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경찰 역사상 최악의 부실수사 사건
13,933 49
2024.04.10 04:11
13,933 49

2002년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 사건

 

월드컵의 열기가 정점을 찍고 있던 2002년 6월 5일 수요일 오후 5시경,
고등학교 1학년인 송 모 군은 하교 후 수곡동 빌라 자택으로 귀가하였다.

 

그러나 집안의 상태가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거실에 있던 쇼파가 제자리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었으며, 식탁의 의자는 넘어져 있었다. 장롱은 열려 있었고, 초여름인 6월 초에 베란다 창문을 잠가 집이 후텁지근했다.
부엌에 가보니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흔적만이 남아 있었고, 빨랫감이 세탁기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aWlsHM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인 어머니 강정숙 씨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어머니는 집에 없었다.
강 씨는 지체장애인인 남편을 대신해 대리운전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인물로, 사건 당일은 오랜만에 맞은 휴일이라 하루종일 집에 있겠다고 가족들에게 말을 했다.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화를 하려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전화선이 뽑힌 것이었다.

송 군은 여기서부터 불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얼마 뒤 한 살 터울의 여동생도 귀가해 하루종일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끝내 엄마는 집에 오지 않았고, 현충일 휴일인 다음날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담당 경찰은 주택 내부를 살피지도 않고 '접수해 놓겠다'는 말만 남겼다.

가족들이 범죄가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존재한다고 언급했음에도 말이다.

 

그러던 도중, 강 씨의 남편 송현섭 씨는 혹시나 했던 마음이 역시나라고 느껴지는 정황을 발견하게 되었다.

krbkoC

아내가 실종된 당일 카드로 1,000만원이 인출된 것이었다.
평소 10원 한 장 쓸 때도 벌벌 떨 만큼 절약정신이 투철했던 아내가 큰돈을 말도 없이 인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족들은 경찰에게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했는데, 여기서부터 담당 경찰의 2차 가해가 시작되었다.
"요즘 아줌마들이 바람나서 내연남이랑 놀러 갔다가 며칠 뒤에 돌아오는 일이 많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며칠만 더 기다려 봐라."

 

또 다시 다음날, 송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은행을 찾아갔다.
아내가 범죄에 연루됐음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CCTV에는 처음 보는 30대(추정) 남성이 청주와 대전의 은행을 방문하여 이틀에 걸쳐 아내의 카드로 돈을 마구잡이로 인출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vjdNwa

(2002년도라 CCTV 화질이 좋지 못함)

 

송 씨는 이 남성의 얼굴을 인쇄해 경찰서에 들고 갔지만,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는 계속되었다. 오히려 "내연남이랑 놀러가려고 돈을 찾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송 씨의 면전에서 아내를 모독한 것이었다.

송 씨는 "딱봐도 아내보다 훨씬 어린 사람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항의했지만 되려 경찰은 "누구를 심부름시켜서 찾은 것일 수도 있다"도 반문했다.

경찰의 무책임한 태도에 상처를 입은 가족들은 직접 전단지를 제작, 배포해가며 강 씨가 살아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살아만 있어 달라"는 것이 이들이 바람이었다. 훗날 인터뷰에서 아들 송 군은 "'차라리 경찰 말대로 '엄마가 바람나서 가출한 것이었으면'이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meVDUA

그런데 강 씨가 사라진 이후로부터 집안에서는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구더기들도 꼬이는 것이었다. 이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송 군은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을 열어보니 옥상에 있던 물탱크실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구더기떼들이 즐비한 것이었다. 송 군은 불길한 마음에 물탱크실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패한 시신이 있었는데, 그 시신은 다름아닌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어머니 강 씨였다. 송 군은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통곡하였고, 사건 역시 실종에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되었으며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었다. 경찰은 국과수에 강 씨의 부검을 의뢰했으나, 시신의 부패 정도가 너무 심하여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시신 발견 이후에도 경찰의 2차 가해는 계속됐다. 경찰은 다음과 같은 증거들을 바탕으로 남편 송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1.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하려고 한 흔적이 없으므로 면식범의 가능성이 높다.
반론. 문을 강제로 열지도 않고도 집에 침입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령 범인이 택배 기사 등을 사칭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문을 열게 하는 수법이 있다.

 

2. 사건 당일 크게 싸우는 소리,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주민의 제보가 없다.
반론. 범인이 강 씨를 순식간에 제압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송 씨는 왼쪽 팔이 없고 다리 역시 불편한 1급 지체장애인으로, 아무리 여성이라고 한들 순식간에 제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3. 옥상의 물탱크실에 시신을 유기했다면 집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반론. 범인이 시신을 유기할 만한 장소를 찾다가 우연히 물탱크실을 발견했을 가능성 역시 상당하다. 실제로 사건 당일 집 안의 장롱은 열려 있었고, 가구들의 배치가 엉망이었는데 이는 범인이 집 안에 시신을 은닉하려다 실패하자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는 증거가 된다.

만에 하나 남편이 범인이라면 시신이 발견되기 아주 쉬운 집 내부를 선택할 리가 없다.

 

오히려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더욱 많았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 외면하기 바빴다. 남편이 범인이 아닌 증거는 다음과 같다.

1. 송 씨는 1991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팔을 잃고 다리마저도 거동이 힘들다. 이로 인해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어 아내가 사실상의 가장 노릇을 했다. 남편이 그러한 아내를 해칠 이유가 없으며, 보험 사기의 정황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2. 더군더나 그러한 몸으로 남편이 아내의 시체를 유기했다고 보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치 못하다.
3. 송 씨는 상술한 교통사고로 인해 만 5년 가량을 입원했는데, 강 씨는 그런 남편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성실히 간호했으며, 나중에는 집까지 팔아가며 병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자녀들도 어머니에게 매우 고마워하고 있는데, 이런 아내를 남편이 해칠 동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4. 사건 당일 송 씨는 알리바이가 명백히 성립한다. 사건 발생 시간은 15:30(인터넷 접속 기록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 ~ 17:00 이내로 추정되는데, 해당 시간 남편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조금이나마 생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정수기 판매 사업을 하고 있었고, 그때는 동업자들과 만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공범을 시켜 알리바이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등 끝까지 남편을 범인으로 몰아갔다. 기초 상식 수준에도 한참 벗어나는 허술하다 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부실수사였고, 경찰이 허탕을 치는 동안 범인은 유유히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이 사건은 경찰이 조금이라도 성의 있게 수사를 했으면 범인을 어렵지 않게 검거할 수 있었다. 사건 당일 가해자는 강 씨의 휴대폰을 가지고 나와 끄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이를 토대로 범인을 검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다못해 설령 송 씨가 범인이 맞다고 가정하여도, 돈을 인출한 순간에서 범죄와 연관이 있는 인물임은 확실한데, 경찰은 그런 인물을 놓아주는 최악의 우를 범하였다. 방만한 수사로 범인을 놓아주는 것도 모자라 억지스러운 수사를 수도 없이 자행, 유족들에게 2차 가해를 반복하였다. 오히려 경찰이 범행을 도와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건 보도는 당시 한국을 휩쓸던 월드컵 열풍에 휩쓸려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유족들은 '월드컵을 잊고 싶은 악몽'이라고 표현하였다.

결국 현재까지도 범인은 검거되지 못 한 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으며, 유족들은 범인 검거를 위해 힘쓰고 있으나 경찰은 여전히 '오래된 사건이라 수사가 힘들다'며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현실이다.

 

출처 -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84282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62777
https://www.youtube.com/watch?v=LEprLuWnHak
https://www.youtube.com/watch?v=AcdjVsZWN44

목록 스크랩 (0)
댓글 4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 X 더쿠💛] 8시간 만에 -45% 반쪽모공! 한율 <반쪽모공세럼> 체험 이벤트 ! 573 06.06 38,70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222,87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946,25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401,41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611,09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802,09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2 20.09.29 2,679,93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78 20.05.17 3,372,32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3 20.04.30 3,934,20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338,29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27912 이슈 SKT 이프랜드, 커뮤니티 'K-POP 호텔' 오픈…첫 입주자는 '에스파' 09:22 78
2427911 이슈 그로신) 아프로디테가 불륜신에게 내린 벌 2 09:21 279
2427910 이슈 보면서도 안믿기는 변우석 스탠딩 마이크 높이 8 09:20 447
2427909 이슈 저출산 심각하다면서 정작 7월부터는 제왕절개시 산모 고통 줄이는 마취제 사용 못하게 하는 정부 정책 시행 예정임 37 09:14 1,604
2427908 이슈 튜브 옮기는 알바 6 09:13 1,174
2427907 이슈 예명듣고 울었다는 아이돌 1 09:12 1,102
2427906 기사/뉴스 꽉 묶은 비닐봉지에 신생아 버린 30대母…임신한 줄도 몰랐던 50대父 6 09:09 1,379
2427905 이슈 트와이스가 적수 없이 국내 씹어먹던 시절 2 09:09 924
2427904 이슈 9시 멜론 TOP 100 탑 텐.jpg 20 09:04 1,162
2427903 이슈 14년 전 오늘 발매♬ 아베 마오 'ロンリー' 09:00 90
2427902 이슈 [KBO] 6월 9일 각팀 선발투수 & 중계방송사 & 중계진 & 날씨 5 09:00 596
2427901 이슈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엿먹이기 위해서 시민들이 준비중임. 32 08:54 3,331
2427900 이슈 이수지 "실제로 본 김고은, 나랑 하나도 안 닮아"('밥묵자') 27 08:54 3,177
2427899 이슈 한복을 입은 브라질의 예수 동상 (그리고 kpop 팬 반응) 32 08:52 3,599
2427898 기사/뉴스 백화점·호텔 강점만 모았다...신강에 들어선 '하우스 오브 신세계' 6 08:51 1,685
2427897 이슈 몇글자까지 늘어날지 궁금한 아파트 이름 9 08:51 1,302
2427896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6 08:46 453
2427895 이슈 빵 280개 120만원어치 예약주문해놓고 노쇼한 사람 54 08:46 5,517
2427894 유머 개빡쳤던 야구팬 어린이 11 08:45 1,953
2427893 이슈 유준원 “전속계약 한 적 없다” vs 펑키스튜디오 “몰래 팬미팅 준비” 갈등 5 08:39 2,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