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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DPR IAN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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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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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조울증이 아티스트에겐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애써 피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추구하는 예술 세계의 중심부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해서 나온 훌륭한 결과물을 들었을 때, 아티스트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목도할 수밖에 없어 드는 미안함과 좋은 작품을 접해서 느끼는 짜릿함이 동시에 엄습한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감정이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디피알 이안(DPR IAN)의 작품이 그렇다.

 

그는 10대 때 진단받은 양극성 장애와 투쟁해오며 이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하여 남다른 방식을 취했다. 우울을 인격화하고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것. 그렇게 창조한 타락 천사 마이토(MITO)는 이안의 과거와 현재를 반영한 캐릭터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Moodswings In This Order’란 연작을 발표했다. 조울증으로 인해 느끼는 양극의 감정을 모티브 삼아 마이토로서 이야길 풀어간 앨범이다. 음악과 영상을 통해 기록되는 마이토의 여정 안에서 정신장애는 초능력처럼 매우 특별한 재능으로 재구성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Z5SfoLB5yA

 

그리고 작년 10월에 내놓은 새 앨범 ‘Dear Insanity’에선 또 다른 분신이 등장한다. 마이토와 정반대인 미스터 인새니티(Mr. Insanity)다. 처음으로 마이토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에 섰다. 둘은 마치 이안이 겪는 조울증의 양면을 대변하는 듯하다. 비주얼적으로 마이토는 고통과 슬픔으로 점철되어 흑백 컬러로 표현되는 한편, 미스터 인새니티는 밝은 면모가 부각되어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표현된다. 이안은 두 자아를 대립하는 동시에 서로를 투영하는 관계로 설정했다. 배트맨과 조커처럼 말이다.

 

서사와 콘셉트뿐만이 아니다. 챔버팝, 일렉트로니카, 얼터너티브 R&B, 하우스, 브릿팝 등의 여러 장르가 어우러지고, 오케스트라 편곡과 일렉트로닉 드롭을 오가는 변주가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프로덕션도 이안이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스란히 나타낸다. 이렇듯 그가 만든 예술 세계는 정교하고 흥미로우며 자유분방하다. 자신의 내면까지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이는 흔치 않다.

 

이안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된 데에는 뮤직비디오 연출가로서의 재능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탁월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비주얼 디렉터다. 한국 힙합, R&B 씬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DPR 크루에서의 포지션도 시각 예술 분야였다. 2012년 K-팝 그룹 씨클라운(C-Clown)의 멤버로 데뷔했지만, 디피알 이안에게 영상은 음악만큼이나 예술 세계의 큰 지분을 차지한다.

 

이력 면에서도 두 분야의 비중이 비슷하다. 본인과 DPR 멤버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외부 작업도 해왔다. ‘No Blueberries’, ‘Don’t Go Insane’, ‘Peanut Butter & Tears’, ‘So I Danced’, ‘Limbo’ 등의 대표 곡, DPR 형제 홍다빈(aka DPR Live)의 ‘Jasmine’, ‘Yellow Cab’, ‘Legacy’ 그리고 바비(BOBBY)의 ‘꽐라’(2016), 송민호(MINO)의 ‘몸’(2016), 태양의 ‘Wake Me Up’(2017) 등이 그의 작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BgcBXxCsI

 

연출은 대부분 독특하고 창조적이다. 그동안 이안이 내놓은 작품의 비주얼적인 완성도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유력 투자자나 레이블 관계자의 지원이 있을 거로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 독립 노선을 걸으며 이룬 것이다. ‘Peanut Butter & Tears’의 뮤직비디오만 봐도 이러한 배후설(?)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다.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되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현실과 이세계가 오버랩되는 감각적인 편집, 디스토피아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꿈 시퀀스에서 도드라지는 로파이하고 개성 넘치는 CG, 배경에 맞춰 다채롭게 변화하는 뛰어난 색감까지, 정말 높은 몰입형 경험을 선사한다. 비주얼적 충격만 인상적인 것이 아니다. 강렬하고 황홀한 매 시퀀스엔 양극성 장애를 앓는 자신의 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은유적으로 흩뿌려졌다. 이처럼 디피알 이안은 시각적인 부분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엮은 서사를 영상을 통해서도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W-UVXOcLU

 

그래서 그가 감독한 뮤직비디오는 극적이며, 짧고 강렬한 영화 같을 때가 많다. 최근 공개된 아이유의 ‘Shopper’ 뮤직비디오도 그렇다. 뮤지컬로 연출한 케이퍼 영화 같다. 장 피에르 주네(Jean-Pierre Jeunet),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같은 감독의 스타일이 엿보이는 시퀀스를 비롯하여 형형색색의 장면이 지나는 가운데 마법 아이템을 판매하는 특별한 상점을 배경 삼아 소동이 벌어진다. 이안은 극의 시작을 알리는 내레이터이자 아이템을 훔쳐 탈출하는 아이유의 조력자이며, 이 모든 상황의 연출자다.

 

디피알 이안의 작품 세계는 전방위적이며 때때로 전위적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추려 하기보다 본인만의 세계관 안에서 하고 싶은 걸 해 나간다. 이는 조울증에 휘감긴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이안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누가 악당이고 누가 슈퍼히어로인가, 무엇이 긍정적인 면이고 무엇이 부정적인 면인가? 이안은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작품을 접하며 계속 마주해야 할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답을 찾는 과정에 동참하며 이안의 음악 세계로 스며들고 있다.

 

글 강일권 (음악평론가)

https://magazine.weverse.io/article/view/1082?la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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