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혜화역에서 본 장면... 휠체어는 막고 비장애인은 자유롭게 지나갔다
6,252 6
2024.04.27 11:51
6,252 6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 과잉진압은 미국 같은 다른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을 요구하는 신체장애인들을 지하철역에서 끌어내고, 시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행사에 경찰을 배치하는 것 같은 과잉진압 장면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혜화역을 점령한 경찰

지난 19일 혜화역 근처 마로니에공원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주최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집중결의대회가 열렸다. 오후 7시쯤 혜화역에서 내렸을 때부터 평소와 다른 풍경이 눈에 띄었다. 몇십 명은 되어 보이는 경찰들이 마로니에공원과 가까운 3번 출구로 가는 통로에 서 있었다.

벽에는 "철도 종사자의 허가 없이 연설, 권유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질서유지선이라고 쓰여 있는 이동식 철제 울타리도 있었는데, "특정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장연 시위를 겨냥한 내용으로 보였다. 막상 시위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폭력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범죄 현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혜화역 통로를 지키고 선 경찰들을 보면서 불편했다. 
 

▲  "특정장애인단체의 불법시위로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이 철제 울타리에 붙어있다.
ⓒ 이서현

 
장애인 차별과 성차별을 평생 겪고 살았기에 강압적인 해결책에 대한 반감이 크다. 권력과 대치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도 크다. 힘을 가진 사람과 충돌하면 거의 대부분 소수자인 나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경찰들을 보면서 직접 항의했다가는 트집을 잡혀서 연행되거나 더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이 올라왔다. 

마로니에공원에 도착했을 때도 경찰들이 잔뜩 보였다. 출입구마다 경찰이 서 있었고, 내가 들어간 넓은 출입구에서는 경찰 한 명이 공원에 들어가는 시민들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경찰차도 여러 대 있었다.
 

▲  장애인인권영화제가 개최된 마로니에공원 출입구를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경찰차도 여러 대 동원되었다.
ⓒ 이서현

공원 안쪽에서 라이브 공연을 봤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자막과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행사는 처음이었다. 청각이 예민해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쓰고 있었는데도 실시간 자막이 있어서 공연 내용을 따라갈 수 있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출구만 골라 봉쇄

근처에서 간식을 먹고 쉬다가 오후 9시쯤 마로니에공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혜화역 3번 출구에서 큰 소리가 들려서 가까이 가봤더니 경찰이 출구 계단에 빽빽하게 서서 장애인 활동가들을 막았다. 근처에 있는 엘리베이터도 경찰 4명이 입구에 서서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신체장애인들이 "집에 가게 해 달라"고 경찰에게 여러 번 항의했지만 경찰은 물러서지 않았다. 건너편 출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경찰 4명이 혜화역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 신체장애인들과 대치하고 있다.
ⓒ 이서현

 
비장애인에게는 길을 비켜준 경찰

그 와중에 비장애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2번 출구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경찰이 길을 열어주었다. 에스컬레이터만 있어서 휠체어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출구는 봉쇄하지 않고 남겨두었다.
 

▲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하는 출구에는 경찰이 배치되지 않았다. 비장애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 이서현

 
경찰이 막지 않은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사 안으로 내려갔다. 이때 대합실에서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이 휠체어를 탄 신체장애인들을 둘러싸고 강제퇴거시키는 장면을 봤다.

신체장애인 한 명을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 여러 명이 둘러싼 채로 퇴거를 종용했다. 휠체어에 탄 신체장애인 여성이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여러 번 항의했다. 역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알아서 퇴거하시라, 계속 차시면 다친다"고 했다. 그 다음에 "어, 어, 휠체어 쓰러진다, 잡아"라는 말과 함께 무거운 물체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압 과정에서 휠체어가 넘어진 것이다.

혜화역장이 나와서 마이크를 들고 "특정 장애인단체"는 "불법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퇴거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들이 신체장애인들을 끌고 나갔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31859?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삼성전자 X 더쿠 ] 덕질은 갤럭시💙 덬들의 오프 필수템, 해외 스케줄도 Galaxy S24와 함께! 2 05.04 65,43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93,65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546,42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304,06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87,44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817,94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58,48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402,99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6 20.05.17 3,117,81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92,25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67,4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5332 정보 염혜란 배우님 연기와 내레이션으로 빛이 나는 EBS 다큐 10:07 30
2405331 이슈 낯선 도시 '싱가포르'에서 펼쳐질 내 혈육의 로맨스💚🧡 <연애남매> 싱가포르 포스터 공개✨ 10:07 76
2405330 이슈 이정재가 제다이 됐다고 언론에서 앞다투어 대서특필하는 것을 보면서...twt 10:07 306
2405329 이슈 [KBO] KIA 김도영이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3~4월 월간 MVP로 선정됐다. 12 10:06 115
2405328 정보 박재정, 오늘(9일) '무슨 일 있었니' 발매..21일 입대 전 마지막 선물 1 10:04 63
2405327 기사/뉴스 SM, 3분기 라인업 공개...NCT 127 정규·아이린 솔로·나이비스 데뷔 4 10:04 133
2405326 정보 캐시워크 Syrup 4 10:04 102
2405325 정보 스타벅스 별 8개 리워드를 신청하면 별 8개마다 카페 아메리카노/라떼 무료 21 10:02 1,189
2405324 정보 네이버페이 태화 인스타 팔로우 120원 7 10:01 525
2405323 유머 초등학생들 "헐 대박" 씀 양육자들로부터 구전된 2차 유행어인것으로 보고있음 27 10:01 1,235
2405322 정보 Kb pay 퀴즈정답 16 10:00 615
2405321 이슈 1분기 영업이익 92% 증가한 카카오 주가 근황...jpg 12 09:59 1,115
2405320 이슈 [캐릭터 티저] 최고의 로맨티스트 or 연애 고자, 엄태구의 정체는?! | 〈놀아주는 여자〉 6월 12일(수) 저녁 8시 50분 첫 방송! 4 09:58 186
2405319 이슈 갓생러인데 재밌기까지 한 유튜브 채널 추천.ytb 5 09:58 786
2405318 기사/뉴스 [SC이슈] "선재야, 너 때문에"..'선업튀', 드라마 팬까지 '스밍' 돌리는 마성의 드라마 17 09:57 470
2405317 정보 10시 전 미리 올려보는 네이버페이12원(끝)+1원 10 09:57 529
2405316 유머 [1박2일 예고] 머리를 썼으니 다음은? 힘을 써라! 09:57 116
2405315 기사/뉴스 대구 24층 아파트서 생후 11개월 남아 추락사 75 09:57 4,735
2405314 이슈 [KBO] KBO리그 2024시즌 시청률 TOP 50(~5/8) 3 09:56 203
2405313 기사/뉴스 '코스피 새내기' HD현대마린솔루션, 16%↑… 시총 8조원 돌파[핫종목] 7 09:55 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