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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영화 1987에 숨어있는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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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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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작중의 연세대 만화사랑 동아리는 지금도 있는 곳인데

 

호헌 선언 방송이 나올 때 만화사랑 동아리방에서 한 학생이 "저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다른 학생 중 하나가 장난처럼 "너 연세대 어떻게 왔냐, 너 프락치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그 동아리방 안에서 일어났던 설인종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다. 해당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관람객에게는 소름 돋는 대사.

 

당시 영화에서 보여지듯이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 중 하나였으나, 학생운동에 비협조적인 학생을 고문해 죽인 흑역사 이후 사회운동에서는 손을 떼게 되어 현재는 순수한 만화 동아리로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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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인종 고문치사 사건으로 사과하는 연세대 총학생회)

 

그시절에는 명문대 대학생활을 동경해 전문대 등을 다니면서 명문대 학생인척 청강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설인종은 동양공업전문대학 공업화학과 2학년에 재학하던 학생이었으나 만화에 관심이 많았고 집에서 먼 동양공전까지 통학하는 것을 싫어했으며 인근의 연세대 만화 동아리에 들어가 만화를 탐독했는데 연세대 만화 동아리는 당시 사실상 운동권의 하부 조직이었다. 당시 설인종은 운동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만화 동아리에서도 학생운동에 대해서 과격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이에 운동권에 깊숙히 개입되어 있었던 다른 동아리 학생들은 그의 뒤를 캐기 시작했는데 한 학생이 학적과에 조회해 보니 설인종이라는 학생은 없었다. 그러자 운동권 학생들은 그를 프락치로 단정하였다. 설인종이 만약 진짜 프락치였다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오히려 운동권에 적극적으로 동조했을 것이다. 설인종은 동양공전 화공과 소속이었는데 특히 공대에서는 '공부는 안 하고 입학 이후 수업 시간에는 출석하는 일이 없었던' 운동권을 경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따라서 설인종은 당시 여느 공대생들과 마찬가지로 운동권에 비판적인 성향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운동권이 장악했던 당시 연대 중앙동아리 분위기를 모르고 단지 순수하게 만화책만 실컷 읽을 요량으로 만화동아리에 들어갔다가 비극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연고전이 벌어지던 날 연고대 운동권 간부들은 설인종을 연세대 학생회관 3층 적십자서클룸에 감금한 후 의자에 묶어 놓고 각목으로 마구 폭행하면서 고문, 취조하였다. 운동권들은 설인종을 각목으로 장시간 마구 구타하였으며 구둣발로 밟고 정신을 잃을 때마다 물을 끼얹어 깨운 뒤 다시 폭행하였다. 연고전이라 놀러온 고대생들도 취조에 가담하여 여덟 명 정도가 그를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팼다. 결국 설인종은 폭행의 여파로 쇼크사하였다.

 

설인종이 사망한 후 학생들은 자신들의 폭행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설인종의 옷을 갈아입혔고 설인종이 원래 입고 있었던 옷은 은닉하였지만 학생회관을 청소하던 청소원에 의해 설인종이 원래 입었던 옷이 발견되었다. 이 옷을 토대로 학생들이 설인종에게 물을 끼얹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설인종을 폭행치사한 학생들은 설인종이 "7월 30일 고교동창인 '박재신'을 통해 '심현순'이라는 35세 가량의 남자를 소개받아 9월 30일 심씨로부터 연대 잠입을 지시받은 후 서클에 가입했으며 회원동향보고 등 프락치 활동을 해 왔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진술서를 받기 전에 사망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설인종의 고등학교 동창 박재신을 소환하여 조사하였고 조사 결과 연대생들의 진술이 사실과 다른 것을 밝혀냈다. 결국 연대생은 설인종의 자백이 허위 자백이라고 시인하면서 진술을 번복했다. 학생들은 처음 자신들이 운동권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제공한 사진에서 이들 6명이 모두 시위 현장에서 각목과 돌을 들고 있는 장면이 발견되어 전원 운동권 학생임이 밝혀졌다. 시신을 수습하러 온 설인종의 가족들은 그들을 본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굉장히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연대생들의 주장에 따라 설인종의 프락치 여부도 수사했으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 설인종의 프락치 주장에 대해서 설인종의 부모는 "인종이는 지적수준이 낮아 프락치 같은 것은 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학 2학년 1학기 성적이 평균평점 2.08로 매우 낮았고 고등학교 때도 반에서 30~40등에 머물렀다고 한다.

 

설령 설인종이 정말로 프락치가 맞다고 하더라도 본인들이 그렇게 비난하던 독재정권과 똑같은 행태로 고문하고 사람을 때려죽였음은 어떤 의미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자백했다고 하더라도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에는 가치가 없다.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 저들의 논리대로라면 독재정권이 인권운동가나 학생들을 고문하여 받은 자백도 똑같이 증거가 된다. 더욱이 고문은 불법이자 범죄이며 심지어 죽게 만들었으니 프락치가 맞다고 해도 빼도박도 못하는 범죄다.

 

주범인 양영준(梁永俊, 20·연세대 법학 3, 적십자회 전회장), 김중표(22·고려대 신방 3), 이선욱(李善旭, 21·연세대 경제 3, 교지편집부원), 장량(26·고려대 체교 4)이 징역 4년을, 김현철(金鉉喆, 24·연세대 정외 4), 오성훈(吳成勳, 21·연세대 경제 3, 컴퓨터서클회원), 이주학(23·고려대 사학 4), 이주식(李珠植, 21·연세대 응용통계 3, 만화사랑서클회장) 등 4명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는데 이들은 사람을 고문하여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까지 하였다. 이들 중 절반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

 

이 사건의 여파로 학생계에서는 비운동권 세력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몇 년후 연세대 사태에 더해서 마찬가지로 프락치로 의심된 민간인이 사망한 이종권 치사 사건, 이석 치사 사건으로 운동권은 크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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