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973964?sid=102
경남 김해시에서 지난달 31일 대동맥박리 환자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 50대 대동맥박리 환자가 부산 내 수용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울산으로 이송된 뒤 닷새 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17일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4시 9분께 60대 여성 A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 14분 뒤인 4시 23분께 신고가 접수된 경남 김해시 대동면의 한 밭에 도착한 소방은 A씨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면서 동시에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방은 A씨를 수용할 병원을 구하지 못했다. 당시 구급대원은 A씨의 자녀에게 “병원 10여곳을 알아봤는데 진료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계속 알아보고 있다”며 “(가까운) 부산 쪽으로 알아보겠지만 안되면 창원이나 멀리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신고지로부터 가장 가까운 Y 대학 병원을 포함한 6곳의 병원에선 “병상 없음, 진료할 의사 없음” 등을 사유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특히 Y 대학병원의 경우 소방이 여러 차례 수용 가능 여부를 물어봤으나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를 실은 구급차는 1시간가량 어떤 병원으로도 이동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오후 5시 18분께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D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A씨의 신고지로부터 거리로는 22km 떨어진 곳으로 평소 차량으로 30분이 걸리는 위치다. A씨를 받아주는 곳은 이곳 뿐이었다고 한다.
D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신고 시점으로부터 1시간 16분 뒤인 오후 5시 25분이었다. A씨 가족에 따르면 D병원에서 A씨는 2시간가량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응급실에 도착한 후 피 검사, 혈압 검사 등 몇 가지 검사만 받은 채 병원 측으로부터 퇴원을 권유받았다.
A씨가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병원 측에 CT 검사 등을 요구하고 나서야 병원 측에선 검사를 추가로 진행했고, '대동맥박리’를 진단 받았다.
그러나 대동맥박리 수술이 불가했던 D병원은 A씨를 부산 서구의 B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A씨는 신고 시점으로부터 4시간 가량이 지난 오후 8시 20분이 돼서야 B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도착 이후 A씨는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이 2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오후 10시 15분께 사망진단을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대동맥 박리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이제 1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주석중 교수가 2023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송석원 교수가 국내 대동맥 박리 환자의 거의 절반을 수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근년에는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젊은 의사의 수도 거의 없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