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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제발 구해주세요” 사육곰 300마리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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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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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이던 2021년 11월 22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반달가슴곰(아시아흑곰) 5마리가 탈출했다. 무게 70~80㎏, 태어난 지 3~4년 된 새끼 곰들이었다. 주변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다. 대대적인 포획 작업이 벌어졌다. 낯선 세상 밖이 처음인 새끼 곰들은 멀리 가지 못했다. 3마리가 바로 농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1마리는 사살됐고, 2마리는 포획됐다. 이튿날 역시나 멀지 않은 곳에서 1마리가 또 발견됐다. 사살됐다. 남은 1마리는 제법 멀리 갔다. 4개월이 지난 이듬해(2022년) 3월에야 발견됐다. 산 하나를 꼬박 넘어간 곳에서다. 본능적으로 동면을 했으리라는 추정도 나왔다. 그 또한 사살됐다.

 



 

 

반달가슴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국내에선 천연기념물 제329호(토종 반달가슴곰)로 지정돼 보호받는다. 사육곰은 예외다. 동남아·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다른 아종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육곰의 새끼 역시 부모의 ‘신분’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사육장을 탈출한 곰은 포획하기도 어렵고,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사살된다.

 

지난해 12월 2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사육곰의 소유·사육·도축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사육곰 종식법)’이 통과됐다. 1981년 농가 소득 증대 목적으로 곰 사육을 허용한 이래 40년 넘게 이어져 온 사육곰 동물 학대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법안이다. 국내 동물권 증진 활동역사에 한 획을 그은 법이지만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6년까지 현재 사육 중인 322마리의 반달가슴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도축하거나 구조하거나. 사육곰들이 양 갈래 길 앞에 섰다.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중략)

 



 

법이 마련됐다고 해서 사육곰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게 아니다. 현재 사육 중인 322마리의 곰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어서다. 2026년부터는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곰을 그때까지 어떻게든 처분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열 살이 넘은 사육곰은 웅담 채취를 위한 도축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 322마리 사육곰 중 열 살 미만은 몇 마리 안 된다. 내년(2025년) 말까지 사육곰을 농장에서 구조하지 못하면 대다수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정부도 나름 준비는 하고 있다. 법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사육곰 보호시설을 설치·운영하거나 공공기관·법인 등에 위탁해 보호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농장에서 사육을 포기하는 곰들을 수용해 보호하기 위해 충남 서천과 전남 구례에 각각 보호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산 90억원이 투입되는 구례 보호시설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이고, 240억원이 투입되는 서천 보호시설은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구례 보호시설의 경우 연간 10억원의 운영 예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호시설은 짓고 있지만 정작 농장주들로부터 사육곰을 ‘어떻게’ 이관받을 것인지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다. 농장주들은 사육곰들을 그냥 포기할 생각이 없다. 결국 농장주들로부터 사육곰을 매입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매입 예산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 문제는 2021년 민관협의체에서도 주요 과제로 논의됐다. 협약에서는 농가에서 보호시설로 곰을 이송하기 위해 필요한 매입 비용 등을 동물보호단체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협약에 따라 동물보호단체들이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동물자유연대는 강원도의 한 농장에서 사육곰 22마리를 구조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보호시설로 보냈다. 이 사례는 다큐멘터리 영화 <곰마워>로 제작돼 지난해 소개됐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등은 모금활동을 통해 조성된 비용으로 강원도 화천에 ‘곰 피난처(생추어리)’를 조성 중이다. 이 같은 전례를 들어 동물보호단체들은 실제로 곰을 매입해 정부나 해외 보호시설 등으로 보내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이 생각하는 매입 비용과 농장주들이 생각하는 매입 비용 간 격차가 현재로선 너무 크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단체 측은 곰 1마리당 매입 비용을 300만~400만원을 생각하는 반면 농장주들은 2000만~3000만원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리 규모가 큰 단체라도 매입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곰 사육 농장주 A씨는 “농가에서는 20년 넘게 시설비와 인건비, 사료비 등 막대한 돈을 들여 곰을 사육해왔다”며 “300만~400만원으로는 손해가 막심해 매각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정부도 법만 만들어놓고 방관하지 말고 사육곰 매입이나 농가의 전업 등 예산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7311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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