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너무 밝은 표정으로 의젓하게 앉아서 대나무를 먹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저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았습니다. ‘할아버지, 봤지? 나 잘할 수 있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라고.”
강 씨가 푸바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건 4일. 그는 당초 검역장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중국 당국을 설득했다. “‘모친상에도 푸바오를 위해 동행했다’며 설득했어요. 방역복을 입은 채 푸바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소 입던 사육사 복장이 아니라, 하얀색 방역복을 입고 눈만 드러내니 푸바오가 못 알아봤어요. 몇 번 부르니 제 목소리를 알아채고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푸바오가 좋아하는 안마를 해줬어요.”
현재 심경을 묻자 그는 “감정 조절이 잘 안된다”고 했다. “아쉽고, 서글퍼요. 푸바오가 사라진 방사장으로 들어갈 때 허전함을 지울 수 없더군요. 불을 켜면 항상 푸바오가 먼저 보고 인사를 했는데….” 그럼에도 푸바오 동생인 쌍둥이 판다 ‘후이바오’와 ‘루이바오’를 돌보기 위해 강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는 “그 아이들이 저를 보는 눈빛에서 예전의 어린 푸바오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6, 7월쯤 푸바오를 만나러 갈 예정이다. 다시 만났을 땐 푸바오가 알은체해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차원에서 판다 이송을 결정했고, 2016년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한국에 왔다. 4년 뒤인 2020년 7월 자연분만에 성공해 푸바오가 태어났다. 당시의 기억은 그에게 지나칠 정도로 선명했다.
“2020년 7월 20일. 오후 9시 49분. 몸무게는 197g, 몸길이 16.5cm. ‘으앙’ 하며 처음으로 푸바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제 사육사 경험을 모두 통틀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곰 한 마리에 ‘왜 이렇게 난리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요. 푸바오가 태어난 때가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던 시기였잖아요.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 푸바오를 보면서 가족애를 느끼고 힐링이 되신 거 같아요. 함께 응원하고, 함께 육아하고, 그런 느낌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남기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심어준다면, 역사 속 어느 위인 못지않게 인정받을 대상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한다”고 했다.
강 씨는 1969년 전북 순창 산골에서 태어났다. 하루는 아버지가 토끼를 잡아왔는데, 몰래 풀어줘 크게 혼이 났다고 한다. 그는 “이후 아버지가 사냥에 나가지 않으셨다”며 “아들이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버랜드 입사 2년 차에 국내 최초로 맹수(인도표범) 인공포육에 성공했다. 강 씨는 사육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멘토로 영국 환경운동가이자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을 꼽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제인 구달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내가 한 일은 동물을 따라다니며 기록한 것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동물 관찰기록표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사육관리를 더욱 치밀하게 하는 방법을 조언했어요.”
강 씨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동물 우리 옆에 야전침대를 놓고 잤다. 유인원과 교감하기 위해 덥수룩한 수염까지 길렀다. 사육사로 37년간 일하며 80여 종의 동물을 돌봤다. 푸바오에게 자필 편지를 써 공개하던 그가 가족에게는 편지를 쓸까. 강 씨는 “아내와 대학교 3, 4학년 두 딸이 있다”며 “아내와는 편지를 서로 주고받는 편”이라고 했다. “딸들도 사육사인 아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줘 늘 감사해요. 다만 최근 두 딸이 제 카카오톡 프로필이 푸바오로 된 걸 보고 자기들 사진으로 바꾸더군요(웃음).”
자녀 이야기를 하던 강 씨는 ‘동물에게 배울 게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푸바오 엄마 아이바오는 자식을 나무 위에 무작정 올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푸바오가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도 동물을 다루며 배웠습니다. 동물 이름을 부를 때 기분 좋은 표현이나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밝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사랑해주면 동물은 자신의 이름이 들릴 때마다 긍정적으로 반응하죠.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서 좋은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은 긍정적으로 됩니다.”
강 씨가 푸바오와 교감하는 모습에서 종(種)을 뛰어넘는 유대, 나아가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이들도 많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보는 확증편향, ‘나와 다르면 분노하는 증오사회 탓에 인간 사이의 소통이 동물과의 교감보다 어려워졌다는 방증 아닐까.
“동물을 만날 때 ‘예쁘다’며 빨리 친해지고 싶어합니다. 빨리 만져보고 싶어하고요. 동물에게는 실례예요. 서로 이해해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한 번 만나서 친구하고, 빨리 친해질까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소통하면 어떨까요.”
[데스크가 만난 사람]“상대 이해하려면 조급함 피해야… 소통 중요성, 푸바오에게 배웠죠”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