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대페미의 시대
58,062 361
2024.04.13 01:52
58,062 361
qhgibQ

한 위원회에서 나에 대한 기피신청이 들어왔다. 기피신청이란 특정 위원이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민원인이 해당 위원을 판단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기피 사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터라 당혹스러웠다. 민원인은 사용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내용을 작성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나를 설명한 항목을 저장한 사진을 출력해 입증자료로 첨부하며 ‘정소연 변호사는 극단주의 사상인 페미를 믿는 사람이니 공정한 판단을 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혼소송을 하다 보면 남편 쪽에서 아내의 잘못으로 ‘페미라서’를 드는 경우가 너무 많아, 예를 들어도 누구 일인지 알아볼 사람도 없을 정도다. “내 아내가 남자아이를 평등하게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 아들을 똑바로 키우지 못할 사람이니 양육권을 주면 안 된다” “딸의 인권에 대한 책을 아내의 책장에서 발견했다. 우리 딸의 사상을 왜곡시킬 것이다”와 같은 주장을 하며 양육권을 다투는 남편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일면식 없는 쇼트컷 여성을 “페미이니 맞아야 한다”며 폭행해 중상에 이르게 한 범죄도 발생했다. 오늘날 ‘페미’는 사전적 의미의 페미니스트 또는 여성주의자의 약칭에 그치지 않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멸칭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이 멸칭으로서의 ‘페미’에는 몇 가지 구성 요소 내지 판단 기준이 있다. 이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보면 “너 페미지?” “쟤가 페미라서” 소리가 나온다. 첫째, 남자를 싫어한다. 남자를 싫어하면 페미다. 여기에서의 남자는 보편적인 남성이 아니라 멸칭 사용 주체로서의 ‘나’가 된다. 아무리 남자 연예인을 좋아해도, 눈앞의 남자인 나를 싫어하면 그 여자는 페미다. 내가 매력이 없거나 연애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연애관계가 성립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저 여자가 페미라는 극단적인 사상에 물들어 남자를 싫어하기 때문에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것이다.

둘째, 머리가 짧고 뚱뚱하고 외모와 꾸밈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 애인, 아내, 가족 등 내 주변 여성은 페미일 리가 없다. 긴 생머리이고 화장하고 날씬하니까. 이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남성이 놀랍고도 손쉽게 ‘페미성’을 획득하는지는 알 바 아니다. 페미 여부 판별은 오로지 남자인 내가 여자를 평가하는 일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셋째, 페미는 독서를 많이 한다. 베스트셀러였던 ‘82년생 김지영’ 외에도, 위에서 예로 든 것 같은 성평등 교육을 위한 책, 여성주의자들의 학술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따위를 읽는다. 이런 페미들은 티를 내기 마련인데, 남자인 내 앞에서 감히 똑똑한 척을 하거나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말의 예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더 불이익하다”부터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남자아이들의 성교육이 중요하다” “명절에 왜 꼭 시가를 먼저 가야 하냐” 등이 있다.

그 외에, 집게손가락 손 모양이나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남성의 성기가 매우 작다는 의미라고 한다. 저런, 그랬구나!) 데이트통장 만들기를 거부하거나 흡연하거나 성별 동일임금을 주장하거나 살림을 싫어하는 여자들도 페미임을 숨기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저것 종합해 보면, 한국에서는 여자로 태어나 숨만 쉬어도 페미가 될 수 있다.

이 우스꽝스러운 낙인은 우습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중략) 


남자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는 페미들 때문에 내가 혼자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잘 씻고 페미들이 읽는 책도 같이 읽는다면, 함께할 만한 이성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페미에 대한 감별, 혐오 발화에 대한 용인과 때로는 심지어 이를 부추기는 문화가 결국 원인을 잘못 이해한 개인들의 불행, 가정의 갈등과 분열, 사회적 비용, 심지어 범죄로 이어져 우리 모두의 짐이 되는 현실을 보며 생각한다. 어차피 저 모든 기준을 갖다 대면 한국의 모든 여성이 페미이고, 지금이야말로 혐오가 완성한 대페미의 시대인 것을.


정소연 객원논설위원·변호사·SF작가


https://naver.me/xwWHx3a1



yimZex


개 사 이 다 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머리가 짧고 뚱뚱하고 외모와 꾸밈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남성이 놀랍고도 손쉽게 ‘페미성’을 획득하는지는 알 바 아니다.


이 부분 존나 웃겨 ㅅㅂㅋㅋㅋㅋㅋㅋ

억울하면 장발하길 ~



XRcKil

출처 안믿겨서 두 번 봄 ㅋㅋㅋ

이런 맞말로 가득찬 글이 동아일보 사설이라니

ㄴㅇㄱ

목록 스크랩 (54)
댓글 36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페이스샵 X 더쿠🧡] 공기처럼 가볍게 슬림 핏! 무중력 선! ‘비타 드롭 선퀴드’ 체험 이벤트 388 04.27 71,75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01,21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325,10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03,95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24,64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586,59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490,99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37,35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9 20.05.17 3,054,6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25,09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993,16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9807 이슈 세월 변화에 따라 달라진 동명이인 표기법 15:43 77
2399806 이슈 요래됐슴당~, 겠냐공~ 요즘 sns 말투는 6백년전 이미 썼다 15:43 146
2399805 유머 신림동 빨래방 난동 중학생 15:43 199
2399804 이슈 겁도 없이 에버랜드에서 아이폰쓰던 송바오 14 15:42 676
2399803 기사/뉴스 경기도, '평화누리' 혹평에 "확정된 것 아냐, 억측 말라" 16 15:39 458
2399802 유머 내향적인 사람이 쇼핑할 때.twt 4 15:39 391
2399801 이슈 언젠간 데이식스 예뻤어 처럼 꼭 역주행 할거라고 생각하는 차트 1000위안에 악착같이 생존하고 있는 노래 3 15:38 798
2399800 이슈 이태리에서 영감 받았다는 H&M 신상품들 16 15:37 1,911
2399799 유머 내향적인 사람이 쇼핑할때 5 15:37 346
2399798 이슈 야구장에서 역대급으로 환호 받은 양봉업자 3 15:36 798
2399797 이슈 [KBO] KBO리그 2024시즌 시청률 TOP 50(~5/2) 7 15:36 223
2399796 이슈 문특 선정 2023 케이팝 커뮤니티에서 뽑은 명곡 1순위 노래.jpg 4 15:35 983
2399795 기사/뉴스 “설마 중학생 아들이 이런 짓을”…도박사이트 털었더니 10대 수두룩 17 15:33 893
2399794 이슈 [60회 백상 티저] 웰컴 투 백상 60주년 생일 잔치 - 5월 7일 화요일 오후 5시 1 15:32 274
2399793 이슈 박재정 신곡 뮤비 여주라는 청순상 걸그룹 멤버 3 15:32 915
2399792 유머 누가봐도 꿀잠 잔 얼굴인 후이바오🐼 7 15:32 1,267
2399791 이슈 중국에서 날 추워지면 스쿠터에 달고 다닌다는 거 27 15:31 2,325
2399790 기사/뉴스 신하균·이민정·이준호부터 박찬욱·박은빈까지…60회 백상 시상자 라인업 공개 1 15:29 360
2399789 유머 엄마와 세부여행 5 15:27 1,285
2399788 유머 [롤] 광동프릭스 못말리는 아가씨 챌린지 13 15:25 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