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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나 아닌 아침과 오후를 사랑해도 좋아, 밤이면 내가 너를 쫓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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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3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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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고부터는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울 것은 많고 마음의 소묘에 네가 번지는 일이 잦고

우울한 것들이 나의 호흡 사이사이로 빽빽해진다.


창백한 낮에 비가 내리고 무지개는 스스로를 실종한지 오래,

너는 언제까지 슬픔 사이로 촘촘해지니.


비스듬한 마음 사이로 너는 비처럼 나를 적시고

나의 원고지에는 네가 쏟아지고.



/ 서덕준,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하고많은 것들 중에 하필 당신을 사랑하였으나 그는 나에게 정차하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저 수많은 행선지 중 그 어디쯤이었고 이별의 당사자도 없었다.

이렇게도 내 사랑의 매듭은 짧았다.


그저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쯤에서 나는 우울을 헤매었고

당신에게 나는 막다른 길이었음에 울곤 했다.


마른 세수 같은 작별이었다.



/ 서덕준, 하고많은 것들 중에 당신을 사랑하였다











새벽 2시 5분이에요. 어둠이 박쥐처럼 날아들어요. 오늘로 밤의 몇 페이지를 넘겼는지 아세요?

별을 주워 담아 꿰어도 우울의 실타래는 줄어들지 않아요.

방 안에 어둠이 먼지처럼 떠있고 나의 새벽은 절뚝거려요. 바람은 불고 창문은 턱뼈를 삐걱거리며 내게 말을 걸어요.

듣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알아듣고 있죠. 오늘 내가 확 죽어버릴 것 같대요. 모든 사물이 나를 훔쳐보는 것 같아요.

빛으로 숨고 싶지만 내가 너무 짙어요. 나는 거울에 비치지 않고 벽지의 무늬보다도 희미해요. 너무 무섭게 말이에요.

성대의 주파수를 아무리 바꿔봐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죠.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요.

내가 묻지 못해도 나에게 제발 말해주세요. 내가 행복한 적이 있었나요?



/ 서덕준, 무인도











아픈 마음과 광활한 외로움은 잠시 뒤로할게.

세상에 당신 하나 남을 때까지 철없이 빛나기만 할게.


나 아닌 아침과 오후를 사랑해도 좋아,

밤이면 내가 너를 쫓아갈게.



/ 서덕준, 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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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숱한 일기장에 붉은 잉크로 적히곤 했던 나만의 Y야.

파도의 끝자락 같이 고왔던 너의 어깨에 장미 덩굴처럼 파고들던 나의 파란 포옹을 기억하고 있어?


네가 가는 길마다 꽃잎으로 수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온갖 화원의 꽃 도둑이 될 수도 있었고,

너를 너의 꿈결로 바래다줄 수 있다면 다음 생까지도 난 너를 내 등에 업힐 수 있었어.


새벽에 가만스레 읊조리던 기도의 끝엔 항상 너와 내가

영영코 끊을 수 없는 오색의 밧줄로 감기는 세계가 존재하곤 했지.


Y야. 너의 살굿빛 피부에 잠을 자던 솜털을 사랑했고, 눈동자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을 사랑했고,

너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교실 창밖에서 불어오던 꽃가루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어.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나만의 Y.



/ 서덕준,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당신의 말에는 음표가 있습니다.

나는 그 잔잔한 음계에 발을 내딛죠.


나의 박동은 빛나는 가루로 깨어지고

당신을 향한 마음은 폭죽의 파열음보다 높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악보,

나 밖에 연주할 수 없죠.


당신과 나의 말들이 화음이 되고

악보의 오선지처럼 두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우리의 연주가 시작됩니다.



/ 서덕준, 우리 둘만의 음악회











저기 저 하늘 좀 봐

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

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

네 뺨을 닮았다 했어

갈대가 사방으로 칭얼댄다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겠지.


어느덧 네 짙은 머리칼처럼

하늘에도 먹색 강물이 흐른다

너를 향해 노를 젓는 저 달무리를 봐.


머리 위로 총총한 별이 떴구나

마치 네 주근깨 같기도 해

그래 맞아, 그만큼 어여쁘단 뜻이야.


저기 저 들꽃 좀 봐

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


네 눈썹일까?

아니면 네 입술일까?



/ 서덕준, 너를 쫓는 근위병











모든 빛은 전부 네게로 향하고

꽃가루와 온갖 물방울들은 너를 위해서 계절을 연주하곤 해.

모든 비와 강물은 너에게 흐르고 구름이 되고

다시금 나를 적시는 비로 내려와.


모든 꽃잎과 들풀, 그리고 은빛과 금빛의 오로라는

세상이 너를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빛깔이야.

밤이면 네가 하늘을 잔뜩 수놓는 바람에 나는 아득하여

정신을 잃곤 하지.


아,

세상에 너는 참 많기도 하다.



/ 서덕준, 세상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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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어둡습니다.

절단된 회로에 빛은 머물지 않습니다.

새벽을 실 삼아 이불을 재봉하는 일이 잦고

하늘의 빈칸을 채우기보다

어둠의 여백 밖으로 숨는 일이 허다합니다.


타죽어도 좋습니다.

나를 부디 빛으로 이끄십시오.



/ 서덕준, 불나방의 자살











너를 가만스레 떠올리자니

갑자기 별이 쏟아지고 바다에 숲이 생겨나더니

지도에는 없는 곳에서 요정이 달려오고 있대. 네게로 행진하고 있나 봐.

다홍색 달이 뜬대, 구름에 날개가 달린대.

너를 향해 날아간다나 뭐라나?

백조가 갑자기 말을 하고 전설 속 인어가 환생을 한대.

너를 평생 모시는 신하가 되겠대.

그들은 네가 이 우주의 전부라고 선언해.


너무도 환상 같아? 꿈처럼 느껴져?


이것은 바로 너로 인해 시작되는 이야기,

너는 내게 있어 거짓 같은 환상이고

찬란한 한 편의 꿈이야.



/ 서덕준, 판타지 소설











무늬 없이 반들거리던 너의 손톱과 끝이 빛바랜 머릿결,

굴곡 없는 콧대와, 밤이면 속속들이 별이 모여들던 너의 눈동자.

그리고 그 부드러운 입술이며 호수의 잔물결 같은 목소리며

같이 앉아 서로의 시간에 발을 담그던 그 벨벳 의자와

불쑥 껴안을 때 풍겼던 아카시아 향기, 유리 파편 같은 눈웃음.

그리고 오로라 색 양탄자 같은 너의 손등과 몇 번이고 쓰다듬던 너의 지문과 손마디.

아직도 지갑에 잠들어 있는 네 스무 살 적 얼굴과 금빛 이야기들,

눈물을 앓는 내게 처방전이 되곤 했던 너의 체온과 어깨와

새벽녘 푸른 불꽃 같았던 고백이며 너와 훗날을 함께 엮던 숱한 꿈들의 시나리오.

함부로 너를 잊자니 버려야할 것이 너무도 많다.



/ 서덕준, 303호의 후유증











너의 푸르른 노랫소리를 사랑할게

청춘이니 꽃이니 하는 너의 붉음을 지켜줄게

새벽에 미처 못 다 헤던 너의 우울한 보랏빛도

내가 전부 한 데 모아 하늘로 쏘아 올릴게

네 눈물보다 많은 빛으로 산란하게 할게

전부 별처럼 빛나게 해줄게


너의 부서지는 바다색 웃음소리와

갈맷빛 눈썹이 조잘거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게

향기로운 너만의 청사진을 함께 꿈꿀게


강물이 마르고 별이 무너져 내려도

너의 장밋빛 인생을

내가 기억할게.



/ 서덕준, 장밋빛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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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인 서덕준 인스타그램 (@seodeokjun)

http://instagram.com/seodeokjun


- 시인 서덕준 페이스북 페이지

http://facebook.com/seodeokjun



 


출처 :쭉빵   글쓴이 : 12월까지 4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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