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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일 없어 쿠팡 아르바이트까지" 위기의 드라마 스태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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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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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하던 K-콘텐츠에 위기가 온 것일까. 연이어 배우들이 "일자리가 없다", "작품 제안이 안 들어온다", "촬영하던 작품이 제작 무산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일 배우 정경호는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나영석의 와글와글'에 출연해 "(촬영하던 작품이) 엎어졌다. (제작이) 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주변에도) 너무 많다. 최근에 엎어진 작품이 6개, 7개라고 하더라"며 "대본이 좋았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신원호 감독 역시 "좋은 연출자, 좋은 작가, 좋은 배우가 함께 해도 엎어지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에는 배우 이주승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차기작 두 편이 엎어졌다"며 "동료 배우들도 미팅이나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작품조차 없다. 그 정도로 작품 수가 줄었다"고 고백했다. 이외에도 배우 고현정, 김하늘, 김지석, 이장우 등 많은 배우들이 "작품에 출연하고 싶지만 출연할 작품이 없다.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불황 직격탄
 

실제로 드라마, OTT 시리즈 업계는 최근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OTT 등을 통해 공개된 국내 드라마는 총 141편이었던 데 반해, 지난해에는 123편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100여 편에 머무를 전망이다.

그나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들의 제작 편수는 유지되거나 소폭 감소한 추세지만, 국내 방송사들과 토종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평일 드라마를 거의 편성하지 않고 있고, 티빙은 2022년 13편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를 공개했지만, 2023년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편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티빙은 <이재, 곧 죽습니다> < LTNS > <피라미드 게임>까지 3편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개했다.

드라마 업계 불황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제작비 상승이다. 영화인신문고 홍태화 사무국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도 이제 싼 값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과거 넷플릭스의 국내 첫 작품이었던 <옥자> 촬영 당시에 우스갯소리로 '할리우드 스태프들 점심값으로 (한국에서) 찍는다'고 했다"라며 "그 정도 수준의 예산이었다는 얘기다. 한국 주연 배우들 출연료도 높아졌고, 물론 할리우드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제작 비용이 예년보다 많이 뛰었다"고 짚었다.

상황은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OTT 업체들은 긴축 재정에 돌입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약 1172만 명이었다. 2월(1251만 명)에 비교하면 한 달 사이에 80만 명이 감소한 것이다. 넷플릭스 월간 이용자 수가 12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위기를 맞은 드라마, OTT 업계의 피해자는 배우뿐만이 아니다.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들은 오히려 스태프들이다. 8년째 드라마 촬영감독으로 일했던 A씨는 현재까지 약 5개월가량 휴직 상태다. A씨는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가 이 일을 시작하고 기약 없이 쉬어본 적은 처음이다. 그전에는 언제든 바로 일을 구할 수 있었고, 여러 작품 중에 페이나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를 판단해서 원하는 걸 고를 수 있을 정도였다"라며 "요즘은 촬영 아르바이트라도, 페이가 적어도 무조건 '감사합니다' 하고 가려고 한다. 가끔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주변 선배들은 일용직 건설현장에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15년 차 드라마 편집자로 일한 B씨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일이 없다. 주변 선배, 후배, 중간 연차들까지 골고루 일이 없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있다. (제작이 시작되기 전에) 제작사들이 스태프들의 스케줄을 파악하려고 전화를 돌리는데, 요즘은 스케줄 확인 전화조차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모아둔 임금으로 버티고 있는데, 동료들은 쿠팡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다. 대출을 알아보는 친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 스태프 임금 체불 늘어나


제작되는 작품 자체가 줄어드니 스태프들의 임금 역시 감소하고 있다. 스태프들은 제작사에서 임금을 더 줄인 계약서를 제시해도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B씨는 "거절한다고 해도 언제든 그 임금을 받고도 일하려고 하는 다른 스태프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예년에 비해 적게는 10%, 많게는 20% 이상 임금을 깎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일하는 스태프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편성이 취소되거나 제작이 중단되면 스태프 임금 체불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3년 기준 영화인신문고에 접수된 드라마 제작 스태프 임금체불 피해 건수는 192건으로, 연간 평균치(74건)의 2.5배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 임금체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인신문고 홍태화 사무국장은 "임금이 체불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약 70%는 신고하지 않고 피해를 감수하며 기다린다. 문제제기를 하면 (그다음에) 고용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참는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든, 영화인신문고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참다참다 참지 못해서 오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A씨도 지난해 처음으로 임금 체불을 경험해 봤다고 털어놨다. 주변에도 임금 체불로 아직 싸우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그는 "처음부터 페이가 적었다. 그래도 '일을 하는 게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도 긴가민가 했었다.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나"라며 "아니나 다를까 계약서에 약속된 날짜에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다. 팀장급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소송을 하나 등 얘기를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선배 연차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적은 페이에서) 더 줄여서 받는 식으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B씨는 "스태프들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임금체불 피해를 받아도 나서기 쉽지 않다. (피해자들이) 다 같이 모여야 (소송이라도) 진행을 할 텐데, 금액 중에 일부를 못 받았거나 밀렸을 때는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법과 제도를 잘 모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제작 PD에게 (임금을 달라고) 계속 전화해서 귀찮게 구는 정도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운 좋게 구한다고 해도 상황이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다. 제작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5일 동안 촬영해야 소화 가능한 일정을 4일에 욱여넣기도 한다. 일부 현장 스태프들 임금이 '일급'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모 OTT 작품에 참여한 A씨는 촬영한 시간은 52시간 근로시간 규정을 지켰지만 실제로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16시간 넘게 현장에 있어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일정표를 받고 '진짜 오늘 하루 만에 이걸 다 찍는다고?' 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강원도 강릉에서 낮신을 찍고 다시 서울로 이동해서 또 밤신을 찍겠다는 식이다. 그러면 스태프들은 스케줄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정신없이 일해야 한다. 그리고 계약서상 1시간 30분 이내의 이동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쓰기도 한다. 서울에서 밤 12시에 촬영이 끝났다면 정리하고 귀가하면 2시 전에는 도착할 수 있겠지만, 춘천에서 밤 12시 촬영 종료라면 현장 정리하고 출발하면 12시 반, 서울 도착하면 2시. 집에 가면 3시가 넘는다. 그리고 다시 오전 8시 집합하면 52시간 제도는 유명무실이나 마찬가지다." (8년 차 촬영 스태프 A씨)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들의 출연료도 업계 불황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스태프들은 점점 전체 제작비에서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작비를 최대한 예산 그대로 보장해 주는 해외 OTT의 경우, 이를 악용하는 제작사와 배우 소속사도 있다고.

B씨는 "예산안 대로 제작사를 믿고 제작비 금액을 모두 줬는데, 이를 악용해서 배우 출연료 금액을 높이는 제작사도 있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해당 배우의 출연료가 회당 1억이었는데 소속사와 제작사가 합의해서 회당 3억 원으로 기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1억 원은 도로 제작사에 페이백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제작사는 이익을 내야 하니까 꼼수를 부린 것이고, 소속사 입장에서는 출연료를 그렇게 올려서 계약하면 다음 작품에는 진짜 회당 3억 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동의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B씨는 업계 불황으로 실업 위기에 처한 스태프들의 상황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경기불황은 언제든 또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산업이 위기를 맞으니까, 스태프들 실업이 동반되는 이러한 상황을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정부도 다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드라마 제작사들이 만난 적이 있는데 '제작사들이 힘들다. 배우들 출연료도 높고 업계 상황도 나쁘다'고 했더니 해외 가서 비싸게 팔면 되지 않냐고만 하더라. 정부에서 시스템 전반을 관심 갖고 살펴봐줬으면 좋겠다." (15년 차 편집자 B씨)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47/000243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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