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브와 민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공식 감사가 시작되고 민 대표가 같은 하이브 산하인 아일릿을 저격하는 과정을 보면 이미 갈등 봉합은 힘든 단계로 보인다”며 “법적 대응으로 가는 수순이다. 싸움이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탄소년단(BTS) 신화를 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현재 대세인 뉴진스를 키워낸 민 대표의 갈등을 두고 엔터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갈등의 골이 꽤 오래전부터 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하이브 관계자들이 공공연하게 민 대표 비판을 해왔다. 주로 독단적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방 의장이 민 대표를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얘기마저 나왔다”고 말했다.
뉴진스를 기획할 때 전권을 위임 받은 민 대표는 실제 다른 레이블 소속의 연습생을 차출해 현재 뉴진스 멤버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연습생을 뺏긴 레이블 쪽의 반발이 거셌고, 이런 앙금들이 쌓여 민 대표를 적대시하는 하이브 내 분위기가 커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평소 민 대표를 알고 있던 업계 사람들이라면 이번 사태가 그렇게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민 대표는 에고(자아)가 강하다. 기존 대기업의 모회사, 자회사, 관계사 개념으로 협조하는 비즈니스 관계가 적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민 대표 개인 성향만을 탓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민 대표가 하이브에 영입될 때 조건이 ‘일체 간섭 받지 않는다’였고, 민 대표는 이 조건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엔터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가 총괄 프로듀서로서 전권을 행사한 뉴진스의 등장과 성장이 케이팝 ‘게임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탁월해 방 의장이 손을 댄 다른 걸그룹에 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는 민 대표의 성향도 있지만, 모든 공을 민 대표가 가져간다는 내부 인식과 이에 따른 견제도 이번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향후 관건은 ‘어른들의 싸움’에 휘말린 당사자 뉴진스다.
일단 박지원 대표가 사내 이메일에서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만큼 당분간 활동은 정상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뉴진스는 다음달 새 앨범을 내놓으며 컴백하고, 6월에는 일본 도쿄돔 팬미팅도 예정돼 있다.
만약 민 대표가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김도헌 평론가는 “현재 글로벌 최정상급 인기인 뉴진스이기 때문에 민 대표가 프로듀서를 맡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지장은 없을 것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떠났다고 해서 에스엠(SM) 아티스트 인기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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