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수 박건우가 따라붙는다. 한참을 쫓아간 끝에 점프 캐치를 시도한다. 공은 글러브 속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오른손으로 높이 들어 모두에게 확인시킨다. 심판의 아웃 선언으로 이닝이 끝났다.
그런데 웬걸. 이 문제 간단치 않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계 화면을 0.5배속으로 재생시켜 보시라. 박건우의 포구는 깔끔하지 않다. 잡았던 공은 곧 땅에 떨어진다. 펜스와 부딪히는 충격에 글러브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볼은 멀리 가지 않았다. 몸에 맞고 바로 옆에 떨어진다. 박건우는 그걸 오른손으로 집어서 높이 쳐든 것이다.
그럼 이것을 아웃을 볼 수 있느냐. 그런 문제가 남는다.
야구규칙 2.15 CATCH(캐치, 포구)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포구란) 야수가 날아가는 타구나 송구를 손 또는 글러브로 확실하게 잡는 행위를 가리킨다. (중략) 또 공을 잡는 것과 동시이거나 그 직후에 다른 선수나 펜스에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공을 떨어트렸을 때는 포구가 아니다.”
이 규칙에 따르면 문보경의 타구가 아웃으로 처리된 것은 잘못된 판정이다. 만약 아웃이 아니었다면 1루 주자의 득점은 충분했다. 2사 이후였고, 오스틴 딘의 달리기도 느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5-7이던 스코어는 6-7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2사 2루(혹은 3루)에서 추가 공격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심판은 물론이고, 타자 본인, 주루 코치, 트윈스 벤치. 어디서도 의심하지 않았다. LG 팬들이 ‘왜 비디오 판독도 안 했냐’고 아쉬워하는 게 당연하다. (경기는 연장 끝에 트윈스의 승리로 끝났다.)
(중략)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속성 중의 하나는 (상대를) 속이는 일이다. 투수의 공이 기본적으로 그렇다. 직구처럼 오다가 휘어지고, 떨어진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번트를 댈 것처럼 하다가, 강공으로 변신한다. 열심히 하고, 잘하면 이긴다. 반대로 상대 실수로 같은 성과를 얻기도 한다. 스포츠와 게임의 영역이 모호해지기는 지점이 생긴다.
“어쩔 수 없다.” “반사적인 동작이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못 본 사람도 문제다.” 그런 해명이 필요한 일이다. 책임 돌리기까지 동원된다. 그래서 ‘경기의 일부’라는 표현이 유통되는 것 같다. 현실적인 합리화일 뿐이다.
2015년의 김광현을 향해, 그리고 2024년의 박건우를 향해. 누구는 비판할 것이다. 누구는 변호할 것이다. 누구는 그럴 수 있다고 납득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결코 존중받을 수는 없는 플레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