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소구되기 어려운 매니아틱한 장르가 많고 한국 콘텐츠도 미비하다. 이 가운데 구독료를 40% 인상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2021년 11월 디즈니·마블 등 초대형 IP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하자,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의 대항마'라 부를 정도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기는커녕 현재는 '한국 철수설'까지 돌게 됐다.
지난해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부활 기미가 보였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무빙으로 지난해 9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400만 명을 기록했던 디즈니플러스는 (무빙 종영 후인) 11월 328만 명, 12월 304만 명으로 매달 감소세를 보였다.
◆ 가격으로 한 방, 콘텐츠로 두 방
2021년 11월 국내에 첫 발을 들일 때, 디즈니플러스는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구독료를 앞세웠다. 일반적으로 아태 지역은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 WTP)가 가장 낮아, 가격 저항에 따른 가입자 이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당시 디즈니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9900원으로, 계정 하나당 7명까지 사용 가능했다. 넷플릭스(9500~14500원), 웨이브(7900~13900원), 티빙(7900~13900원)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
또 디즈니·마블 등 초대형 IP를 보유해 콘텐츠 경쟁력까지 갖춘 디즈니플러스는 높은 투자금을 들여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었다. '외래종'이 현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국 이용자들의 니즈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또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77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2021년 9월 리포트를 통해 "디즈니의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여지나, 결국 경쟁력을 장기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OTT 이용자의 니즈에 맞춰 많은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디즈니플러스의 주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20부작 시리즈 <무빙>으로, 총 65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역대 한국 드라마 제작비 중 최대 규모이다. 같은 해 글로벌 히트를 쳤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총 제작비(200억원)와 비교하면 '통 큰 배팅'이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는 그간 디즈니플러스가 아태 지역에서 얻은 성과 덕분이다. 2020년 하반기 일본 오리콘 ME가 실시한 OTT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는 넷플릭스가 우위를 점했으나, 여성 이용자 부문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1위를 차지했다. 디즈니플러스가 2020년 6월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이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진출 첫 해인)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가입자 순증가 규모 약 360만 명을 달성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디즈니플러스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OTT 시장을 재편하려 했다.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국내 OTT의 MAU는 넷플릭스가 약 91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웨이브(약 319만 명), 티빙(278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 어이없는 추락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10일 만에 각종 컴플레인에 시달리며 초기 흥행에 실패했다. 부실한 서비스 환경이 문제였다.
특히 자막 문제가 가장 논란이 됐다. 오번역·문법 오류뿐 아니라, 자막의 검은 배경이 화면을 가리고, 자막 위치가 수시로 바뀌는 등 시청 편의성이 낮았다.
아울러 디즈니플러스에서 사용하는 한글 폰트가 사파리 브라우저에서는 반영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직접 브라우저의 CSS(웹페이지의 특정 요소) 설정을 변경해야 했다. 또 일부 현지화한 해외 콘텐츠의 경우에는 더빙판만 제공돼, 원 음성에 한글 자막을 즐기고 싶은 이용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등 디테일에서 감점을 받았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우수한 서비스 환경이 대비되면서 디즈니플러스 문제가 더 두드러졌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원인 가운데 80%가 콘텐츠 경쟁력이라면, 10% 정도는 UI·UX(사용자 환경·경험) 등 플랫폼이 지닌 기술 경쟁력이다. 넷플릭스는 애초에 기술 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뚝뚝 떨어졌다. 이용자들을 락인(Lock-in, 이탈 방지)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것.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서비스 첫날인 2021년 11월 12일 DAU가 59만 3066명이었다. 하지만 3일 만에 49만 6151명으로 줄고, 11월 21일에는 39만 9426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출시 10일도 채 안 돼 30% 이용자가 감소한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인 <지옥>에 힘입어 2021년 11월 19일 350만 700명의 DAU를 기록, 3일 만에 395만 5517명까지 올랐다.
◆ 가격, 콘텐츠 경쟁력조차 떨어져
스타트를 잘못 끊은 디즈니플러스는 이후 사업 진행에도 부침이 있었다. <무빙> 외에 킬링 콘텐츠가 미비해 이용자 수가 계속해서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킬링 콘텐츠는 OTT 사업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들에게 구독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 하지만 ROI(투자이익률)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던 2012년,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는 "우리가 성장하면 할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적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에서 집중한 킬링 콘텐츠는 주로 영화와 드라마에 쏠려 있었다. 각각 자국에서 활발히 펼치고 있는 스포츠 중계 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디즈니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콘텐츠 물량이 많은 넷플릭스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또 영화와 드라마는 제작비가 높은 반면 락인 효과는 낮아 실패 리스크가 크다.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콘텐츠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부진 요인이었다. 노창희 소장은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카지노>부터 시작해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간 CJ ENM과 제휴를 맺고, 지상파 콘텐츠를 많이 수급하는 등 한국 콘텐츠를 많이 확보한 상황"이라며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스타워즈와 같이 국내 시장에서는 다소 매니아틱한 장르가 많아 국내 이용자들을 소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OTT 시장은 한국 콘텐츠가 부족하면 사업을 펼치기 힘들다는 특성이 있다. HBO 맥스나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미 후발주자일뿐더러 넷플릭스만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디즈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구독료까지 올리면서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는 요금제를 월 1만 3900원으로 40% 올렸다. 기존의 9900원 요금제는 화질을 떨어트리고, 동시 송출 기기 수를 줄였다.
지난달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기업 나스미디어의 '2024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2000명 중 최근 6개월 이내에 디즈니 플러스를 해지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59.3%로,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42%), 넷플릭스(28%) 대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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