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평론가는 "K팝은 입체적인 장르다. 퍼포먼스, 스타일, 아트 각각 독자적인 매력과 맥락이 있다"라며 "르세라핌 코첼라 공연은 막대한 투자와 준비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태가 난다. 1주 차 공연의 경우, 화려한 K팝 콘서트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빡센 오프닝 메들리 수준의 공연이 40여 분 동안 지속됐다. 연출도 오프닝급이고, 퍼포먼스 강도도 오프닝급이었다. 한 번만 해도 숨이 턱 끝까지 차는 오프닝 메들리를 세 번 연달아 한 셈이다. 르세라핌은 단지 춤추며 노래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무대를 뛰어다니며, 멘트도 거의 없이 공연만 했다. 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면 당연히 노래를 더 잘했을 거다. 그런데 춤을 빼면 르세라핌이 코첼라에서 뭘 보여줘야 했을까. K팝은 춤추는 음악이고, 르세라핌의 퍼포먼스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최이삭은 "상식적으로 숨 고를 시간이 넉넉했다면 가창이 좀 더 안정적이었을 텐데, 1주 차에서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나는 르세라핌 측이 밀어붙이는 공연만의 에너지와 연출적 완결성을 선택했고, 이번 논란은 본질적으로 그 선택의 결과라고 본다. 나는 이 선택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K팝은 즐기는 음악이라기 보다는 '해내야 하는' 음악에 가깝다. 적자생존의 무자비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가수들이 살벌하게 갈고닦은 노래와 퍼포먼스를 오차 없이 촬영한 영상으로 국경을 넘어왔다. 그래서 K팝 공연의 기본 정서는 비장함이다. 이 비장함은 모니터 속, 그리고 정서의 공감대가 있는 국내와 아시아 공연에서는 유효하지만, 서구권 뮤직페스티벌 무대에서는 독이 되곤 한다. 언어처럼 다른 공기 속에서 '해내야 하는' 공연을 하며 호응을 끌어내고자 노력하는 가수들의 모습은 종종 안쓰럽고 어색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르세라핌은 1주 차 공연에서 미완성이지만 코첼라의 '공기'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비장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객과 호흡하는 여유를 가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같은 가수들이 K팝 탑티어로 분류되는 이유다"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멋진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기대하는, 두려움 없는 표정과 동작도 좋았다. 후반부에 체력이 바닥나며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이었다. 나는 K팝이 과정에도 박수를 보내는 음악이라고 믿는다. 가창력 문제는 그것대로 비판받되, 이 공연을 준비하며 이뤄낸 그들의 성장과 노력에 대해서도 이야기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르세라핌은 국가대표가 아니라 꿈 많은 데뷔 2년 차 아이돌이다. K팝의 파이가 커지고 북미 투어가 보편화되는 흐름과 연동되어, 올해 많은 K팝 가수들이 미국 야외 뮤직페스티벌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이번처럼 라이브 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나, 르세라핌이 코첼라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도전과 시도가 그들에게 금기가 아니라, 교훈과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한 르세라핌이 그들의 모토대로 앞으로도 두려움 없이 노래하고 춤췄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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