애"[밥이나 한잔해] 16 21:27 1,618
296242 기사/뉴스 똑순이 김민희, 6살 데뷔→아버지 별세 후 가장 "피 줄줄 흐르는데 '괜찮다'" 오열('금쪽') 21:26 1,025
296241 기사/뉴스 조세호, 용산 신혼집 첫 공개..“예비신부 본가랑 가까워”(조세호) 8 21:22 3,826
296240 기사/뉴스 로이킴, 10개월만에 밝혀진 사연.."음란물 유포 오해, 단톡방 멤버 아냐"[종합] 36 21:10 2,633
296239 기사/뉴스 故 박보람 사망원인 나왔다...'급성알콜중독' 추정 7 21:06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