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행사 인파 보고 깜짝 놀랐어요."
최근 업계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며 들은 말이다. 지난해 돌풍이 불기 시작한 '이세계 아이돌'이 명실상부 게임계 마케팅 최고의 카드로 떠올랐다.
이세계 아이돌은 방송인 우왁굳과 그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 '왁타버스'에서 운영되는 버추얼 아이돌이다. 버튜버 멤버 여섯 명으로 2021년 결성되어 점차 팬덤 규모가 커졌으며, 급기야 멜론 명예의 전당 4회 입성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국내에서 독보적 규모의 버추얼 그룹으로 자리잡았다.
게임계에서 그 존재감이 강렬하게 박힌 계기는 지스타 2023이다. 멤버 중 하나인 '릴파'가 넷마블 부스에 스크린으로 출연해 신작 '데미스 리본'을 시연했고, 팬들이 부스 주변을 가득 채우면서 함성 소리로 전시장을 메웠다. 당시 동시간 트위치 시청자 1위, 생방송 뷰어십 1만 5천 명을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지스타 방송 성적도 나타났다.
지난 2월에도 파급력을 재확인했다. 또다른 멤버 '징버거'가 당시 출시 직전이던 컴투스 신작 '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OST 'Brave New World'를 커버해 불렀다. 컴투스의 광고 컨택으로 이뤄진 콘텐츠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커버송 영상은 현재 조회수 50만을 바라보고 있으며, 공식 버전인 PV OST도 조회수가 동반 치솟으면서 56만 회를 돌파했다. 대기업도 아니고, 중견 게임사의 신규 IP 서브컬처 게임 OST가 출시 초기부터 이 정도 주목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밖에도 수많은 게임에서 광고 콘텐츠 협업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이 적극적이다. 최근은 호요버스의 '젠레스 존 제로', 쿠로게임즈의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이 출시를 앞두고 베타 버전 실황 광고를 맡겼다.
광고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세계 아이돌을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광고 단가 역시 그 시점에서 최고 수준이었다는 말이 떠돈다. 게임, 서브컬처 등 인터넷 방송 문화와 연결됐다면 고려 대상 1순위 모델이다.
인터넷 방송 시청층 가운데 연령이 낮은 편이다. 20대가 주류를 이루며, 중고등학생 팬도 매우 많이 보인다. 충성도와 행동력은 단연코 국내 인방 중 가장 높다. 업계에서 주 타겟을 1020 세대로 잡을 때 이세계 아이돌을 빠뜨릴 수 없는 이유다.
중국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광고 협업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도 중국 게임은 비교적 유저층이 젊게 나타난다. 과금 부담이 덜한 편이고 수동 조작 비중이 크기 때문. 퍼블리셔 자본력도 탄탄해 서로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겹친다.
광고임을 명시하고 방송하더라도 멤버 1인당 생방송 뷰어십이 최소 만 명 이상 나오며, 유튜브 콘텐츠 노출까지 거대하게 연결된다. 인터넷 방송 생태계 특성상 한 번 흐름을 타면 다른 방송의 리액션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효율은 더욱 극대화된다.
'왁타버스'의 재생산도 크다. 예컨대 한 명이 커버송을 부르면 '왁뮤 차트'라는 노래 집계에 들어가고, 우왁굳과 다른 멤버들 방송에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직접 뷰어십의 몇 배 이상의 소비자에게 노래와 실황 등 콘텐츠가 노출되는 것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커버송 마케팅은 그 보컬의 관심층에게 퍼지는 선에서 끝나지만, 이세계 아이돌은 왁타버스 내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2차 전파'가 발생한다"면서 "게다가 1차 전파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효과가 있다 보니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협업 인기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광고하는 콘텐츠마다 최소 안타, 최대 홈런이다. "비싼 값 이상을 하는 인플루언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세계 아이돌을 향한 구애의 손길은 더욱 적극적으로 변할 전망이다.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열정이 얼마나 거대한 업계 순환을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긍정적 그림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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